초가집에서 살아보셨나요?

2011. 4. 9. 23:50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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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네이버 ]

 

예전 시골에서 가을겆이가 끝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큰 일이 1~2년동안 사용하여 군데 군데 골이 파이고, 보리싹 같은 것이 지붕에서 자라고 있고, 지붕색깔이 거무튀튀하게 변한 헌 이엉을 걷어내고 새 이엉을 엮어서 얹는 일이 아니었던가 싶다..

 

마을의 어른들이 짚단을 몇단씩 옆에다 놓고, 마당에 앉아서 다리 사이로 짚을 엮어 밀면서 길게 이엉을 엮고, 돌돌 말아서 2-~30개를 만들어 세워놓고, 다음날 초가지붕에 올라가서 헌 이엉을 벗겨내고, 새 이엉을 골고루 펴서 덮은 후, 길게 꼰 새끼줄을 가로, 세로로 촘촘히 당겨 처마밑의 못에다 걸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당겨 놓고, 처마에 들쭉 날쭉한 볏집끝을 낫으로 가지런히 자르면, 단발머리 여학생 머리처럼 단정하게 새 단장을 하게 된다.

 

오래된 이엉을 지붕에서 걷어낼 때 커다란 굼벵이가 밑으로 떨어지면 마당에서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서성대던 닭들이 잽싸게 쫒아와서 낼름 굼벵이를 먹곤 했다.

어린마음에도 새로 단장된 집을 보는 것이 얼마나 가슴설레고 좋았던지 명절 때 새옷입은 기분이었다.  1년 농사를 마지막으로 갈무리 하는 의미가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다.

처마 물받이가 없는 초가집에 비가  내리면 낙수물이 떨어져 댓돌 앞 마당이 길게 빗물로 패여 긴 자국이 생기고, 흙과 돌로 낮게 만든 뜨락 댓돌에는 가난한 시골 삶에 지친 검정 고무신이 놓여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새마을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초가지붕을 슬레이트 지붕으로 개량하는 작업이 전국에 걸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어린 마음에도 가난의 상징인 초가집이 번듯한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기쁜 마음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2년 마다 초가지붕을 새로 갈아야 하는 어머님의 큰 걱정이 한숨을 돌리게 되었으니~

슬레이트 지붕을 그냥 보기만 해도 궁핍했던 시골생활들이 잠시나마 잊혀졌으니...

그 때가 고등학교 2~3학년 때가 아니었는가 싶다.

 

그 때의 우리 초가집이 내겐 기억이 생생한데 사진 한장 남겨져 있지 않으니 서운하기 이를데가 없다.

지금도 여름이면 해 넘어간 저녁에 식구들이 멍석에 둘러 앉아 앞 도랑에서 잘라온 모기풀을 태워 연기를 내어 모기를 쫒으면서 어머니가 흙담 위에 열린 애호박을 넣어 끓인 칼국수를 먹었던 눈물겨웠던 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