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들이~~

2015. 10. 1. 09:57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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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작은 수놈이 멧돼지에게 변을 당한 그 농장에 가니 누렇게 생긴 작은 발바리 잡종 어미는 길손을 보고 잠시 짖다가 어디론가 도망친다. 잿빛 얼룩 강아지 두 마리, 검정 강아지 한 마리가 경계를 하면서 길손에게 조심조심 다가온다. 처음에 왔을 때는 눈도 뜨지 못하던 놈들이 이젠 제법 으르릉거리는 소리도 낸다. 제 어미가 야생에서 저들을 낳았고, 야생에서 야생동물과 같은 터전에 놓였기에 사람을 경계하는 빛이 뚜렸하다.

 

 

 

 

 

 

 

이 잡종견이 새끼들의 어미다. 야생에서 들개처럼 살아서 꺼칠하게 보인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이렇게 눈도 뜨지 못했는데 세 마리가 축축한 흙에서 한 마리도 죽지 않고, 토실토실하게 잘 살아나 주었다.

 

 

 

 

 

 

 

 

복종하는 자세는 취하는데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데 눈이 파란 양키 눈을 가졌다. 제 어미는 평범한 작은 누렁 발바리 잡종인데 어떻게 이런 종자가 태어났나? 옆에 같이 있던 것은 라이카 어린 수놈인데 그 라이카는 눈빛이 저렇게 파랗지 않았다.

 

 

 

 

 

 

 

 

한참을 어르고 사타구니를 긁어주니 경계의 눈빛을 풀고, 웃는 표정으로 길손을 쳐다 본다.

 

 

 

 

 

 

 

지난여름 큰물이 지나간 큰 바윗돌 징검다리 사이에도 생명이 꽃을 피웠다. 흙도 없이 주변 나무에서 떨어지고, 흘러가다 이곳에 걸린 나뭇잎 찌꺼기들이 모인 작은 공간에 작은 싹을 틔웠다.

 

 

 

 

 

 

이름 모를 야생화가 꽃봉오리를 달고 있다. 햇빛도 잘 들지 않는 환경에서 과연 꽃을 피워낼 수가 있을까? 날씨는 점점 싸늘해지고

 

 

 

 

 

 

 

우람한 참나무 아래 낙엽 속에서 뭔가 부스럭거린다. 혹시 꿩병아리는 아닌가 하여 유심히 본다. 주먹만 한 것이 안에서 먹이활동을 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야생의 꿩병아리라면 주변에 암꿩이 있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 이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

 

 

 

 

 

 

기척을 느끼고 급히 달아나는 것은 인근 식당에서 키우는 병아리가 틀림없다. 어미는 어디가고 아직도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어린 것이 저렇게 산에 다니다가 무슨 변고라도 당하지 않을런가? 아마도 어미가 너구리나 삵에게 변고를 당하여 고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흐릿하여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옆에는 쌍둥이 동생도 같이 있다. 머리에는 작은 벼슬도 돋아나는 것이 아마도 장닭으로 자랄 놈으로 보인다. 이들이 다니는 곳은 외딴 지역이라 늘 조심하여야 할 텐데

 

 

 

 

 

 

 

어두워지는 저수지에서 물오리들도 잘 곳을 찾아 분주히 움직인다.

 

 

 

 

 

 

 

 

초가을 어둠이 내려앉는 봉암둘레길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샛길에 최근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묘역(?)이 있다. 분명 이곳의 지형이나 주변 환경으로 보아 과거에 분묘가 있었던 자리가 틀림없다. 후손들이 봉분을 파헤치고 유골을 꺼내어 화장한 다음 수목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봉분이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평탄작업을  하고, 파란 풀들을 심은 다음, 주변으로 측백나무를 심었다, 입구는 나무판자를 이어 만든 것이 놓였는데 아마도 이것이 성묘할 때 제물을 올리는 용도로 보인다.

 

비석을 보니 이곳의 주인들인 할아버지는 1917년경에 출생하셔서 1980년대 중반에  하신 분이고, 할머니는 할아버지 보다 10년 가까이 늦게 태어나서 1990년대 말에  하신 분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0여년을 더 사시다가 돌아가셨다.

 

그런데 의문이 생기는 것은 이것이 수목장이냐? 아니면 요즘 항간에 유행하는 봉안묘의 형태냐? 비석은 커다란 소나무와 키 낮은 측백나무로 둘러싸인 평평하게 조성된 봉안묘로 추정되는 곳, 그 사이에 서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되었던 망자들이 새로 조성된 새집에서 영생을 누리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