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간 진밭골

2015. 10. 3. 19:1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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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골이 훤하다. 그곳에 가본 지도 10년은 된 듯한데 옹색하던 입구가 이렇게 넓은 아스팔트 길로 변했다. 그간 무슨 일이 이곳에서 일어났나? 진밭골에 국회의원이 탄생했던가?

 

아래 사진에 보면, 진밭골 진입도로 준공이 지난 7월 13일에 있었다고 브레이크 뉴스에 나왔다.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380947§ion=sc2

 

 

 

 

 

 

진밭골 식당을 부모님이 하면 모를까 누가 이렇게 번듯한 길을 내줄꼬?? 이유는 '수성구 청소년 수련원'때문이다. 청소년 수련원 터에는 과거 진밭골 분교가 있었다고 한다.

 

 

 

 

 

진밭골 동네구경에 들어간다. 진밭골이란 지명은 전국에 고루 분포되어있는데 그 어원에 대해서는 밝혀놓은 것이 없어서 길손 나름대로 해석한다.

 

 

진 밭 골은?

 

1. 진짜로 밭이 많아서 생긴 골짜기(실제로 천수답과 밭이 많았다고 한다)

 

2. 땅이 늘 물기가 많아 질척해서 생긴 골짜기(골짜기이니 당연히 물이 많았을 것이고, 동네에도 '이전지'라는 작은 저수지가 있다. 만약에 질척한 밭이 많아서 그랬다면 농사짓느라고 모두 욕 봤데이~~)

 

 

향토사학자가 혹시 이글을 보신다면, 그 연유를 댓글로 달아주이소!!

 

 

동네 토박이의 말에 의하면 이곳 마을이 생긴 지는 200년은 족히 넘었다고 하고, 대충 가구 수는 7~9가구로 보이는데 주로 식당을 운영한다. 이 진밭골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범물동 지상철 '용지 역'에서 들어오는 것이 경사가 완만해서 접근성이 좋고, 시지 욱수골에서 접근하려면 긴 골짜기를 지나 가파른 산등성이를 넘어야 한다. 욱수골을 들어가면 과거에는 호랑이가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이 온다. 성암산에는 '호랑이 굴'이 있고, 진밭골에도 범굴이 존재하는데 우리가 오늘 놀았던 '하늘 아래 첫 집 산장' 토박이 아주머니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이곳 분교를 다녔고, 아랫마을 범물동 총각과 결혼하여 지금도 과거 친정 터에 식당을 열고 영업하는데 예전에 여우는 자주 보았고, 늑대도 보았다고 하는데 아마 그랬을 것 같다. 골이 깊어서~   

 

 

 

 

 

 

 

 

 

 

 

 

 

동네에 붙어있는 '이전지'다. 다른 곳에서 저수지를 이전해 와서 그런지 이름이 그렇다. 천수답이 많았던 진밭골에도 물 걱정이 많다 보니 저렇게 질척한 땅을 골라서 작은 저수지를 만든 것 같다. 지대가 높은 곳이지만 물이 많은 것이 늘 이곳은 질척거렸을 것 같다. 최근에 비가 왔지만 이렇게 가문 날씨에도 물이 가득하니 그런 느낌이 든다. 진밭골은 분명 질척거려서 진밭골로 불렸을 것이다.

 

 

 

 

 

 

 

 

이곳은 범물동에서 3~4km 정도 떨어지고, 지대가 높으니 제법 시골 냄새가 나고 조용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 지역은 그린벨트지역이지만, 재력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번듯하게 집을 짓고 산다. 모두 영업하는 집이지만 이 집주인은 영업하지 않는 것 같다. 길이 잘 닦여지고, 시내에서 접근성이 좋으니 한적한 자연을 느끼며 사니 정말 좋을 것 같다.

 

 

 

 

 

 

마을 제일 뒷집 '용지봉 사계절' 식당에는 다람쥐도 몇 마리 살고 있다. 주인은 이곳 토박이라는데 족구장도 있어서 놀기에 좋겠다.

 

 

 

 

 

 

진밭골 동네 입구에 있는 '하늘 아래 찻집 산장'이다. 이 집 여주인도 이곳 토박이라고 이미 밝혔다. 하늘 아래 첫 집에 대해서는 좀 논란이 있을 것 같다. '용지봉 사계절' 식당이 진밭골에서는 더 위쪽에 있는데 경쟁 관계에 있는 식당주인들이 혹시 다투지는 않았을까? 과장 광고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사기 쳤다고 해야 하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해야 하나?

 

 

 

 

 

 

 

본채가 넓어서 좋다. 단체손님을 받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곳에 앉으면 들어오는 입구가 훤히 보이니 시원스럽다.

 

 

 

 

 

 

 

본채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별채(?)가 있다. 그래 봐야 가건물이지만 넓은 족구장과 60여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손은 길손의 막역한 친구의 손인데 옛날 고등학교 다닐 때 이른 봄 못자리 할 때 사귀는 여고생이랑 야간에 들판에서 데이트하다가 분뇨 저수지에 빠졌다가 겨우 살아난 화상이다. 술은 못하지만, 안주 귀신이다. 두부를 놓자마자 잽싸게 두부 접시로 젓가락이 움직인다.

 

옛날에는 푸세식 화장실이 대부분이었는데 시골 읍에서는 분뇨를 수거하는 '똥차'가 있었다. 확성기로 방울 소리(?)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돌아다녔는데 화장실에 똥이 많이 차면 뛰어나가서 똥차를 세우면 된다. 녹색의 3~4톤 정도의 똥차는 파란색 어른 팔뚝만 한 굵기의 긴 호스를 탱크에 감고 다녔는데 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에도 어지간하면 이 호스로 가능했다. 진공으로 흡입하는지 쭈욱~ 쭉 소리를 내면서 잘도 빨아들였다.

 

그러면 이렇게 수거한 똥은 어디다가 버리는가? 하천에 버릴 수도 없고 해서 넓은 벌판 군데군데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그곳에 저장하여 푹 삭힌 후에 거름으로 쓰는 것이다. 우리 어릴 적에는 그런 분뇨로 만든 거름을 뿌린 채소를 날것으로 먹었기 때문에 늘 회충을 뱃속에 넣고 공존하면서 살았다. 국민학교에서는 회충약을 주기적으로 주고~

 

그와 여자 친구가 빠진 똥 저장소는 희미한 달빛을 받아서 마치 평평한 땅처럼 보였다고 한다. 둘이 손잡고 그위를 걸어가는데 텀벙하고 빠지는 것이 아니라 똥 저수지 표면이 살짝 얼고, 겉이 마르면서 저들끼리 서로 끈끈하게 붙어있어서 마치 슬로모션처럼 천천히 발이 빠졌다고 하는데 똥으로 느꼈을 때는 이미 빠져나오기는 글렀고, 앞으로 전진하는데 똥이 목부위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만약 키높이로 똥이 쌓였다면 이곳에서 저렇게 잽싸게 젓가락질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아따 명도 질긴 놈

 

 

 

 

 

 

주인장은 섭섭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그가 직접 만든 두부는 아닌 것 같다. 재래의 방식대로 만들었다면 저렇게 생기지는 않았다.

 

 

 

 

 

 

파부침개도 기름을 얼마나 둘렀는지 바닥이 흥건하고, 한입 넣으려니 기름이 바지에 주르륵 떨어진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탄다나 어쩐다나? 5% 부족함을 느낀다.

 

 

 

 

 

 

 

 

 

닭백숙과 죽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먹기 전에 사진으로 남길걸

 

 

 

 

 

진밭골에서 욱수골로 도보로 넘어가는 길옆으로는 넓은 밭이 제법 있다. 그래서 진밭골로 불린 지도 모르겠다.

 

 

 

 

 

 

이곳 주인은 할배가 틀림없다. 임시거처로 보이는데 멧돼지를 방어하려고 그러는지 철옹성을 둘렀고, 빠른 템포의 뽕짝 경음악을 볼륨을 최대로 올려 틀어놓았다. 멧돼지와 고라니가 시끄럽다고 신고할 리도 없을 것이고 정말 최고로 사는 것 같다.

 

 

 

 

 

 

진밭골의 가을도 어김없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