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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에 웬 올챙이가
혹시나 해서 배수구를 보았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삼복더위에 올챙이가 웬 말이냐? 벌써 다리가 생겼다가 떨어져서 들판을 자유롭게 누빌 개구리가 되었을 올챙이들이 얕은 물에서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다. 늘 봄이면 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도롱뇽이 이곳에 알을 낳았다가 물이 증발하는 바람에 대부분 부화하지 못하고 폐사하고 말았는데 자식들이 태어나지도 못하고 물이 말라 안타깝게 죽은 것이 한이 되었는지 모성애가 하늘을 찌르고 만 것 같다. 그 모성애는 계절도 잊은 듯하다. 갓 깨어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올챙이부터 제법 큰 올챙이까지 다채롭다. 다음 달 8월 7일은 입추인데 초겨울이 오기 전에 다리가 생기고 꼬리가 떨어져서 이 작은 배수로를 떠날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된다.
2024.07.27 -
경북선 무궁화 호
경북선(慶北線) 선로를 따라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청리역)을 향해 김천에서 출발하여 영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젠 무궁화호를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바쁜 세상에 느릿느릿한 무궁화호 열차를 타는 것은 큰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통일호와 새마을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머지않아 이 무궁화호 열차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 국민학교 3~4학년의 어린 동심들은 10리나 떨어진 이곳으로 검은 고무신을 신고, 근 1시간 30분을 넘게 걸어서 이 철길에 당도하였고, 도착하자 마자 모두 철길에 머리를 누여 귀를 대고 혹시 열차가 오는 소리가 들릴까 조마조마하다가 마침내 레일을 따라 열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집에서 가져온 녹슨 못을 철길에 일제히 놓는다. 열차가 우렁하게 지나간 ..
2024.07.24 -
무당 개구리의 엄살?
농로를 지나가는 무당개구리(비단개구리)를 장난삼아 발로 건드렸더니 다른 개구리처럼 도망치지 않고, 저렇게 등을 활처럼 휘면서 배를 땅에 대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눈은 감지 않았으나 숨도 쉬지 않는다. 자신에게 있는 약간의 독(毒) 을 믿고 저렇게 시위하는 것 같다. 배가 나오도록 뒤집어 놓으니 저런 모양새다. 주변에 기척이 없으니, 준비운동도 없이 순식간에 벌떡 일어나더니 점핑을 하여 도망간다. 이렇게 징그럽게 생긴 무당개구리를 양키들이 관상용 반려동물로 수입했다가 낭패를 보았다는 내용이 있다. 2000년대로 진입하던 당시 무당개구리가 상업적, 관상용 반려동물 목적으로 타 국가에 수출이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항아리 곰팡이'의 세계적 확산이 일어나게 된 원흉이 되기도 하였다. 한반도에서 생겨..
2024.07.23 -
한글 세대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욱수골 공영주차장 입구에는 국제로타리클럽 3700지구 대구 시지 로타리 클럽이 창립 20주년을 기념하여 세운 시계탑이 있는데 그곳에 '초아의 봉사'라고 쓰여진 커다란 화강암 대리석이 있다. '초아의 봉사'라는 이 낱말이 설마 걸그룹 'AOA' 출신 박초아 (朴草娥, Park Choa)의 '초아( Cho A)'라는 여자 가수가 봉사한다는 뜻은 아니겠지? 아마도 어떤 범위를 넘어선다는 뜻의 ' 超(초)'와 '나'를 뜻하는 '我(아)'의 조어(造語)로 보인다. 아마도 나의 이기심을 넘어선 봉사라는 뜻으로 이 비석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초아'라는 글을 새겨넣고 마치 큰일을 도모한 것처럼 흡족해했을 어느 클럽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쓴웃음이 나온다. 비록 족보에 없는 조어(造語) 라고 해도 한자..
2024.07.18 -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큰 용기를 낸 '수성구청'을 응원한다!!!
오는 7월 22일부터 '덕원중·고등학교 진입로(욱수길) 주변의 불법 주정차 집중단속'을 한다는 플래카드가 불광사를 배경으로 걸려있다. 왕복 2차선 도로에는 항상 도로 양쪽으로 불법주정차 된 차량으로 인해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도로 중앙의 황색 실선을 넘나들어 만약 접촉 사고라도 발생하면 중앙선을 넘은 차량이 피박을 쓰게 되어 있었다. 특히나 이 도로는 '공영방송 호소방송국'이 들어오고 난 후로부터 그 증상이 훨씬 더 심하여 이곳을 통행하는 주민들의 애로사항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척에 대형 공영주차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 걷기가 싫은 것이다. 수성구청에 민원을 제기해도 공영방송 호소방송국의 심기를 건드려서 경을 칠 일도 생길 것이기에 그랬는지 늘 수수방관만 하던 수성구청이 드디어 몰아치는..
2024.07.18 -
724번 버스에서
오늘 경북대병원을 다녀오다가 환승한 724번 버스 안에서 모처럼 진한 인간애(人間愛)를 느낀다. 버스 운전석 뒤로 처음에는 곰 인형과 박슬비 학생의 명찰이 달린 작은 토끼 인형이 '안녕'하는 것만 눈에 들어왔다. 이름도 예쁜 슬비 학생이 명찰을 버스에서 분실하였구나! 그러다가 눈이 인형 위로 향했다. 그곳에는 아무렇게나 찢어 붙인 메모가 있다. 아마도 이 724번 버스를 타고 다니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버스 기사가 마련한 막대 사탕을 먹고, 그것을 준비한 버스 기사에게 감사의 말씀을 적어놓은 것으로 짐작된다. 내가 14~5년 전에 과거 직장에 출퇴근하면서 이 724번 버스를 많이 애용하였는데 그때 모든 승객에게 승하차 시 인사하는 연세가 제법 된 기사 분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으나 그것이 진..
2024.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