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 안도현

2016. 8. 24. 18:33잡다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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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입에 넣었던 간장게장이 이렇게 슬픈 얘기를 간직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간장을 뒤집어 쓰면서 마지막 숨을 크게 몰아쉬었을 꽃게에게

 

미안함을 전한다.

 

 

 

 

 

 

       스며드는 것

 

                              

 

                                   안 도 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