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불 꼬불 작은 창자와 같이 迷路 같았던 묵호 논길

2017. 1. 10. 12:46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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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여러 번 왔었어도 '논골 담길'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왜 논골일까? 논(畓)은 한 마지기도 없겠거니와 경작할 물도 없는데~ 우선 공영주차장 쪽에서 올라간다.

 

 

 

 

 

 

대다수 논골 담길에 접해있는 가옥들은 정착민들은 거의 떠나고, 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커피 등 음료를 파는 카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르는 길에서 묵호 등대가 보인다.

 

 

 

 

 

녹색 슬레이트집은 이곳 토착민이 사는 집으로 짐작되는데

 

 

 

 

 

 

 

조금 민망한 장면이지만, 똥누는 아이의 조형물도 보이고,

 

 

 

 

 

 

묵호 등대 주변에서 둘러보니 멀리 '동해화 력발전소'가 아스라히 보인다.

 

 

 

 

 

 

묵호항 앞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의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묵호 등대

 

 

 

 

 

 

 

 

등대에서 담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작은 커피 판매점이 있는데 창을 통해 들여다보니 턴테이블과 앰프 그리고, LP판이 보인다.

 

 

 

 

 

 

 

 

담길 중간쯤에서 특히 정감이 가는 집이 있다. 나지막한 처마를 가진 슬레이트 집과 좁지만 기다란 마당, 이곳이 친정이어서 본래 집인 윗집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산다는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손사래를 친다.

 

 

 

 

 

아주머니는 가파른 골목길을 명태 반말린 것(코다리)을 들고 힘겹게 올라오셨다. 아주머니의 지난 세월을 들어보니 그 시절의 삶이 모두 그렇듯이 힘겨운 삶이었다. 아저씨는 수년 전에 작고하셨는데 길손이 총각 시절에 근무했던 바닷가의 일터와 인연이 깊었던 직업을 가지셨다.

 

외항선을 타셨던 아저씨가 생전에 길손같은 사람들을 무척이나 원망했을 법한데도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니 정말로 고마웠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대신해서 길손과 같이 생활했던 사람들이 상처를 주었다면 용서를 구하였으나 나쁘게 생각하는 기색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파도가 2~3m만 있어도 건너오지 못했던 현해탄을 500톤급의 낡고 작은 외항선을 타고 들어오면 온갖 간섭을 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원망을 하였을까

 

그렇게 하는 것이 길손에게 맡겨진 사명이지만, 법률로 그렇게 정했으니 심하면 대척점에 서서 단속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었다. 그래도 인간적인 면에서는 서로 살갑게 대했다고 생각한다.

 

늘 부산 영도 집에 가는 차비라도 한다면서 참깨 봉지와 깡통에 든 참기름, 바나나를 넣은 가방을 소중히 가지고 나가면서 아쉬운 소리를 했던 그분들도 이젠 대부분 고인이 되었을 것이니 세상 허무한 생각이 들고, 인생별 것있나 하는 서글픈 마음도 든다.

 

 

 

 

 

마당에 걸린 줄에는 커다란 가오리가 있고,

 

 

 

 

 

처마에는 코다리가 걸려서 어느 고운 님의 입에 들어가 즐거움을 줄 반찬이 되어 주길 기다린다.

 

 

 

 

 

집 지키는 짓돗개가 주인아주머니를 보고 반가워서 길길이 뛰다가 길손을 보고 짖지고 못하고, 꼬리를 말면서 제집에 들어가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정말로 옹색한 판잣집이 있다. 이것은 집이 아니고 거의 텐트 수준이다. 북한에서 내려와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저 집을 지었을 사람의 가슴이 느껴진다.

 

얼마나 큰 안도감을 느꼈을까? 그것도 잠시 또 좁은 터에 많은 식솔을 거느린 현실을 받아들이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집을 짓기 위해 몇 날 밤을 설쳤을까? 길손의 머리에도 닿을 듯한 처마에 두 사람이 누우면 가득 찰 방 안에서 식솔의 행복과 안위를 걱정했을 가장을 생각하면 내 가슴도 먹먹하다.

 

 

 

 

 

떨어져 나간 부엌문 사이로 찬장과 소반이 보인다.

 

 

 

 

 

 

 

최근까지 사용했을 것 같은 푸세식 화장실이 적나라하게 속을 보여준다. 산 중턱에 있는 화장실에서 겨울에는 엉덩이가 앞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에 얼얼했을 것이고, 여름이면 한사람이 앉으면 꽉 찰 좁디좁은 화장실에서 더위와 악취와 고투했을 사람들이 가엾지만, 경외심도 느껴진다.

 

그런데 갑자기 순실이가 생각난다.

 

"순실아! ~

 

너는 어린 나이에 천애고아가 되어 홀로 사는 세상 물정 모르고, 홀로 살아가기에는 사회 경험이 없어 너무 힘든 어리석은 여인네를 너의 애비와 함께 온갖 술수와 꼼수를 사용하여 너희들의 꼭두각시로 만들고, 종국에는 두려움도 없이 이름이 있거나, 이름이 없는 무수한 선열들이 피와 땀을 바쳐서 세운 이 나라를 어찌 그렇게 우습게 보았느냐? 너와 너의 애비 애미가 어리석었느냐? 아니면 이 강토에 사는 우리 민족을 어리석게 보았느냐?

 

 

 

순실아!~

 

네 눈으로 보기에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어리석은 여인네를 간판으로 이용해서 공동정권을 세우고, 별것도 아닌 네 주제에 권력을 쥐락펴락하면 영원히 들통나지 않고, 호의호식하면서 네 자손만대에 부를 이어주리라고 믿었느냐?

 

너와 같이 놀아난 그 여인네에게도 할 말이 많다.

당신이 앉은 그 자리가 어떤 자리더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더냐?

나는 지난 선거에서 당신을 지지했지만, 좋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집권하면 큰 혼란이 올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때로는 섬세한 게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앉은 그 자리는

시시콜콜하게 지시하는 자리도 아니거니와 그렇게 해서도 아니 된다.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지시한다면, 기라성 같은 당신 똘마니들이

무에 그렇게 많이 필요가 있을까? 그냥 순실이를 푸른 집 댓 빵으로 앉히고, 호스트바 출신의 순실이 애인에게는 장관 자리를 하나 주고,

세상 호스트바나 술집을 꼼짝 못 하게 호령하면 되었을 것을~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대기업 중역 자리에 사람 하나 앉히는데

일개 비서관을 시켜서 해도 넘치거늘 어찌 손수 그렇게 했냐?

당신의 집권 기간에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수많은 휘하 군졸들을

어떻게 생각했기에 그런 경솔한 행동을 했나?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불통이 달리 불통이야? 그렇게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고 고집스럽게

하다가 이꼴이 난 게 아니야? 앞으로 그 군졸들은 국가의 법을 집행하면서 국민에게 얼마나 우습게 보일지 짐작이나 했어?

이제 최일선의 계급 낮은 군졸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겪을 고초를

생각하면 참으로 불쌍한 생각이 든다. 

 

순실이 딸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제조업체가 우리나라 굴지의 자동차 업체에 납품을 하도록 두꺼비 같이 생긴 회장에게 여러 번 부탁을 했다는데 그때는 내 자문을 받지 그랬어?

 

그런 정도는 그저 푸른 집에 데리고 있는 제일 밑의 똘마니 시켜서

회장 밑에서 일하는 사장? 아니 부사장? 그것도 필요없어요!!

실세 전무나 상무에게 보내서 부탁하면 돼~

물론 당신 부탁이라고 할 필요도 없어~ 오히려 그렇게 하면

상대방이 믿지도 않거니와 모든 군졸들이 우습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당신이 지엄한 그 자리를 우습게 만들어서 다음에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은 덩달아 우스운 꼴이 될 거야~ 물론 옛날처럼 대우받기는 글렀겠지~ 그래도 서로 하겠다고 지랄발광하는 것 보면 참으로 우스워~

 

 

 

  

다시 푸세식 화장실로 얘기를 돌린다.

 

순실아!~

 

너는 저런 곳에서 엉덩이를 까고, 똥을 누었던 적이 있느냐?

아래를 보면 똥 위에서 서로 똥을 더 먹겠다고 아귀다툼을 벌이는

구더기와 그의 애미인 똥파리 등쌀에 조용히 세상살이 잊고, 얌전히 똥을 싸는 것도 호사라는 것을 너는 알았겠느냐?

탐욕으로 가득찬 니 쌍판을 보니 정말 구역질이 나는구나!

얼마나 자손만대까지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만, 그런 네가 저런 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고뇌를 감히 짐작이나 했겠느냐?

 

 

천지신명이시여!!

도탄에 빠지고,

혹세무민이 횡행하는 이 나라와 불쌍한 민족을 구하소서!!

 

 

 

 

 

 

어떤 아저씨가 작은 텃밭을 쿠바식 텃밭으로 바꾸고, 무엇인가 파종하고 있다.

 

 

 

 

 

 

 

 

 

이리저리 미로 같은 골목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모두 보았다. 고달팠던 민초들의 어려움이 몸으로 느껴졌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들이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눈에 차는 이는 없지만, 제발 이번에는 올바른 지도자를 현명하게 뽑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