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무섭지 않는 고라니
2017. 7. 17. 10:02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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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수 저수지 아래를 오드-아이와 산책하는 와중에 갑작스레 생긴 일이다. 보도 콜리 잡종 견으로 머리가 좋고, 냄새를 맡는데 탁월한 감각을 가진 오드-아이(개인적으로 '오도'라고 부름)가 저수지 둑(못 둑) 아래에서 뭔가의 냄새를 맡았는지 코를 쳐들고 방향을 잡더니 무성한 수풀 속으로 들어가는 찰나에 커다란 무언가가 껑충껑충 달아난다. 성체 고라니인데 다리가 길어서 긴 풀 위를 잘 뛰어서 금방 개를 따돌린다.
저수지 둑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오른쪽 길에는 차량도 많이 다니는데 이런 곳에서 은신을 하는 고라니의 배짱도 보통이 아니다. 아니면 워낙 사람에 만성이 되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불쌍한 오드-아이는 풀을 제대로 헤치지도 못하고 힘이 빠지는데 고라니는 이쪽 저쪽으로 여유롭게 다니면서 개를 놀리고 있다.
개들과 산책을 마치고 헤어진 다음 혼자 내려오는 길옆 어둑한 산에서 고라니가 운다. 쩌렁쩌렁 울리지 않는 것을 보니 어린 개체 같다. 힘도 없는 것이 천적이 없어서 간이 배밖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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