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이 덕지덕지 앉아 있는 중화요릿집-화청궁(華淸宮)

2018. 1. 28. 23:27맛집과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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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이 지산동에 있는 중화요릿집 '화청궁(華淸宮)을 가자는 노래를 몇 달 전부터 불렀다. 새우를 넣어서 만든 것을 기름에 튀긴 멘보샤(?)라는 것이 유명하다고 했다. 사실 길손은 술을 마실 때 중화요릿집을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동을 먹지 않은 것은 언제인지 기억도 없고, 짜장면이나 짬뽕을 먹기 위해서는  집 근처에 가뭄에 콩나듯이 가긴 가는데 나이가 들면서 한국인에게는 밀가루의 주성분인 '글루텐'이 건강에 좋지도 않거니와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길손은 짜장면 등 밀가루 음식을 먹고 고생한 경험이 많아서 중국집에 가는 것이 많이 망설여졌다.

 

오늘 12시 30분에 예약했다고 해서 10분 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곳으로 향하는데 도착 20분 전에 전화가 온다. 주인은 12시에 예약으로 알고 있었다. 아마도 소통이 부족한 것 같았는데 성격이 급한 길손은 머리에 히팅이 된다. 얼마나 장사가 잘된다고 고객에게 성화를 부릴까 하는 마음으로 같이 탄 식구들에게 '삿포로'라는 일식집으로 가자고 하다가 다른 식구들이 대답하지 않아 마지못해 이곳에 왔다. 그러나 이 집의 외관을 보자마자 언짢았던 기분이 눈 녹듯이사라진다. 이렇게 작은 가게에 점심시간 한참 손님이 몰릴 때 길손 일행의 예약시간을 착각했든 말든 도착하지 않는 손님 때문에 애가탔을 주인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비록 작은 가게에 허름하면 허름한 대로 꾸밈없이 손님을 대한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기에 군말 없이 들어간다.

 

 

 

 

 

출입문이 흔하디 흔한 여닫이도 아니고 낡아서 뻑뻑하게 열리는 미닫이 문이다. 

 

 

 

 

 

 

이 사진은 작은 홀에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손님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간 뒤의 모습을 찍은 것이다. 음식 먹는 사람을 가까이서 찍었다가 개인 정보 어쩌구~에 걸릴까 봐 궁여지책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미닫이로 닫힌 방 두 개에서는 돌잔치인지 생일잔치인지 가족 행사가 치러지고 있고

 

 

 

 

 

식당에 들어서면서 느낀 분위기는 화교가 운영하는 것이 확실한데 중국인들이 흔히 출입문 쪽에 붙여놓는 붉은 바탕에 황금색으로 쓴 복(福) 글자가 거꾸로 걸려있지 않아서 화교가 아닌 줄 알았다.

 

 

 

 

 

 

 

 

내가 눈이 나쁜지 멘보샤라는 메뉴는 없는 것 같다.

 

 

 

 

 

 

이게 멘보샤라고 한다. 예약을 하고 갔는데 12시로 알고 있었다고 미리 만든 이것을 내오니 음식이 약간 식었다.

 

 

 

 

 

길손이 식감과 겉모습 보기에는 일본식으로 만든 오뎅 비슷한 느낌이 난다. 새우로 만든 오뎅을 물에 삶지 않고, 기름에 튀긴 것 같은 느낌인데 기름이 많아서 낮이라도 술을 곁들이지 않을 수가 없다.

 

뜨거웠다면 아마도 다른 맛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식당의 진열장에는 겉에 비치된 술은 많지가 않았지만, 연태고량주를 시킨다.

 

 

 

 

 

같이 온 딸이 또 새우 요리를 시키려고 하는 것을 옆에서 듣던 안주인이 멘보샤가 느끼한데 또 느끼한 것을 시키면 안 된다고 하면서 양장피나 팔보채를 권하는데 우리는 팔보채를 시켰다. 나중에 주방에 있는 주방장하고 안주인이 중국어로 얘기하는 것으로 보니 이곳은 '화교'가 운영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길손이 세상을 살면서 남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으로 채득한 사람이다. 특히 영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더 말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약 영업 이익만을 좇았다면, 이 집 안주인은 3가지 요리를 시키려고 하는 우리를 말리지 않았을 것이고, 손님이 느끼하거나 말거나 많이 팔아서 돈만 벌면 그만인 것을~ 그런데 이 집 안주인은 달랐다. 우리가 다 먹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은 말을 하지 않아도 손님에게 깊은 신뢰를 준다. 그것이 고도의 상술일지라도~

 

그래서 그런지 음식에도 정성을 담았을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음식에 담긴 장인의 혼이 느껴진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곳은 음식과 함께 손님에게 신뢰를 팔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 유명하다고 소문도 나고,

 

 

 

 


 

이미 모두 배는 만삭으로 불렀지만, 길손이 우겨서 짬뽕과 간짜장을 시켰다. 요리뿐만 아니라 짬뽕과 짜장면 실력이 어떤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역시나 가는 면발은 먹기에 졸깃한 느낌이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으며, 흔히 짜장면을 먹고 일어나는 알레르기도 발생치 않아 여러가지로 고마운 느낌을 갖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집에 와서도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