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8. 18:39ㆍ살아가는 이야기
이곳은 시골 근동에서도 으뜸으로 보기 좋게 솟은 산이고, 어릴 적 땔감을 마련하려고 지게를 지고, 수도 없이 올랐던 산이다. 특히 이 골짜기는 길고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나무가 모두 벌목되고 휑하게 골바람만 밑으로 불고 있다.
역광이 비쳐서 검게 보이는 부분도 나무들이 몽땅 잘려나갔다. 산등성이 너머에도 옛날에는 외딴집이 여러 채 있었는데 워낙 외딴곳이라 들어와 사는 사람이 없어서 지금은 모두 허물어지고 없다.
작년 여름에 이곳에 놀러 왔을 때는 멧돼지도 쉽게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숲이 우거졌었고, 해 질 무렵이면 인가와 워낙 떨어져 있어 두려움마저 느꼈는데
지난 설 연휴에 이 근처를 왔다가 분묘 이장공고 플래카드가 있어서 장묘업자와 통화하니 이곳은 앞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기 위해서 벌목을 했고, 분묘 이장공고를 했는데 혹시 아는 분이 있다면 연락 바란다고 했었다.
벌목한 현장이 예상외로 넓은 것에 길손은 놀란다. 아무리 사유지이고, 허가를 받았다고 이렇게 해도 상관이 없나? 자연 친화적인 발전을 한다고 환경파괴를 한 이 현장을 보고 어떤 논리를 앞세워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골짜기를 따라 더 깊은 곳으로 올라가니 작은 자투리 밭에 보리가 심어져 있다. 보리쌀을 먹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보리 씨앗을 남길 요량으로 기른 것 같다.
길손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던 산소에는 이장을 권고하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이장공고가 붙어있는 산소의 건너편에도 벌거숭이가 되었다.
저렇게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급한 곳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가 있을까? 만약에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저 산이 무사할까? 만약 산사태가 나고, 토사가 흘러내려서 아래에 있는 큰 저수지가 메꾸어지면 수백명의 몽리자와 또 혹시 모를 저수지 둑 붕괴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관계관청에서는 벌목을 허가하고, 태양광발전시설 설치허가를 내주려고 하는가? 또 애꿎은 공무원들 나중에 이리저리 불려다니면서 고생하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보인다.
이런 현장을 보니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구한 역사가 있고, 지역민들의 靈山이나 다름없는 곳에 작은 이익을 위해 저런 짓을 하다니~ 천인공노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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