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참외의 고군분투

2018. 8. 25. 21:25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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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수지(旭水池) 산책하러 가는 길에 가끔 들러서 쉬기도 하는 어느 이름 없는 작은 공원에 마련된 나무 벤치를 오래간만에 들렀다.






누군가 어떤 덩굴을 나무 의자에 올려놓았다. 왜 그랬을까?







밑으로 내리려다가 자세히 보니 줄기가 의자 밑으로 연결되었다.







줄기가 의자 틈새로 올라와서 태풍이 지나가면서 뿌린 비를 맞고 저렇게 잘 크고 있다.






줄기와 꽃 모양을 보니 예전 어릴 때 서리를 많이 했던 '참외'다. 짐작건대 누군가 이곳에 와서 참외를 먹다가 씨가 의자 밑으로 떨어졌고 그것이 가뭄에 숨죽이고 있다가 최근에 비가 가끔 오니 나름대로 살아보겠다고 싹을 틔웠다가 이번 장마비에 힘을 키웠던 것 같다.






삭은 나무 의자 밑으로 시선을 돌리니 참외가 올라온 곳이 보인다.







주변의 잡초를 제거하니 저렇게 참외가 나온 곳이 뚜렷하다.






그런데 길손이 알고 있는 상식을 깬 것은 줄기였다. 일반적으로 모든 식물은 뿌리 부분이 굵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는데 이것은 그 반대다. 위쪽이 굵고, 아래쪽이 가늘다. 나무 틈새로 올라오기 위해서 가늘게 올라가겠다고 그렇게 마음을 먹은 지도 모르겠다. 틈새로 올라온 곳에 있는 줄기보다 위에 있는 왼쪽 줄기가 분명이 더 굵다. 햇빛을 보면서 광합성 작용을 왕성하게 했기 때문일까?







의자 위와 아래로 보이는 줄기의 굵기가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이미 참외는 끝물을 향해 가고 있는데 이제 뒤늦게 저렇게 꽃을 피워서 겨울이 오기 전에 열매를 맺을 수가 있을까? 하찮게 보이는 참외 줄기지만, 그 생명의 끈질김에 경외심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