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5. 12:00ㆍ맛집과 요리
근 25년 만에 가보는 시내 꿩 요릿집이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은 골목을 들어가니 꿩 요리를 하는 '산골 식당'이 나온다. 팔공산 한티재를 올라가는 길가에는 사육하는 꿩을 파는 식당이 있었는데 마치 전쟁터의 전리품을 진열하듯이 꿩 털이 박힌 껍질을 나무로 만든 커다란 진열대에 오와 열을 맞춰서 걸어 놓았었는데~
주방에 앉아 있는 연세 지긋한 아주머니에게 혹시 계산동에서 대구 총포사를 했던 채모 사장을 아느냐고 했더니 그의 근황을 알려주는데 벌써 자신의 종업원에게 총포사를 물려주고, 지금은 가창에서 전원생활을 한다고 했다. 승용차에 사냥개 한 마리만 데리고 다니면서 꿩 사냥만 했던 채 사장은 눈빛은 살기로 가득했으나 태도가 젊잖고, 의리가 있어서 그와 함께했던 영천지방 사냥터가 문득 생각난다. 당시 그와 나는 논으로 밭으로 때로는 가시덤불이 있는 야산으로 고생을 하면서 장끼 두 마리를 잡았는데 그것의 껍질을 벗겨 나에게 주면서 집에 가서 꿩탕을 해 먹으라고 했으나 꿩 요리를 할 줄 몰랐던 나는 냉동실에 1년이 넘도록 방치하다가 자꾸 수분이 줄어들어 할 수 없이 대충 무우를 넣고, 꿩 국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는 겨울이면 꿩사냥을 해서 가게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 맡겨두고, 손님이 찾아오면 그곳으로 안내해서 꿩 요리를 대접하곤 했는데 아마 이곳 주인장이 그곳의 주인장이었던 것 같다. 계산동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하면서 채사장을 잘 아는 것으로 봐서~ 지역 유명 정치인이 자주 들린다는 이곳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 많은 꼰대가 많이 찾을 것 같다.
골목 풍경하고는 다르게 내부는 엄청 청결하다.
두 사람이 꿩 요리 샤부샤부 小를 시겼다.
샤부샤부가 조금 모자란 듯 했으나
꿩 튀김이 나오면서 부족한 분위기는 풍족함으로 바뀐다.
만두나 칼국수를 남은 육수에 삶아 먹는데 우리는 섞어서 달라고 했다.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좋은 사람이 오면 이곳에 데리고 와서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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