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정재수

2019. 5. 18. 17:00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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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정재수라는 글씨를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시려온다. 아니 눈물이 날 것만 같다.







효자 정재수 기념관은 그가 2학년까지만 다녔던 사산 국민학교 건물에 세워졌다. 사산 초등학교는 1994년 3월 1일 폐교가 되었다.













영원한 어린이로 남은 故 정재수(鄭在洙) 군은 1964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치면, 58세가 된다. 막내 동생과 비슷한 나이의 그와 동시대를 살면서 고난을 겪었던 나는 그의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뼈에 사무친다.  







포스팅을 하면서 주책 없이 자꾸 눈물이 난다. 그가 짧은 인생을 마감했던 흑백 사진으로 남은 갯터 고개 마루, 정재수군은 1974년 1월 22일 아버지 정태희 씨와 함께 경상북도 상주군(현 상주시) 화서면 소곡리의 집에서 약 12km 떨어진 충청북도 옥천군 청산면 법화리에 있는 큰집으로 설을 쇠기 위해 차례상에 올릴 닭을 한마리 들고, 길을 나섰다.


정재수 군의 큰집으로 가려면 보은군 마로면 갈전리(치랏골)에 있는 험준한 고갯길인 마루목 재를 넘어야 했는데 갈전리(葛田里)라는 이름 그대로 야산에 칡으로 가득찬 당시 이 고갯길에는 이틀 전부터 내린 눈이 33cm가량 쌓여 있었고, 기온도 영하 20℃까지 내려갔다 한다. 상주 화서면에서 설 전날 일찍 출발한 아버지와 아들은 치랏골 마을을 거쳐 고개를 넘어가려던 중이었으나 이미 농주를 이웃에서 얻어마셔서 취기가 약간 있었지만, 아마도 추운 날씨에 허기로 인해서 근처 주막에 들러 또 막걸리를 마셨나 보다. 그놈의 술이라는 것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를 수도 있다. 어린 재수는 그저 아버지의 처분대로 따랐을 것이고, 그러다가 제법 취한 아버지는 석양이 뉘엇뉘엇 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재를 넘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서 눈길에 넘어지고 그대로 큰집을 가는 것도 잊고 잠이 들자 검은 고무신과 낡고 얇은 양말은 눈에 젖고, 배고픔과 한기가 재수 군의 뼛속까지 스며들었으나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는 아버지를 살리고자 온갖 애를 썼으나 결국 힘에 부친 재수 군은 아버지가  추울까 봐 자신이 입었던 외투를 벗어서 아버지에게 덮어주고, 자신도 어두워지는 갯터 재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아버지 곁에서 잠을 청했을 것이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러 충북 보은군 마로면 갈전리 백자 고개에서 저제온증이 왔을 것이고, 그는 따뜻한 아버지의 온기를 느끼며 최후를 맞았을 것이다. 아!! 애달프고 슬프다.










정재수 군은 충북 보은군 청산면 법화리 48번지 배실 마을에서 1964년 3월 1일 태어났다. 아마도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고향을 떠나 가족을 데리고 상주군 화서면 소곡리로 이사왔을 것이다.






재수 군이 세상을 등졌을 당시의 2학년 전태금 선생님, 지금은 선생님을 스승으로 대하지도 않고 우습게 보는 세상이 되었으나 당시의 선생님들은 진정으로 제자를 사랑하고 보살폈던 위대한 스승이었다.










입학 당시의 정재수 군의 생활기록부를 보니 그의 아버지 故 정태희 씨는 35세 그의 어머니 김일순 씨는 31세였고, 동생이 3명이 있었는데 기념관에 문의하니 정재수 군이 맏이이고 그를 포함해서 5남매라고 한다. 아마도 2학년 때 동생이 또 태어났던 것 같은데 어머니 김일순 씨는 상주에서 생존해 계신다고 하고 동생들도 잘 지낸다고 하니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논 300평, 밭 800평을 부치면서 젊은 나이에 지아비를 잃고, 어린 자식들과 어려운 생활을 했을 김일선 여사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진심으로 빈다.







정재수 군이 잠든 묘소의 비문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서기 1974년 1월 22일 밤 정재수 이곳에 잠들었으며 이는 경상북도 상주군 화북면 소곡리에 태어났다. 십 세의 어린 나이로 혹한의 눈보라 속에 쓰러진 아버지를 구출하고자 못다 핀 생명을 바쳤으니. 아! 아버지의 영혼을 엎어주던 그 맑은 효행은 뭇 사람의 심금을 울려 길이 후세에 흐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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