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19. 09:30ㆍ살아가는 이야기
어제 북파에서 백두산을 보았으니 오늘 서파는 덤으로 가는 것이다. 아침 꼭두새벽에 호텔을 출발하여 1시간 가까히 숨 가쁘게 이곳에 왔다.
이제 눈에 어느 정도 익은 승합차가 보인다. 그러나 서파를 오르는 버스는 우리의 시내버스처럼 큰 대형버스다.
우리가 서둘러 와서 그런지 차량 탑승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북파(北坡)로 올랐던 길에 비하면 이것은 완만한 경사로 봐야 한다. 버스가 삐거득 삐거득 소리를 내면서 잘도 달린다. 주변에는 나무가 띄엄띄엄 자라고 있다.
작은 산 뒤로 빠꼼이 고개를 내민 산이 백두산으로 짐작된다. 그 위에는 구름이 지나가고 있어서 날씨가 걱정된다. 오늘 서파에서 백두산을 설령 보지 못한다고 해도 애달파 할 이유는 없다.
수목한계선을 지나는가 보다. 나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름 모를 흰 꽃이 눈에 많이 띈다. 추위에 고생하는지 상큼하게 피질 못하고 진딧물이 잔득 낀 무궁화꽃 같았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이미 상당한 높이에 왔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멀리 올라가야 할 길이 아득하게 보이면서 능선에 안개가 끼는 것을 보니 오늘 일기가 많이 불순하겠다는 느낌이 온다.
위쪽을 보다가 아래쪽을 보다가 바쁘다 바빠~~
앞서가던 버스가 문제가 생겼는지 잠시 정차 중이다.
응달이 진 곳에는 거의 1~2m 높이의 눈이 쌓여 녹지 않고 있다.
드디어 1,442계단의 입구에 버스가 도착했다. 중국에서 만든 버스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되겠다. 저렇게 많이 도착해 있으니
먼저 온 여행객들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다. 날씨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뭔 말이여? 900m 1,442계단을 한 발짝 씩 조심해서 올라가라는 거여??
지루하거나 궁금해하지 말라고 5계단마다 저렇게 올라온 계단 숫자를 적어 놓았다. 짱깨들도 제법 깨인 것 같다.
희게 보이는 것은 녹지 않은 눈이다.
참 고단한 삶과 부딪친다.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겪는 눈물겨운 장면이다. 누구는 쉽게 돈을 벌어서 거부(巨富)가 되고, 누군가는 어깨가 패는 고통을 참으며 눈물겨운 삶을 산다. 운명이라지만, 정말 가혹한 운명이다. 저니의 가족들은 저렇게 번 돈을 어떻게 쓸까? 가슴아픈 장면이다.
응달쪽의 산등성이는 온통 눈에 덮여 있다. 오른쪽으로 쭈욱 이어지면 백두산 천지를 둘러싼 화산 봉우리가 연결된다.
가슴 아픈 마음에 돈을 줄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저런 행렬이 많아서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편도에는 400위안(?) 한화로 1위안이 17원 정도 하니 68,000원 정도? 내려오는 것은 300위안?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더 받는다고 한다. 빈 가마가 내려오면서 길손보다 자꾸 타라고 권유하는데 아직 가마 타고 갈 약골은 아니다.
버스가 도착한 곳이 멀리 보인다.
계단 옆에는 어른 키 2개 정도의 눈이 쌓인 곳도 있다.
이제 432계단만 오르면 된다. 힘을 내고 속도를 낸다.
폭우로 경사면이 많이 쓸려나간 것을 볼 수가 있다.
드디어 해발 2,470m 1,442계단을 올라왔다. 안개가 백두산 천지를 감싸는 봉우리를 감싸 안는다.
저 봉우리 오른쪽 아래로 백두산 천지의 장엄함이 펼쳐진다.
천지 주변은 안개가 자욱해지는데 밑으로는 아무렇지도 않다. 참 희한하다.
이 사진은 서파에서 백두산을 보고 내려올때 인데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기상이 이렇게 변덕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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