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있을지 모를 도취자(盜取者)에 대하여 의미 있는 경고(?)

2020. 4. 27. 18:30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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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의 텃밭인가? 아니면 주말농장인가? 큰 대로변에 있는 어느 채마밭이다. 그동안 도취자들이 극성을 보렸나보다. 요즘 산에 가면 산나물이나 약초를 구하고자 혈안인 사람이 많다. 백수가 많은 세상 탓이기도 하지만, MBN '나는 자연인이다'의 영향도 크다. 아마도 몇 번 자신이 소중하게 가꾼 농산물이 양심 없는 인간에게 무단 절취당한 것이 괘씸하기도 하고, 아깝기도 해서 자구책으로 만든 경고문이다.






'정기 감염 주의하세요' 소변 금지와 함께 가위를 그려 넣은 섬뜩한 경고문도 자주 보는데 이 경고문은 아주 소극적으로 경고는 하긴 해야겠는데 혹시나 민폐를 끼칠까 봐 조심해서 쓴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전기 시설도 없고, 전기 철책도 없는데 거짓말로 전기 감전 주의하세요 라고 하려니 양심의 울림도 있었던 것 같다.  


'전기 감전 주의하세요'라고 해석하면서 조금 짠한 생각이 든다. 이것을 보고 이 경고문을 붙인 이의 가방끈 짧음을 탓하는 것도 아니고, 무시하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시골에 살던 우리의 60대 중후반 이상은 당시에 국민학교 졸업(초등학교)을 마치자마자 집의 농사를 돕거나 서울로 돈벌이 떠난 형님과 누나들이 참으로 많았다. 때론 식모살이로 때론 허울만 좋은 양녀로, 또는 일본에서 일감을 가져와서 경사와 위사가 없는 편직물을 짜는 일명 '요꼬'라는 편직물을 짜는 기계 앞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좌우로 기계를 밀었다 당겼다 종일 그렇게 고단하게 돈을 벌었던 불쌍한 우리 누나들!! 그 눈물겹던 시절에 가난 때문에 아니면 동생들 때문에 짧은 가방끈을 고향에 놓고, 괴팍한 주인 밑에서 눈물을 감추며 일했던 형님이나 누이들이 쓴 글 같기에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울컥함이 솟는다.






우리의 누이들이 가난을 떨치려고 상경하여 작은 골방에서 하염없이 편직물을 짰던 요꼬 기계


[사진 출처] https://www.soriaudio.com/index.php?mid=sori_flea&document_srl=46715397 벼룩시장


'요꼬 기계'에 관심있는 분은 이곳으로 가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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