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골 생탁배기

2020. 8. 1. 20:42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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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시 은척면에 있는 성주봉 휴양림을 찾아가다가 일부러 이곳 은자골 생탁배기 공장에 들렀다. 2019년 5월 18일 은척(銀尺) 동학교당을 포스팅하면서 올렸던 은척의 유래에 대해서 상주 문화재 은척면 지(銀尺面 紙)에 올려져 있던 것을 다시 이곳에 옮기자면,

 

은척(銀尺)은(銀)으로 만든 자(尺)로 해석한다. 은척면 남곡리 산 130-1 에는 나지막한 은자산(銀尺山)이 있는데 은자(銀尺) 가 묻혔다는 전설이 있다.  이 지역은 삼국시대에 신라와 백제의 경계지역으로 구전설화에는 '옛날 신라에는 금(金)으로 만든 금자(金尺)와 은으로 만든 은자(銀尺)가 있었는데 이들 자(拓)는 사람의 목숨을 연장하는 것이기에 사람의 숫자가 계속 불어나 식량이 부족하고 하늘의 기운에도 거스르게 되자 임금도 걱정하여 이 금자와 은자를 영원히 감추고자 하였다. 그래서 분실할 염려가 없는 곳을 찾다가 '금자'는 경주의 금척(경주시 건천읍 금척리)에 묻었고, '은자'는 상주 은척면 남곡리의 산속에 활인척(活人, 銀尺)을 묻어 오늘의 은척면과 은자산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경주의 금척은 사적 제43호로 지정되어 있고, 상주의 은척에도 안내 설명문이 서 있는데 문헌설화로서 '금척원의 유래' 또는 '몽금척'으로도 불리고, 구전설화로는 '꿈 잘 꾸어 임금의 사위가 된 머슴'과 '양국 부마가 된 머슴', 그리고 '금대야 은대야' 등의 이름으로 전해온다.

 

그런 연유로 경주시의 건천읍과 상주시 은척면이 '자매결연협약식(2015. 6. 24)을 맺고 두 지역의 지명유래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연계한 마을 단위 문화교류를 시작하였다. 또한 상주의 은척면에서는 시 단위의 큰 행사에 은자에 대한 가장행렬과 은자를 소개하기도 한다.(출처 : 상주 문화재 은척면 紙)

 

 

 

 

 

은자골 막걸리를 많이 접해 보았기에 예전 상주에서도 외진 곳이었고 물이 맑고 좋았던 은자골 막걸리를 어떤 술 도가(都家)에서 만드나 하고 궁금했는데 오늘 그 첫 모습을 보니 역사가 깊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길손은 깜놀했다. 술 도가(都家) 모습이 전원주택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양조장 인근 은척면 우기리 730에는 동학의 남접주(南接主, 동학의 교단 조직인 接의 책임자)인 김주희 선생이 교세 확장을 위해 1924년에 동학교당을 건립하여 1925년 이곳을 본거지로 상주, 문경, 예천 등 경북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일제의 눈을 피해 교세 부응을 도모하였던 곳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동학과 관련된 건물과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남접주 김주희 선생이 이곳 은척면을 택한 것은 아마도 지역이 험준한 분지 형태의 지역으로 적의 공격을 피하기 쉽고, 몸을 숨기기에 용이한 점을 전략적으로 택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역사성에다가 은척의 물맛이 더해지니 명품 막걸리가 탄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양조장에 도착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부탁한 것이 있었다. 물론 무례함을 무릅썼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다시 그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떼를 쓴 것이나 다름이 없다. 술을 거르기 전의 막걸리 원액인 '모래미' 또는 '전다지(사투리로 이렇게 불렀다)'를 부탁했다. 은자골 양조장의 전다지를 꼭 맛보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노~!!"였다. 모래미가 언제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포기할 길손이 아니다. 탁배기 도가에 도착해서 여러 인연을 들어서 간절히 부탁하니 작은 막걸릿병에 한 병을 담아 준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은자골 탁배기 공장 앞에는 이렇게 잘 가꾼 정원이 있는 집이 있다. 사장 내외가 사는가?  

 

 

 

 

은자골 생탁배기 6병을 샀다. 2016년 우리 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그 유명한 막걸리다. 

 

 

 

 

이 병에 담긴 것이 모래미, 전다지다. 쌉쌀한 맛이 일품인 모래미를 낮술로 많이 마시면 지 애비도 몰라본다는 말이 있다. 한창 때 열 명이서 이것 다섯 되를 구해다가 사발로 몇 사발 씩 들이키고는 인사불성으로 헤맸던 기억이 있다. 저녁에 성주봉 자연휴양림에서 정말 맛있게 마셨다. 

 

 

 

은척양조장 옆에 은척교회가 있었는데 자료를 검색해 보니 양조장 임주원 대표는 독실한 신앙인으로 1995년 2,000평에 이르는 땅을 은척교회에 부지로 헌물 했고, 같은 해 건축 헌금 2억원으로 지금의 2층 성전을 건축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