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들리 너구리(?)

2020. 8. 31. 17:04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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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과 동영상은 어제(8월 30일)것이다. 제목에는 너구리가 나오는데 왜 갑자기 집 기러기인가? 왼쪽 기러기는 정상인데 오른쪽 기러기는 개가 공격했는지 아니면 너구리가 공격했는지 오른발 물갈퀴가 없는 상이 군인 기러기다. 이 녀석들은 원래  '가전지' 물 너미 부근 저수지 바로 옆에서 밤을 보내는데 어떤 연유인지 최근에는 물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피난 왔다. 그리고 잔뜩 긴장한 채로 자지도 않고 서성거린다. 필경 저수지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였다는 것을 얘들의 몰골을 봐도 쉽게 알 수가 있다. 

 

길손의 추정으로는 너구리가 어제오늘 있었던 것도 아니고, 기러기도 나름대로 덩치가 있어서 너구리에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저수지 물 너미 주변에서 마음 놓고 잠을 잤는데 지금은 그런 태평성대가 아닌 것 같다.

 

저번에 올린 동영상에서 본 것처럼 이 저수지에는 수달이 살고 있는데 아마도 수달이 이 기러기를 공격하였던 것 같다. 너구리가 공격하면 물로 들어가면 되는데 수달이 공격하면 물에 들어가면, 더 위험해질 것이기에 이렇게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농고에서 어떤 조치를 조속히 취하지 않으면 기러기 인생(기러기 생?)도 곧 끝날 것으로 보인다. 

 

 

 

 

 

너구리는 언뜻 보면 어리석게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음흉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어리숙해 보여도 제 이익은 다 챙기는 사람을 보고, 어당팔(어수룩해도 당수가 팔단)이라고 부르는데 그 어당팔 같은 사람을 다른 표현을 빌린다면, 너구리 같은 놈이라고도 하는데 한마디로 엉큼하고 능글거리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나쁜 표현으로 '너구리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너구리가 나를 기다리다가 나타나는지 웬만하면 그곳에 갈 때 너구리가 자주 눈에 띈다. 며칠 전에 수달과 조우했던 곳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너구리 가족이 눈앞에 보인다. 휴대폰 암호를 풀고, 카메라 앱을 누르고, 자동 플래시를 켜고 그렇게 꾸물거리는 동안에 가장 너구리는 저만치 앞에 가고, 그의 식솔 두 마리는 왼쪽 울타리 근처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길손을 쳐다본다. 물론 안광이 불그레한 빛으로~ 수달은 파란색이었는데 너구리는 빨갱이인지 눈이 빨갛다. 요즘 세상은 늙은 빨갱이, 젊은 빨갱이 왜 그리 빨갱이 사상을 가진 것들이 많냐? 너구리 니들도 빨갱이 물이 들었냐? 정말 지겹다!!

 

 

 

 

 

45~50년 전에 인근 산에 지게와 톱, 그리고 낫을 가지고 땔감을 구하러 많이 다녔다. 가깝고 낮은 산에는 이미 아녀자들이 긁어가서 없으니 우리는 멀리 있는 큰 산으로 나무를 하러 다녔다. 그러는 와중에 늑대인지 승냥이인지 개 비슷한 동물도 보았고, 너구리도 보았는데 이 너구리가 참 너구리다웠다. 도망가려면 멀리 빠르게 도망을 가든지 꼭 아픈 강아지처럼 조금 도망가다가 서고, 따라가면 또 도망가다가 일정 거리가 되면 멈추고, 잡힐 듯, 말 듯, 이런 짓을 하는 바람에 이미 고인이 된 어떤 친구는 이것을 잡겠다고 큰 산등성이를 두 개나 넘고도 너구리를 놓치고 돌아와서 몸살로 여러 날 앓아 누었던 일도 있었다. 오늘도 그렇다. 따라가면 슬렁슬렁 도망가다가 눈치를 보고 섰다가 또 도망가다가~  다음에는 먹을 것을 가지고 가서 프랜들리 너구리로 만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