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구리'도 살기 힘들다.
2021. 1. 12. 20:50ㆍ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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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오래간만에 대구농업마이스터교에 산책 갔다. 아직 어두워지기 전이어서 너구리가 궁금하던 차에 숲 쪽을 보며 걷는 데 아니나 다를까 그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산책길로 나왔다가 나와 아이 컨택을 한 후에 잠시 길을 벗어나서 길손을 쳐다본다.
아마 많이 굶주렸나 보다. 바닥에 뭔가 있는지 연신 코를 박고 먹이질을 한다. 5m 정도의 거리에서 나의 숨소리가 들릴터인데도 불구하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길손을 애써 무시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먹다가 피부 각질화가 진행하는지 연신 뒷다리로 몸통을 벅벅 긁는다. 안타깝다. 손에 잡히면 피부약이라도 발라줄 것인데~ 그러나 너구리를 만지려다가 물리기라도 하면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어서 아주 조심해야 한다. 애완견을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애완견과 너구리가 싸우다가 애완견이 물리면 애완견도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다.
저 녀석이 있던 자리에 다음에 오면 먹을 것이라도 가져다 놓아야겠다. 이 추운 겨울을 나기가 어디 그리 쉽겠나? 사람이나 짐승이나 참 어려울 때다. 너구리는 집값이 오르든 말든, 주식이 폭등하든 말든 걱정하지 않겠지만, 추위와 배고픔에는 장사가 없지 않겠는가? 워낙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니 피해도 피할 수도 없거니와 그냥 체념하고 사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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