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3. 17:23ㆍ취미이야기
구룡대 CC에서 라운딩하기가 계룡산에 사는 전설의 아홉 용을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 거의 2년 동안 공을 들여도 부킹이 되지 않아 애를 태우던 차에 다행이 대전에 사시는 너그러운 귀인이 있어서 그의 배려로 오늘 이곳에 당도한다.
예비역 병장 출신이다. 군대라고 하면, 뭔가 뒤로 숨기는 것 같고, 음습한 것 같기도 하고, 생사람 잡는 것 같고, 뭐든지 보안이라고 쉿 하면,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하는 분위기 때문에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군 체력단련장 뭔가 알쏭달쏭, 고개가 이리 갸우뚱, 저리 갸우뚱 앞으로 좀 투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클럽하우스로 향한다.
미리 알아보지 못해서 그랬다. 라커룸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해서 주차장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기쁜 마음으로 암용추 코스로 들어간다. 그런데 용 암컷과 수컷이 어떻게 다른지 아직 길손은 모른다. 그래도 내가 수컷이니 암용추로 먼저 들어가는 것이 좀 낫지 않을까?
1번 홀이 아니라 10번부터 시작한다. 페미니스트들이 입에 거품을 물겠지만, 암용추를 1번으로 하는 것이 좋겠어?
티박스에서 페어웨이를 보는 순간, 앞으로 이런 상태라면 드라이버 티샷에서 무조건 OB는 없다고 낮게 읊조리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공을 티 위에 꽂는다. 역시 티샷은 흰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이곳에 오기 보름 전쯤에 핑 G410 드라이버 페이스가 깨져서 무상 수리를 위해 서울로 보냈는데 그게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예전에 쳤던 고반발 채로 치니 약간 슬라이스가 나면서 멀리 오른쪽 소나무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러나 OB는 면했다.
멀리 계룡산 상봉이 눈에 들어온다.
모두 좌 그린으로 정해져 있어서 137m를 쳐야 하는데 뭐로 칠까 고민하다가 7번으로 살짝 발랐더니 그린 앞의 헤저더에 간당거린다. 일행이 잠정구를 치라고 해서 이번에는 6번으로 조금 힘을 넣어 발랐더니 그린 왼쪽 뒤로 살짝 떨어진다.
바람이 세게 분다. 계룡산 근처에는 과실나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람이 워낙 세서~ 왼쪽으로 도는 도그렉 홀인데 앞에 치는 젊은 아짐씨들이 꾸물꾸물하여 자꾸 밀린다. 이곳에서는 왼쪽 경사진 능선 밑으로 공을 보내면 멋지다.
이런 홀이라면 눈감고 쳐도 OB는 나지 않겠다. 웅장하고 멋스러운 산세와 더불어서 공까지 잘 버텨주니 기분이 아주 완벽하게 짱이다.
중년 아줌마들의 행동이 아주 굼뜨다. 한참을 기다린다. 장교 부인들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누구는 2년간 별 짓을 다해도 부킹을 하지 못했는데 이곳의 골프 부킹도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마는지
이런 곳에서는 드라이버 채가 부러지도록 힘껏 쳐보세여~ 아니면 드라이버 헤드가 깨지도록~
그늘집에서 막걸리 한잔을 걸치고, 숫용추 코스로 올라선다. 암용추는 짧고 아기자기 하다면, 숫용추는 길고 웅장하다고 했는데
우리는 왼쪽 그린만 보고 간다. 여기서 작은 실수를 한다. 앞에서 비치는 햇볕 때문에 티샷 때 공을 놓쳤다. 다른 일행도 내가 친 공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잠정구를 치고 카트를 타고 조금 이동하니 70m 떨어진 오른쪽 경사에 공이 살아 있었다. 급격한 슬라이스가 난 것으로 짐작한다. 타구가 워낙 빠르게 나가니 모두 보지 못했다.
멀리 계룡산 상봉이 눈에 들어온다. 신령스러운 이 신도안 땅에서 자연의 기를 받으면서 라운딩하는 그 기쁨과 보람은 어디에도 견줄 수도 없다.
지나온 1번 홀을 뒤돌아본다.
엉덩이가 무거운지 느려도 정말 느리다. 바람은 많이 불고
라운딩하고 돌아와서 바로 복기를 해야 하는데 며칠을 논산 상월에서 지내고 오니 기억이 가물거린다. 파 3홀인데 바람도 불고, 상당히 길게 느껴져서 5번 유틸리티로 쳤는데 다행히 온그린이 되었다.
대기실 투구 꼭지 오른쪽으로 두 번째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그 밑에 육군본부 등이 있는데 그래서 길손이 보기에 천하의 명당으로 보였다.
아주 넓고 긴 파5 롱 홀이다. 계룡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이기면서 공이 날아가야 한다. 바람이 없었으면 좋았겠지만, 티샷한 공이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드라이버도 잘 맞고, 5번 우드도 장쾌하게 맞는다. 비결은 딴 것은 없다. 그립을 약하게 쥐고, 그립 끝이 골라인을 보도록 하면서 천천히 백스윙 탑을 만들면서 일정한 템포로 몸통을 돌리면서 때리면 그만이다. 여기에다가 왼팔을 꼿꼿하게 펴서 스윙 아크를 크게 한다면 금상첨화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려고 한다. 이제 끝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이곳에서 '오잘공'이 나왔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았던 고반발 팀 요시무라 드라이버가 제값을 한다.
퍼트를 빨리하고, 4번 홀 그린 방향에서 상봉을 본다.
그린에서 퍼트를 하시는 저분은 길손보다 띠동갑 정도 아래인 나이에도 불구하고, 싫은 내색 없이 밝은 성품과 넓은 도량으로 함께 해주신 저 선생님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같은 남자가 보아도 키가 훤칠하고, 아주 미남인 데다가 넉넉한 성품까지 겹으로 갖추었으니 저분의 장인 장모가 얼마나 흡족해하실까? 정말 많은 라운딩을 했지만, 저런 사람을 만나는 인연도 가뭄에 콩이 나 듯이 하는 것이다.
18홀 끝까지 슬로우 슬로우 퀵퀵? 라운딩의 맥이 끊겼다. 이어졌다. 개(犬)발에 땀이 나다가 식다가~ 왼쪽으로 휘는 도그렉 홀인데 길손은 분수가 올라오는 곳으로 정직하게 치고, 다음 투온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앞 팀의 여성이 티샷하는 곳으로 공을 보내면 아주 좋다. 길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여성과의 라운딩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가을이면 얼마나 좋겠나? 라운딩하는지 주변 경관을 구경하는지
페어웨이가 시원하게 뚫렸다. 경비행기도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하겠다. 정말 감사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우드가 제 기능을 발휘해서 180m를 훌쩍 넘긴다.
해가 넘어간다. 라운딩도 마지막을 고한다. 티샷은 잘 갔으나 왼쪽 경사지에서 우드로 친 샷이 급격히 오른쪽으로 휘면서 OB 말뚝 근처까지 같지만, 다행히 OB는 면하고, 또 그곳에서 친 샷이 벙커로 향했다. 체력이 고갈되었나?
해가 지려고 하니 바람도 세게 불고, 체온도 덩달아 낮아진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정말 기분 좋은 하루를 마감한다. 아듀~ 구룡대여! 언제 다시 볼 수가 있을까? 다시 오마 계룡산아! 다시 오마 구룡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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