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公職)이 무너진다!!

2025. 2. 17. 14:35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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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公職)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고, 세상이 무너지는 중이다. 가장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야 할 기자가 기자 정신을 잊고, 왜곡 보도, 조작 보도를 태연히 한다. 특히 야당을 지지하는 언론이 더 그렇다.

 

언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참 아까운 인재를 하나 잃었다. 문체부에서 말이다. 나는 문체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깊이 모른다. 그저 이름 그대로 문화와 체육 관광을 주관하는 부서쯤으로 알고 있다. 과거 박근혜 탄핵 사건 때 그를 음지에서 돕던 최 모라는 여인을 통해서 문체부가 또 다른 복마전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었다.

 

책의 제목이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이다. 사실 120만 명의 공무원 중에서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공무원이 몇이나 될까? 열 손가락 안에 들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편하게 먹고 살기위해 들어온 것이 아니더냐? 저자는 최근 2023년도까지 문체부에 근무했던 4급 서기관 출신 노한동 씨다. 행정고시가 어떤 시험인가? 집안의 경사였을 공무원이 공직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필경 무슨 사연이 있으려나? 그러나 특별한 사연은 없고, 글쓴 이의 아주 사려깊은 생각에 찬사를 보낸다. 

 

 

 

 

위의 글이 그가 공직을 박차고 나온 이유다. 

 

박봉으로 일하는 공무원의 최대 소망은 승진하는 것이다. 승진을 해야 본봉도 올라가고, 수당도 덩달아 오른다. 그리고 일의 중요도가 차이가 난다. 그래서 9급에서 8급 승진도 치열하다. 근평을 잘 받아야 승진하기에 상사에게 찍히면 승진 순서는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오죽하면 10여 년까지도 공직사회에서 회자하는 말이 있었다. 나이도 많은 40대 후반이나 50대 초중반의 늙은 6급(주사)이 승진하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바로 위의 직속상관 5급 과장의 구두 끝을 혓바닥으로 닦아서 광을 내라고 하면, 혓바닥으로 닦는 시늉이라도 해야 승진한다고 하였고, 심지어 그런 몰상식한 상사의 공사(公私)를 불문한 괴롭힘에 병원 신세진 사람도 많다. 그런 세태에서 공무원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알리고자 그 좋은 직위도 마다하고 삭풍이 도도하게 부는 벌판에 나선 노한동 전 서기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글의 1/3을 읽었다. 노한동 전 서기관의 심적인 고통이 느껴진다. 언젠가 국민을 대상으로 직업의 신뢰도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1위가 성직자고, 2위가 선생님을 포함한 공직자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아주 착한 장사꾼 한 명을 악바리 공무원 10명이 이기지 못한다고 했을까?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부패한 일부 부처의 공직사회에서 자주 회자하는 말이 있었다. 부하 직원 중에서 어떤 직원이 가장 좋다고 느끼느냐? 라고 물었을 때 보통은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은 3등이었다. 그러면 1등은 누구냐?  1등은 뇌물수수 등의 사건이 터졌을 때 빽(권력)을 동원해서 사고를 잘 수습한 공무원, 2등은 돈을 잘 갖다 바치는 공무원, 3등은 예의 일을 아주 잘하는 공무원 순이라고 했다. 나도 그말에 공감한다.

 

윗사람은 그 자리에 있을 때 밑의 직원이 일을 잘해주면 그 보직에서 편안하게 있다가 보통 영전을 하든지 승진한다.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잘 보좌하여 자신을 돋보이게 만든 부하도 돈을 갖다주는 공무원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예전에는 상사의 휴가 때는 휴가비를 봉투에 넣고, 외국 출장 때는 여비에 보내 쓰라고 봉투에 넣고, 일이 있을 때나 정기적으로 상납해야 근평을 잘 받고 승진하는 때였으니 일만 꾸역꾸역한 바보는 언제나 승진이나 보직 경쟁에서 밀린다. 역설도 이런 역설이 없다. 

 

다면평가( 價) 말 그대로 여러 면에서의 평가다. 곧이 곧대로 살았던 필자 노한동 전 서기관은 이곳에서 인간적으로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이고, 공직 생활에 환멸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다면 평가는 위로부터의 평가, 아래로부터의 평가, 같은 직급 수평 동료의 평가를 합친 값으로 공직자를 평가하는데 실적보다 분칠하는데 더 열심이었던 노 모 대통령이 도입했던 제도였다. 도입 당시에 정통부(?) 진대제 장관이 그 제도는 이미 삼성그룹에서 도입하였다가 실패한 제도여서 도입에 반대를 하였다고 하는데 노 모라는 통치자는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무리하게 공직사회에 도입하였다가 결국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지 그 제도가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고 들었다. 

 

그때는 이런 말도 나돌았었다. 소장인 사단장이 중장인 군단장 진급을 위해서 부하인 연대장들에게도 잘 보여야 하므로 술을 사고, 밥을 샀다는 얘기다. 이런 군대가 명령계통이 온전하겠는가?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반 행정부에도 비일비재했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부산에 사는 6급 공무원이 5급 사무관이 되려고 다면평가를 위해서 서울, 대구, 인천, 대전, 광주까지 개인적으로 연가를 내고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을 일일 찾아가서 밥을 사거나 사무실로 찾아가서 눈도장 찍은 사례도 있었다. 

 

노한동 전 문체부 서기관은 그저 정무 감각(?)이 약간 부족했거나 자신의 신념을 굳게 믿은 탓에 보직에 밀리고, 승진에 밀리니 명색이 서울대 출신인데 얼마나 자존감이 급전직하로 추락하였겠나? 나는 이 책을 보면서 공직사회가 어떻게 저렇게 비슷한지 깜짝 놀랐다. 오죽하면 복지부동, 복지 안동이라고 하였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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