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4. 23:00ㆍ지난 날의 추억
군생활 시작 후에 벌써 두번 째의 가슴아픈 이별을 하고, 최전방으로 향하는 팀들은 단체로 열차로 움직이고, 다른 지역은 개인출발을 하도록 조치가 되었습니다.
나도 조금 의아 하지만 탈영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아마도 후반기 교육까지 무사히 마치고 최전방도 아닌 곳에 가는 병사들이 도망가면 제 손해일 것이 뻔할 것인데...
아마 그렇게 믿고 보낸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고향까지 무엇을 타고 왔는지 정확하게 기억에는 없습니다. 기차인지 버스인지 오로지 기억이 나는 것은 입대하던 5월달은 40년 만의 가뭄이니 그러다가 8월이 되니 이건 장마도 보통 장마가 아니었습니다. 참 해괴한 일이지요. 밤 중에 황톳물이 범람하는 냇가를 택시를 타고 건너서 집에 도착하니 할머니와 어머님은 주무시다가 일어나서 황망한 가운데서도 천하에 둘도 없는 손자, 아들을 군대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시던 분들이 반가워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내일 저녁까지 사령부로 가야되니 내일아침이면 또 일찍 일어나서 출발을 해야됩니다.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늦도록 얘기하고, 아쉽지만 비가 쏟아지는 아침 또 경기도 오산을 목표로 출발하였지요
지금 같으면 KTX가 있어서 느긋이 가겠지만 당시는 경부선을 타기 위해 가까운 역으로 가야했고,
그곳에서 무궁화를 타고 오산으로 향했습니다.
오산에 도착하여 일단 싸움닭 비행기들이 많이 뜨고 내리는 비행장으로 향했습니다. 정문에 도착하니 코쟁이들 옆에서 국산병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전국에서 후반기 교육을 따로 받고 정문에 도착한 30여명의 이등병들이 여러가지 절차를 마치고, 정문을 지나니 인솔하던 병장인지 상병인지 몇명이서 갑자기 외칩니다.
" 지금부터 저 위에 보이는 언덕 위까지 오리걸음으로 올라간다. 오리걸음 실시~~"
"......................?"
이건 또 뭐야? 자대에 오자마자 환영식치곤 참 더럽기도 하고, 요란합니다.
정문에서 한국 공군들이랑 미군들한테 쪽 팔리지도 않나??
그리고 뭐 이건 땅개라고 스스로 우세 당하려고 작정을 하나? 참 더러워서~~
퍼뜩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 새끼들이 죽을려고 환장을 하나? 빨리 오리걸음 해!!!! 너들 안에 들어가면 죽는다아~~~!!!"
그렇게 잠시 비 갠 아스팔트를 따라 삐짓거리면서 오리걸음으로 올라갔지요.
사령부에 도착을 하여 2~3일 인가 머물고 있었는데 미군막사들은 뭣진데 우리 막사들은 후줄근하게 보였습니다. 그때 카투사로 근무하는 병사들이 살짝 부러워지기 시작했지요.
2~3일 후에 다시 집합명령이 떨어집니다. 또 뿔뿔이 흩어질 것입니다. 나는 다행이도 고향쪽 가까이 있는 부대로 전출명령이 났습니다. 정말 뛸듯이 기뻤지요. 아~~ 이게 꿈이냐? 생시냐?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아니 내 만세다!!!!
다시 거꾸로 내려오는 열차를 타고 기쁜마음으로 현재 내가 살고있는 도회지로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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