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친구와 방앗간!!

2011. 8. 26. 19:55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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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0년 동안 만나지 못한 고향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근동에 있는 농민들이 수확한 벼를 도정하여

흰 쌀밥을 먹도록 지대한 공헌을 한 "방앗간" 둘째 아들이었다. 워낙 친하게 지내다 보니 우리집보다

그 친구집에서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시골에서 "양조장"이나 "방앗간"을 하는 집은 대체로 부유하였고, 우리가 보리밥을 먹을 때

그들은 흰 쌀밥을 먹고 살았다. 도정하는 날엔 온 동리가 쿵~ 쿵~ 하는 발동기 소리로 요동을 쳤다.

그 발동기는 1 기통 직립 원동기였는데, 주물로 만들어진 둥근 큰 휠이 양 쪽에 달렸고,

시동을 걸 때에는 한사람은 휠 중앙에 있는 구멍에 크랭크 처럼 생긴 쇠로 만든 손잡이를 끼우고

그 손잡이에 다시 길다란 밧줄을 걸어서 한사람은 오른팔로 회전운동을 한사람은 밧줄로 직선운동을 하면서 회전운동을 돕는데 원동기 코를 누르다가 휠이 탄력을 받아 몇바퀴 돌면 코를 탁 놓는데 그 때 바짝 힘을 써서 두어바퀴를 더 돌리면 "치~쿵"하는 소리와 함께 손잡이는 뒤로 빠지고,

커다란 휠이 서서히 속도를 붙이면서 돌아간다.

 

원동기와 정미기들이 설치된 곳과는 길고 넓은 벨트가 걸리는데 이것을 "피댓줄"이라고 하였다.

그 피댓줄은 잘 벗겨지지 말라고, 검은색 콜타르를 가끔씩 나무 작대기에 뭍혀서 발라주곤 하였다.

때때로 그 피댓줄을 원동기에 붙은 작은 플라이 휠에 걸어야 하는데 이게 굉장히 위험하고,

요령이 있어야 했다. 피댓줄을 사람머리 정도 들어갈 정도로 동그랗게 만들어서 왼손으로

그 형태를 유지하고 오른 손으로는 작은 플라이 휠에 서서히 밀어넣는데 이런 작업을 하다가

윗 옷이 끼어 사람까지 피댓줄에 빨려 들어가서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종종 발생하였다.

 

그 친구는 우리하고 신나게 놀다가도 그의 부친이 "오늘 방아찧으니 방앗간으로 와라!"하는 명령을 듣는 순간 그는 바로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소음으로 가득하고, 먼지로 가득찬 방앗간에

몇시간 일하다가 나온 몰골을 보면 이것은 탄광노동자 비슷하게 머리며, 옷에 쌀겨 먼지투성이로

눈만 빠꼼하다. 그러니 그 친구는 방앗간에 손님이 오는 날을 가장 싫어했다.

 

그렇게 친했지만 고향 나쁜 선배와 어울리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신의를 잃고 고향에도 친구들 모임에도 일절 나타나지 않는 친구가 야속하기도 하고 그렇다. 물론 연락처도 모른다. 살아있는 것은 분명한데도 말이다.

 

항상 넉넉한 미소와 남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나에게 남아 있는 친구~~

"재신아!!  언제 얼굴 한번 보겠니?? 넌 술도 잘 못마시니 만나서 차라도 한잔했으면 좋겠다!!"

막걸리 한잔에도 온 세상 술을 모두 마신 듯 온 얼굴이 벌개졌고, 쌍꺼풀 눈이 앞으로 튀어나온

친구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보고잡다~~ 친구야~~!!

 

 

 

친구의 방앗간에서 사용했던 같은 종류의 발동기, 직립이며 피스톤이 상하로 움직인다.

[그림출처 : 귀농사모 '치악산 촌넘' 님의 글]

 

 

 

www.youtube.com/watch?v=hSXd40akMjo

 

 

 

 

 

 

 

 

 

 

 

 

 

시골 방앗간과 관련된 좋은 글이 있어서 퍼왔습니다.

 

https://blog.daum.net/hadongpogu/123859

 

중전마을 방앗간

가을걷이 끝난 들녘에는 언제나 찬바람만 쌩쌩 불며 쓸쓸하다. 하지만 일년 농사 끝내놓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온 가족들 빙 둘러앉아 저녁밥 먹는 생각을 하게 되면 행복이 넘친다. 80년

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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