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9. 21:32ㆍ살아가는 이야기
혼돈과 무질서를 떠나 모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그곳은 비록 가난하고, 질곡의 시절이었다고 해도 가슴 속에는 언제나 영혼의 안식처다.
뒤로는 병풍같이 큰 산이 둘러싸고 앞으론 큰 들판이 앞가림하는 곳
빈번히 가지 못해 때론 안타까움을 더하는 곳
멀리 구름이 산 정상을 가리고 있다. 그 산 아래에 어릴 적 꿈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곳이다.
50년 전에 보았던 그대로 서 있는 감나무, 뭔가 흰 것이 달려있다.
마을 뒷산에 있는 대나무밭, 주인몰래 베어다가 딱총을 만들어 놀았다. 팽나무의 작은 열매 2개를 대나무 통에 넣고 작대기를 통 속으로 밀면 공기압축으로 팽나무 열매가 "딱" 소리를 내며 나간다.
그것으로 지금의 장난감 비비탄 총처럼 가지고 놀았었지~
고향 후배가 관리하는 축사다. 한우를 키우는데 전부 앉아 있다가 낯선 이의 인기척에 우측으로 보이는 소가 일어선다. 그넘 예민하기도 하지~ 덩치에 비해 두려움이 많은 짐승이다. 세살배기가 고삐를
잡고 끌고가도 아무런 저항 없이 따라간다.
코에 땀이 송글송글하다. 뭐하러 왔~ 소?? 놀러 왔~ 소??
콧물도 조르르 나왔네 그려~~!!
뭔가 특식을 기대한 모양인데 기대를 져버려서 미안하기 짝이 없다. 짚은 흔하디흔하여 냄새만 맡고
먹지는 않는다. 아마 고소한 사료를 기대했나 보다.
젊었을 때 약주꽤나 좋아하고, 술주정으로 할머니의 속을 꽤나 썩였던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혼자 계시던 할머니도 머지않아 세상을 버린 후, 거처하던 작은 집도 쓸쓸히 서 있다가 슬픔을 못 이기고 무너져 내렸다. 앞쪽에는 누군가 귀촌을 염두에 두고, 조립식 건물을 가져다 놓았다.
저 대나무밭 아래 공터는 내가 두고 두고 기억해야 할 곳이다.
항상 금줄이 걸려있었던 당산나무, 그러나 지금은 보이지 않아 서운하다.
언젠가 벼락을 맞았다고 하는데, 그 후로 쇠잔해져서 그 기품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가지런했던 제단도 무너지고~
쇠약한 가지는 굽어 땅에 닿아 있고,
위풍당당하던 그 모습을 이젠 더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새앙쥐 뒤주 간 드나들 듯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친구 집도 주인이 떠난 30년에 폐허가 되어간다.
마당 앞 감나무 위에 지은 까치집도 외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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