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2012. 5. 28. 17:11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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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부처님 생신날(?)이다. 그래도 명색이 종교란에 불교를 적으면서 가까운 절에라도

다녀오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선다.

 

그저 다람쥐 쳇바퀴처럼 사는 인생이지만 올해는 뭔가 돌파구가 열려야 한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집착을 업고 집을 나섰다.

 

무작정 작은 배낭 하나 메고 나선 길 어디로 갈지 목표가 없다. 오늘 청계사를 가 볼 작정이었지만

땡볕에 시멘트길을 한참 걸어가야 할 길이 간수친 두부 누르는 돌처럼 가슴을 누른다.

그러면 수정사를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산입구에 들어서서 무작정 수정사 방향으로 걷는다.

대구-부산 신고속도로가 바로 좌측 밑으로 지나간다. 길은 없다.

다행이 시멘트로 만든 배수로를 따라 인적없는 길을 한참을 걸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등산로가 보이고 이제는 그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참한 참나무길이 나왔다. 평탄한 인생길이 펼쳐진다.

 

 

길을 따라 걷다보니 대웅전 뒷편이다.

 

 

고수래한 것으로 보이는 음식찌꺼기 새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사찰을 정문이 아닌 쪽문으로 먼저 들어간다. 법도에 맞지 않겠지만 남천문이란 곳으로 들어선다.

 

 

남천문 지나자 마자 좌측에 미타전이 있다.

 

 

대웅전이다.

 

 

 

산신각 입구인데 분위기가 참하다.

 

 

우매한 신도들을 위한 산신각과 칠성각이다. 토속신앙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개신교가

불교를 공격할 때 우상숭배한다고 침을 튀기는데 불교는 우상숭배를 전혀 하지않고, 깨달음에 이르는 사람이 부처가 되는 것이다.

 

봐라!! 이것이 증거아닌가? 우상숭배가 생각난다면 이곳 산신각이나 칠성각에서 손을 비비면 그만이다. 교회에서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 사업을 위해 기도한 적이 없던가? 모두 기복 신앙이지만

불교는 친절하게도 무지몽매한 신도들을  위해 따로 칠성각이나 산신각을 세워놓았다.

 

 

 

조촐하고 소박한 장독대가 이 사찰이 규모가 크지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꼭 가정집 장독대

같다.

 

 

텃밭으로 나가는 쪽문도 소박하다.

 

 

요사채 뒷켠인데 가정집과 흡사하게 생겼다.

 

 

뒷뜰에 있는 화장실도 소박하다. 좌측은 남녀공용으로 보이고 우측은 서서쏴!! 하는 곳으로 보인다.

 

 

 

 

시계를 보니 오후 2시 가까이 된다. 배낭 안에 점심을 해결할 간식이 있었지만 아직 점심시간인가 보다  좌측에 등을 보이고 앉아 계시는 노보살님께 공양을 청하였더니 아래의 노란 프라스틱 상자를

가지고 와서 음식을 담으라고 하신다. 겉표정은 무뚝뚝하게 생기신 할머니지만 깊은 정이 있는 분 같다.

 

 

물김치가 시원해 보인다.

 

 

 

비빔밥에 김치, 다시마 볶은 것, 물김치가 나왔다. 비빔밥 그릇에는 밥만 보이지만, 그 속에는

취나물, 고사리, 아주까리 나물, 미나리 같은 나물이 정갈하게 들어있다.

 

 

젊은 친구들이 착하기도 하지 설겆이를 하고 있다.

 

 

요사체 스님방 앞에 있는 현판인데 도대체 이게 뭔 字여??

 

 

 

저 위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곳에서 공양을 하면서 옆에 앉아있던 막 공양을 마치고, 입 아래에 붉은 김칫 물을  미처 닦지 않아서 그것을 묻히고 히죽이 웃으며 일행과 담소하고 있는 30대 후반 정도의 처사에게 뜬금없이 물었다.

 

"이 사찰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나도 잘 모르겠어요"

 

" 헐~ ????? " 

 

 이 무슨 시츄에이션??  나도 웃기는 화상이지만, 그 젊은 화상은 더 웃기네!!~~ ^^

나는 절뒷문으로 들어와서 절 이름을 모르고 있지만

 

정문으로 어머니 여동생과 같이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온 사람이 절 이름을 모른다??

세상이 복잡하다 보니 그깟 절 이름을 알아서 뭐하게??!! 하면 해답이 없다.

그렇게 세상사는 것이 현명한 지도 모르겠다.

 

공양을 마치고, 그릇을 직접 설거지를 하고 부리나케 앞문으로 나왔다.

해탈문이라고 되어 있는데 어느 곳에도 사찰이름이 없다.

이런 낭패가 있나~

 

 

바로 윗쪽으로는 정견문이 있고 이곳에도 단서가 없다.

 

 

내가 공양을 했던 원두막처럼 생긴곳으로 다시 올라왔다. 올려다 보니 현판이 있다. 옳거니 이곳에

절의 이름이 있다. "성암산 약수사"  법화종 종단 소속이란다.

 

젠장~  절 이름을 입구에 훤히 보이게 하면 누가 잡아가남??

음~~ 부처님 가르침대로 그렇게 했나보구나 티나지 않게!!

 

 

 

 

비스듬이 누워있는 향나무, 법당이 보기 싫었나? 반대편으로 누워있네~ 고이헌 놈!!

 

 

 

 

 

 

 

사리탑의 모습으로 보아 제법 오래된 절처럼 보인다.

 

 

대웅전 오르는 계단 돌담 위에서 지나가는 중생을 보고 웃고 있는 해태 像, 내가 생각해도 요즘의

내가 웃기는 것 같으니~

 

 

 

거꾸로 내려오면서 사찰을 본다.

 

 

 

 

절 초입에 자리한 어는 가신 님의 유택, 그런데 위용이 보통아니다.

 

 

 

큰 돌 앞면에 새겨진 글

 

 

뒷면에 새겨진 글

 

 

천둥이 세차게 치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돌아오는 길에 보이는 작은 보리밭~

 

보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으로 많다. 너나 없이 먹을 것 귀하던 시절에 그래도 저 까칠한 수염으로

무장한 보리가 없었으면 가난한 사람들을 뭣으로 구휼하였겠나?

 

밀과 보리는 까칠한 가시가 달려있다. 밀보다 보리가 더 까칠하다. 요즘 처자들보다 더 까칠하다.

쌀은 그해 못자리를 하고, 모내기를 해서 가을에 타작을 하여 수확을 하는데, 이넘 보리는 前 해(지난 해) 가을 벼를 수확한 후, 깻골(고랑의 경상도 방언)을 괭이로 파내서 그곳에 보리종자를 심으면

겨울에 싹이난 채로 겨울을 지내는데, 방학 중이라도 학생들은 잠시 동원되어서 파릇파릇한 보리밭

밟기를 한다.

 

추위로 땅이 얼면서 솟아오르면 보리싹이 활착이 잘 되지않아 죽을 수도 있고, 다음해 흉작으로 이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봄이 오면 보리싹이 엄청빨리 자라는데 그 싹이 5월 하순인 지금 저렇게 커서 보리가 익기 시작한다. 보리를 베고 나서 늦 모내기를 하니 빨리 자라줘야 한다.

 

저 보리밭에는 깜부기가 보이지 않으나 보리 깜부기라는 것이 있다. 알이 여물지 전에 곰팡이균으로

까맣게 썩어가는 병이다.

 

                                                        [그림 출처 : 네이버 지식]

 

오후 수업이 끝나고, 배고픔을 참아가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길옆 보리밭에 깜부기가 드문드문 보인다. 보리밭고랑을 조심 조심 들어가서 깜부기를 뽑아서

가시를 뺀 다음, 입안에다 검은부분을 거꾸로 모두 밀어넣어 앞 이빨로 조심스럽게 문 다음

줄기를 서서히 당기면 텁텁한 깜부기 가루가 입안에 남는다.

 

어린 동심들은 철도 없이 그렇게 몇개를 물도 없이 쓴 가루약 먹는 것처럼 그렇게 먹으면서 비포장길로 등하교를 했다.

 

처절하게 가난했던 그 시절이 때론 그립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친구도 그립고, 보리가루로 만들었던 개떡도 그립다. 그러나 지금도 보리밥은 NO 다.

 

헐벗고 굶주렸던 우리들에게 보릿고개를 청산해주신 고 박정희대통령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