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함경도집 - 내공이 대대로 쌓여진 설렁탕!!

2013. 2. 4. 16:56맛집과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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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전역을 나서면서 좌측 건너 큰 도로를 건너면 만날 수 있는 '중앙시장'이다. 2년(?)만에 다시 온 이곳은 새롭게 단장이 되어 과거의 재래시장 분위기는 없고, 웅장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반긴다. 오늘 아침을 먹기 위해 과거에 몇 번인가 방문했던 설렁탕집을 찾는다. 옛모습이 사라져 버려 찾기가 어렵다. 주변에서 순대를 팔고 있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으니 사진 좌측 강원도집 간판 너머로 짙은 선지 빛깔의 함경도집이란 상호가 어렴풋이 보인다.

 

 

 

 

이집은 억지로 꾸미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후줄근한 시장통의 여느 밥집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대를 이어서 내려오는 깊은 내공이 느껴지기도 한다. 오전 9시 정도로 이른 시간이라 아침이 될까 걱정을 하였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예전에는 가게 밖에 걸려져 있던 국솥이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안을 들여다 보니 솥에서 곰국이 펄펄 끓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얼마나 많은 세월과 손님, 그리고 주인장의 수고가 여기를 지나갔나? 이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함경도 할매의 잔영이 국솥 앞으로 어른거리는 것 같다. 검은색 뚝배기가 손님을 기다리고, 개숫대에는 벌써 해장을 하고 떠난 사람들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다.

 

 

 

큰 가마솥에 소의 것으로 보이는 뼈들이 바깥세상을 구경하겠다고 서로 키재기를 한다. 뿌옇게 우러나온 국물이 오늘 이 함경도집을 들러는 손님들의 뱃속을 뜨뜻하게 데워주리라. 어제 저녁 마신 술로 숙취가 약간 있는 나그네는 오로지 빨리 국밥 한그릇 나오길 기대하면서 안으로 들어간다.

 

 

 

반찬통들이 놓인 앞줄 제일 우측을 보면 맨 좌측에 있는 파에다가 양념을 무쳐놓은 것이다.

 

 

 

큰 통에 분명히 짧게 잘린 파들이 가득 들어있다. 대체로 어슷하게 썰면 보기가 더 좋을텐데 동글 동글하게 썰어 놓았다. 그리고 뒤에 국을 먹으면서 약간 의문사항이 생긴다.

 

 

 

홀에 들어서면서 보이는 식탁이다. 몇년 전에 저쪽에서 한그릇 먹으면서 주인에게 숫가락과 젓가락을 청결히 하라고 싫은 소리했던 기억이 난다. 세워놓은 수저통에 입으로 들어가는 수저의 넙적한

부분과 젓가락의 뾰쪽한 부분이 위로 세워져 있어서 수저와 젓가락을 집는 지저분한 손들이 그것을

몇 번이나 잡았다 놓았다 해서 위생이 말이 아니었다. 특히 남자들이 거시기를 만지다가 수저를 만진다고 생각하면 밥맛이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수저통이 눕혀져 있다.

그동안 많이 발전되었다. 간판에 '전국 맛기행 방영업소'라고 붙어있는 것을 보니 사실인지 아닌지 몰라도 그 덕을 본 것 같다.

 

 

 

설렁탕 2 그릇 시켰다. 보통이 6,000원이니 착한 가격이다. 70년 전통이라니 함경도는 지금 주인장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향이란다. 방송에 방영된 것을 과장도 하지 않고, 그저 차림표 옆에 조그만 글씨로 소박하게 써놓은 것이 실용적인 주인의 품성을 느끼게 한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이 식사를 한다. 저쪽에서 빤히 쳐다보는 아주머니 얼굴을 가리지 않아도 되겠지! 사진찍히는 것에 불만스런 표정이다. 제법 미인이다. 그런데 기둥에 뭔가 안면이 있는 얼굴이 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종업원에게 말을 걸어보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한다. 박근혜 당선자가

작년 총선 때 대전역에서 유세를 하고, 점심을 이곳에서 먹었단다. 국물도 깨끗하게 비우셨다고 자랑한다. 사진의 날짜하고 싸인 받은 날짜하고 맞지 않는 것을 내가 놓칠리가 없다. 그것은 카메라가 날짜 표시기능이 고장이었다고 하니 그렇게 믿는다.

 

여느 연예인이라면 흘림체로 자세히 판독하지 않으면 잘 모르겠끔  휘리릭~ 싸인을 아무렇게나 하는데 백지 중앙에 꼼꼼하게, 그리고 정성들여서 자신의 이름을 썼다. 작은 식당에서 싸인을 요청받고 귀찮았겠지만 정성을 들여 써놓은 것을 보니 그녀의 남다른 인품이 느껴진다. 꼭 성공한 대통령으로 자리메김 하길 빈다. 굳이 사진의 흠을 잡는다면 당선자의 곤혹스런 표정과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는 시선처리가 아쉽다.

 

 

 

그저 아무런 꾸밈없는 반찬이다. 배추김치는 땡초 중의 왕땡초로 버무렸는지 매운맛에 강한 나도

정신이 번쩍들었다.

 

 

 

'파'에다가 양념을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었는데 아마 설렁탕에 넣어라고 준 것이라 생각되어 설렁탕에 엿장수 마음대로 넣는다.

 

 

 

따로 국밥으로 나왔는데 국물이 진하다. 뭔 가루가 올려져 있는데 뭘까? 별다른 맛도 느끼지 않고 먹는다.

 

 

 

 

우리집 옆지기의 손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이 묻어난다. 꽃다운 나이에 시집을 와서 깐깐한 남편 만나

고생하고,  섬섬옥수가 저렇게 세월의 두께가 덕지덕지 내려앉아 중년 아줌마의 손으로 바뀌었다.

뭐든지 지맘대로 결정하는 지아비때문에 고생이 많았지~ 이집에 들어오는 것도 나는 아내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앞으로 같이 늙어가면서 아내의 의견을 많이 참고해야겠다.

 

 

 

 

 

이것은 내 밥그릇인데 양념 묻힌 파를 조금 넣어본다. 그러다가 한숟갈 듬뿍떠서 넣고

 

 

 

휘~ 휘~ 저으니 이렇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중앙시장 안을 들여다 보니 동서남북으로 이런 큰 골목이 조성되었다. 이곳은 동쪽이다.

 

 

 

조용한 중앙시장에 그래도 훈기가 도는 곳이 있다. 정육점인데 젊은 사람들이 고기를 판다. 가격이 저렴하다. 고기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20대의 청년이 긴장을 한다.

 

"왜 사진 찍으세요??" 

 

 " 그냥 한번 찍고 싶어서요"

 

별 미친 넘 다 있네 하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푸줏간은 뭔가 다르다. 사잔지 호랑인지, 흰 동물탈을 뒤집어쓰고 칼질을 한다. 열심히 벌어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네!!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