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 넘어 마지막 가시는 길

2013. 3. 19. 16:43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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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래간만에 보는 '꽃상여'다. 지금은 화장문화가 대세이다 보니 좀처럼 꽃상여볼 일은 없는데 오늘 우연히 일평생 누군가의 딸이요, 어머니요, 할머니요, 아내로서 평생을 살다 이승을 떠나시는 고운 할매의 마지막 가시는 길이다.

 

어릴 적 보았던 상여는 아니지만 그래도 흉내는 내었다. 우리 어릴 적에 동네어귀 으슥한 곳에 홀로 외롭게 있는 행상(상여)집이 있었다. 평상시 행상집은 문이 꾹 닫힌 채로 있었는데 어둑어둑 비오는 날, 근처를 지나려면 오금이 저리고, 귀신나온다고 하여 평상시엔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나무로 깍아 만들어 단청을 입힌 기기묘묘하게 생긴 형상들을 상여(행상이라고도 하였다) 귀퉁이에 꽂고, 길다란 광목이나 짚으로 길게 꼰 굵은 새끼로 상여꾼들의 어깨끈을 만들어서 발인 전날 밤이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있는 상갓집에 선소리꾼과 상여꾼들이 모두 모여 "어하~ 어하~ 어어~허이~ 어어 허~어~" 하는 선소리로 발을 맞추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사진을 모시고 장지를 가지만 그 당시에는 혼백을 모신 작은 가마를 두사람이

메고 상여 앞을 앞서가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은 없다. 어려서 자주 상여를 메지 못할 형편에 있는 선친을 대신하여 가마꾼이 되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오늘 상여꾼들의 차림새는 모두 평상복으로 제각각 입고 있다. 거제도는 대형 조선소가 있다 보니 조선소 잠바가 일상복이자 작업복이요 그것을 입고 결혼식장에도 가고

장례식장에 문상도 가고, 술집에도 가고, 여자랑 데이트도 하고, 쓰레기도 줍고, 좌우당간에 조선소 작업복은 만능복으로 통한다. ^^

 

 

 

 

뽀샵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무한히 노력하였으나 실패했다. 상여꾼들에게 죄송하다.

북망산천 좋은 곳으로 떠나시는 할매의 마지막을 위해 모두 명복을 빌었으니 설혹

초상권이 침해되었더라도 실정법으로 풀려고 하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선소리를 하시는 아저씨는 무형문화재라고 한다. 몸이 불편하신지 지팡이을 짚으시고

선소리를 넣으시는데 원래 상여 앞에서 요령을 흔들면서 구슬픈 가락으로 선소리를 선창하면 상여꾼들이 "어하~ 어하~ 어어~허이~ 어어 허~어~"  하면서 묘지로 향하는데 어찌 상여꾼들의 목소리가 자꾸만 잦아들고, 힘이 실리질 않는다.

 

 

 

 

 

뒷부분에 뭔가 마름모꼴 사각상자가 있는데 이것이 뭔지 모르겠다.

 

 

 

상여가 다리에 다다르자 지나가지를 않고 우왕좌왕한다.

 

 

 

선소리꾼 아저씨도 지팡이를 짚고, 상주들과 함께 뭔가 협상을 한다.

 

 

 

앞서가던 만장꾼과 고인의 혼백사진이 잠시 뭔가 하고 뒤를 본다.

 

 

 

옛날에는 그 많던 만장들이 지금은 이렇게 수가 줄었다. 세태가 쉬운 것을 찾지만

이렇게 하다가 우리의 좋은 풍습을 전부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행상꾼들이 잠깐 스톱!! 한 채로 앞쪽을 유심히 본다. 상여와 시신이 들어있는 관은

여간해서는 땅에 내려놓는 것이 아니기에 힘은 들지만 저렇게 상여를 맨 채로 서있다.

 

 

 

그런데 갑자기 상주들이 일렬로 자리에 앉는다. 이게 또 무슨 행사다냐??

 

 

 

 

아항!!  그러면 그렇지 고인이 저승길에 사용할 노잣돈이네!!

 

 

 

 

 

 

 

이분이 맏상주인가 보다 엎드려서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있다. 여보시게~ 그대 그동안 어머니에게 효도하느라 고생이 많았네!!  어머니는 북망산천을 향해 훨~훨~ 즐겁게 빠른 걸음으로 가시니 부디 너무 슬퍼하지는 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