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런 작두 날 위에 선 어떤 人生

2013. 7. 27. 09:37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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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바라보이는 작은 광장에서 어떤 행사가 진행되려고 한다. 지금은 오전 11시쯤인데 오후 2시에 본 행사가 있다고 하여 아쉽지만, 오후에 다시 오려고 한다.

 

 

 

 

인부들이 작두날을 나무계단에 설치하는 공사를 한다. 작두날이 얼마나 날이 섰는지

보려고 손가락을 작두날에 대니, 작업인부가 정색을 하면서 말한다.

 

"그것 손으로 만지시면 안됩니다."

 

"아니 잠깐 만지는 것인데 그것도 안되나요?"

 

"저희들도 이것을 설치하기 위해 일주일간 금욕하면서 조심했습니다."

 

"아~ 부정탈까봐 그러시는군요. 잘 알겠습니다." 

 

 

 

 

계단 제일 윗부분에 설치된 난생 처음 대하는 이상한 칼날들은 작두날보다 더 썸찟하다. 가까이서 봐도 날이 선 것이 예사롭지가 않다. 시퍼렇게 날이 섰다는 표현이 옳겠다. 오후에 반드시 이 칼날을 타는 장면을 보리라~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뙤약볕에서 위험한 물건을 조립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울까? 가족을 벌어먹여 살리느라 고생이 많소이다.

 

 

 

 

 

불교, 유교, 무교가 함께 하는 용왕대제라는 타이틀을 보니 종교간 벽을 허무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다.

 

 

四海龍王(사해용왕)

 

중국에서 사방의 바다를 관리한다고 알려진 네 명의 용왕. 원래는 용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보통 때는 신장이 4천 미터나 되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동해용왕인 오광(敖廣), 남해용왕인 오윤(敖潤), 서해용왕인 오흠(敖欽), 북해용왕인 오순(敖順)이 있다. 각각 용의 대표자이긴 하지만, 이 중에는 동해용왕이 대표라 할 수 있다. 용왕은 모두 각자의 바다 밑에 아름다운 용궁을 짓고 왕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비를 관장하는 게 그들의 임무이며, 그들 위에는 천계의 왕인 옥제(玉帝)가 있어서 비를 내리라고 명한다고 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 2시 약간 넘어 도착하니 이미 용왕대제가 시작되었다. 장구와 징, 북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우고 연세 많은 무당 할매가 굿을 집전하고 있다.

 

 

 

 

이것은 '사대 용왕 대감놀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대감복장을 한 사람도 있고, 선녀도 보인다.

 

 

 

 

이 지독한 염천 날씨에 긴 옷을 입고 땡볕에 노출된 엑스트라를 보니 숨이 막힌다.

 

 

 

 

 

작두를 설치한 계단도 가지런히 정비되어 있다.

 

 

 

 

 

 

제물로 쓰일 통돼지가 비닐에 덮여있다. 죽은 목숨이지만 이 더위에 비닐로 코가

덮였으니 얼마나 답답할꼬!! 불쌍타!! 미물로 태어나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늘

제물로 놓였다만, 다음 생에는 꼭 축생의 몸을 빌리지 말고 부디 인간의 몸을 빌려

태어나거라~

 

 

 

 

지옥에서 돌아온 사천왕인가? 그 옛날 처용인가? 까까머리와 모래가 묻어있는 웃통을

드러낸 저 사나이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는 다름 아닌 머드축제에 온 흑인이다. 옆에 노란 한복을 입은 행사 안내원이 능통한

영어로 흑인을 꼬셔서(?) 불전함에 돈을 넣고, 자신의 복을 빌려고 엎드려 절을 한다.

 

 

 

 

그 다음에는 백인이 절을 한다. 이런 엄숙한 행사장에 웃통을 벗고, 맨발로 절한다고

행여나 천지신명이 노하시면 어쩔려고?

 

 

 

 

어떻게 보면 부조화로 보이는 것이 어떻게 보면 또한 조화롭게 보이는게 무슨 조화인고? 비키니를 걸친 저 벽안의 처자가 그렇다. 부정을 타면 곤란한 이곳에 벌거숭이 비슷한 차림새로 구경꾼이 되었으니 그녀는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그냥 이상한 타악기를 두드리고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가 강렬한 햇볕에 번쩍이는 이 현장이 혹여 그녀가 처음 대하는 지옥의 모습으로 보이진 않았을까? 저 차림새로 이해 못할 표정을 지으며, 떠나지 못하고 한동안 구경하고 있었다.

 

 

 

 

무대 뒤 한켠에선 어떤 모정이 촛불로 기원하고 있다.

 

 

 

 

불쌍한 돼지의 뒤태가 어찌 이렇게 아름다울꼬? 등에는 삼지창과 언월도가 놓여있고

볼기짝에는 등급 매긴 파란도장까지 찍혔으니 제물로는 합격이다.

 

 

 

 

 

 

무당 할매가 삼지창을 들고 통돼지 앞에 서 있다. 옆에서는 만 원짜리 지폐를 祭酒인 막걸리에 휘휘저어 목덜미에 척하니 붙이고, 막걸리 묻힌 배춧잎을 콧구멍에 넣으니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모르는 것처럼 돼지는 해탈한 모습으로 웃고 있다.

 

 

 

 

삼지창을 돼지 몸통 중앙에 꽂고 있다.

 

 

 

 

연신 막걸리를 묻힌 배춧잎을 너도 나도 붙이고 있다. 돼지의 저승 노잣돈이다.

 

 

 

 

 

 

나지막이 주문을 무수히도 외우며, 소금 포대 위에 돼지를 세우려고 하였건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심술궂은 강한 해풍이 할매의 주문을 허공으로 날려보낸다. 설 듯 말듯

하다가 도저히 저 스스로 서지 않는다.

 

 

 

 

흰옷을 입은 고수가 구원군을 자처하였건만, 돼지의 원혼때문인지 도무지 서려고 하지

않고, 자꾸 넘어지려고 한다. 주문사이로 나직히 들리는 소리

 

" 밑에 소금포대에 소금이 너무 많아~~"

 

".............................."

 

길손의 상식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소금포대가 얇은 것보다. 두터운 것이

세우는데 좋지 않을까? 하기야 쌀 한 줌 밥상 위에 뿌려놓고 숟가락을 거꾸로 세우는

것도 보았으니 소금이 많은 것도 흠이 되겠다.

 

 

 

응원군이 도착하였지만 무심한 돼지는 혼자 서려고 하지 않는다. 붉은 옷을 입은 무당도 거드나 이것 또한 여의치가 않다. 이 이는 나중에 작두 날을 타게 된다.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날렵한 느낌이 든다.

 

 

 

 

작두 날 계단 입구에 놓인 흙물 이것을 작두타기 전에 맨 발바닥에 바른다.

 

 

 

 

 

작두 날을 타기 위한 의식이 시작되었다.

 

 

 

 

매듭이 되어있는 희고, 노랗고, 검은 천을 흔들어서 매듭을 푼다.

 

 

 

 

 

 

무아지경이 된 무당은 객석을 돌면서 방석같이 만들어진 정사각형의 천을 자신과 관객이 힘을 합쳐 찢고 있다. 길손도 같이 참여했는데 보기보다 쉽게 찢어진다.

 

 

 

 

 

 

가까이서 본 저이의 얼굴은 좀 전 돼지를 세울 때의 그 얼굴이 아니고, 무엇에 홀린 듯

촛점없는 눈으로 가벼운 꽃잎이 바람에 날리 듯 사뿐 사뿐 춤사위를 펼친다.

 

 

 

 

 

 

에어쇼에 한 눈 파는 사이 이미 저이는 몇 단에 올라섰다. 아쉽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다시 올라가라고 부탁할 수도 없고~

 

 

 

 

 

계단 정상에 있는 칼날에 오르기 위해 주문을 외우며 잠시 숨을 가다듬는다.

 

 

 

 

과연 발바닥이 무사할까? 길손의 마음이 조려진다.

 

 

 

 

둥근 원형 날 위에 발가락을 잔뜩 구부린 채 그이는 서 있다.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라 무릎을 굽혔다 폈다 몇 번씩 하면서 체중을 실어 나름대로 운동한다.

 

 

 

 

 

가장 섬뜩하게 생겼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상한 칼날 위에 그이가 가로로 섰다.

발바닥이 둥글게 칼날을 감싼다. 그리고 아래위로 굽혔다 폈다 운동을 한다.

길손은 저러다가 양다리가 반쪽씩 갈라지는 게 아닌가? 걱정돼 차마 보지를 못하겠다.

 

 

 

 

 

 

 

바닥에 내려서기 직전이다. 발을 보니 아직 멀쩡하다.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데도

보령소방서에서는 구급차도 준비하지 않았다.^^

 

 

 

 

거의 무아의 경지로 두드리는 징과 북, 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