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했던 메밀의 섬, 소매물도에 가다.

2013. 8. 8. 09:17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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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를 보기 위해 찾아가는 길, 바다에는 해무가 잔뜩 끼었고, 파도도 제법 일렁인다. 매물도와 소매물도가 서로 이웃하여 있지만, 소매물도가 매물도보다 아기자기해서 일반인들에게 더 잘 알려진 듯하다.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이라는 길이 약 70m 정도의 열목개라는 곳이 있는데 배를 타지 않고 등대섬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큰 몽돌 자갈길이 있어 이곳과 등대를 보려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생각된다.

 

소매물도는  과거에는 다른 농작물은 제배되지 않고, '메밀'만 재배되는 척박한 섬이었다고 한다. 섬은 경사가 가팔르고 물기를 머금을 숲의 면적이 작아 물이 무척 귀한 섬으로 보였다. 1800년대쯤 먹고 살기 위해 육지로부터 들어온 50여 명 모두가 곡식이 없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모진 슬픔을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그래서 섬 이름도 '메밀'의 경상도 사투리인 '매물'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소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곳인 망태 봉을 오르는 길에 급하게 경사진 작은 길 양옆으로 간신히 사람 키를 간신히 넘긴 검은 그늘막을 쳐놓고 연세 많은 아주머니들이 소매물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관광객을 상대로 팔고 있었는데 좌판 뒤로 아주 작은 오두막집 마당에 옥수수수염으로 보이는 것을 시멘트 바닥에서 말리고 있다.

 

 

 

 

 

그것은 우뭇가사리였다. 우뭇가사리는 한천(寒天)을 만드는 주원료인데, 천연한천은 건조한 우뭇가사리를 물에 넣고 끓여서 나무상자에 넣어 응고시킨 다음, 옥외에서

-5∼-10 ℃의 한기로 동결하며, 이것을 5∼10 ℃의 저온에서 건조를 반복하여 만든다고 한다. 한천의 寒이 차다는 의미로서 여름에 냉콩국을 만들어 먹는다.

 

 

 

 

 

 

 

 

선착장에서 약 15분간 가파른 경사길을 오른 후에 만나는 옛 소매물도 분교의 터가

팔손이나무와 칡넝쿨에 가려서 운동장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외딴 섬에서 학생들과 함께 고운 꿈을 아로새겼을 그 어느 총각, 처녀 선생님 지금은 어디로 모두 떠나가고 어찌 빈터만 외롭게 이곳을 지키는가!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선생님이 연주하는 풍금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길손의 마음도 즐겁다가 갑자기 무엇인가에 쫓겨 허무한 생각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관세역사관을 오르는 계단

 

 

 

 

이곳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쓰시마의 이즈하라 항을 왕복하면서 기승을 부리던

일명 특공대 밀수(도쿠다이라고도 했음)를 감시하기 위해 1978년 이곳에 선박감시용 레이더를 세우고 세관직원들이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상주하면서 근무하였다고 한다.

 

당시 특공대 밀수선은 탱크엔진을 선박에 달아 고속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추적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실물크기의 세관 감시직원 동상이다. 대부분 경력이 많지 않고, 결혼하지 않고 미혼인 세관직원들을 주로 차출하여 이곳에 발령을 냈다고 하는데 머리 갂을 이발소가 없어

텁수룩하게 지내다가 이런 실정을 모르고 있던 서울에서 내려온 높은 사람에게 혼쭐이 났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망태봉에서 바라다 보이는 등대섬

 

 

 

 

 

 

 

이 지역은 생태계가 파괴되어 복원되는 중이다. 강한 바닷바람에 시달린 소나무는 제대로 크지도 않고, 바람결따라 서쪽으로 비스듬히 서 있다.

 

 

 

 

 

 

이미 썰물로 인해 길이 드러났다. 지금 시각이 2013년 7월 25일 3시 15분쯤이었는데

오후 4시까지 물이 빠졌다가 서서히 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이어주는 열목개는 약 70m다. 등대섬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자갈길이다. 하루 두 차례 썰물 때만 열리리는데 억겁의 세월이 다듬어 놓은 몽돌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걸으면 아름다운 인어들의 숨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열목개에서 등대까지는 경사가 조금 급하긴 해도 잘 다듬어 놓은 나무 계단을 따라 10~15분

정도 걸으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방수목이 물기를 머금은 채 몽돌 위에 놓여있다. 선착장에서 하역한 것도 아닌 물건을

어떻게 이곳에 운반했을까?  인부에게 물어보니 배로 싣고 와서 이곳에 물이 들어왔을 때 근처에다 부려놓았고, 물이 다시 빠지면서 덩그러니 이곳에 놓인 것이다.

 

 

 

 

 

등대길을 따라 오르다가 뒤돌아 본 열목개

 

 

 

 

 

 

등대 오르는 계단은 방부 목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등대에서 바라다보니 길손이 지나왔던 망태 봉과 오른쪽 멀리 해무에 덮인 매물도의

모습이 보인다.

 

 

 

 

 

 

 

 

쾌속선의 물결 뒤로 등대섬도 멀어져 간다. 아~듀!! 언제 다시 올까?  잘 있어라!

등대야, 등대섬아~  매일 스스로를 뜨겁게 달구어 멀리 이국땅에서 밤낮을 다투어

거친 풍랑을 뚫고 마침내 종착지 항구에 도착하려  거친 쇤 숨소리를 내며 쉬임없이

달려온 배와 뱃사람들이 이곳 남해안을 지나며, 어둠과 해무의 방해로 제 갈길을

잃지 않도록 제 소임을 다하니 그것이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