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아침 장승포 해안로를 따라

2013. 9. 11. 11:21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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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로 접어드니 해 뜨는 시각이 약간 늦어진 것을 느낀다. 한 달 전쯤이라면 해가

사진 왼쪽 끝에 자리 잡았을 것이다. 오늘도 하늘에는 옅은 구름이 있고, 바다에는 해무가 끼었다.

 

 

 

 

바다에는 웨이팅을 하는 선박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화물을 구하면 이역만리로 떠날 배들이다. 자동차 운반선, 컨테이너선, 벌크선, 복합선, LNG 운반선 등 여러 종류의 선박들이 정박지에서 대기한다.

 

 

 

 

컨테이너 선박,  LNG 운반선, 자동차 운반선은 하역시간이 짧아 부두에 정박하면 불과

하루나 이틀 사이에 모두 출항한다. 선장이나 기관장은 당직하지 않기 때문에 정박하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서 보고싶은 부인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데, 1등 항해사는

화물에 대한 책임 때문에, 당직 선원은 당직 때문에 집에 가지 못하고 부인이나 가족을

선박으로 불러서 잠깐이라도 같이 있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역이 끝나면 출항한다.

 

20세기에는(퍽 오래된 듯한 느낌^^) 선박에 여성의 승선을 금기시하였다. 그냥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 선원도 없었다. 외항선에는 아무나 승선할 수가 없다.

승선하려면 세관의 승선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해양대에서 여학생을

선발하여 해기사를 양성하기 때문에 간혹 여성선원을 접할 수가 있다.

 

 

 

 

 

 

이곳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일솜씨와 부지런함이 적나라하게 비교되는 곳이다. 거제시에는 많은 洞이 있으나 이곳 장승해안로는 능포동과 장승포동의 관할이다. 권한을 뽐내는 관할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동사무소란 곳은 권한을 뽐내는 곳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주민들에게 무한봉사를 하여야 할 책무가 있다.

 

이 안내표지판을 기준으로 장승포동과 능포동의 관할이 정해진다. 저쪽 길을 따라 장승포동이고, 반대로 이쪽 길로는 능포동이 담당하는 곳이다. 장승포동 방향으로는 한눈에 보아도 잡초를 제거하여 깨끗하고 산뜻하게 보인다. 약 10일 정도 된 것으로 기억된다.

 

 

 

 

 

 

 

 

 

 

 

 

 

능포동 쪽의 잡초들이 아주 신이 났다. 쾌지나 칭칭 나네!!~~ 장승포동 방향에는 잡초 친구들이 모두 저승길로 행차했는데 이렇게 이웃들과 살아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 벗 삼아 뜨거운 가을 날씨에 열심히 살찌우고, 강인하고, 튼튼한 후손을 생산하려 한다.

 

 

 

 

 

장승포동 쪽에는 말끔히 면도하다시피 깎았다.

 

 

 

 

길손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장승포동 주민들이 능포동 주민들보다 동사무소 직원들로부터 더 좋은 대접을 받으리라 생각된다. 장승포 동장이나 직원들은 승진에서도

다른 쪽 동보다 앞설 것으로 생각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거제시장께서는 앞으로 근무평정할 때 이런 것도 참고하기 바란다. 장승포 동장을 빨리 서기관으로 승진시켜 주시고, 동직원들도 모두 일계급 특진시켜주시면 좋겠다.^^

 

 

 

 

 

제 몫을 다하는 장승포 동직원들이 열흘 전쯤 깨끗이 벌초한 곳에 새 생명이 돋고 있다. 아니 지금 봄이냐? 순간적으로 계절감각에 마비가 온다. 경남 고성지방에서는 벼 이모작을 시도한다더니 꽃도 이모작을 하는가? 자라는 속도가 죽순에 버금가는 듯하다.

 

 

 

 

 

이 꽃대는 여왕벌이 먹는 로얄젤리를 먹었나? 혼자 왜 이렇게 빨리 자란 것이여? 잎도

없이 꽃대에 꽃이 피려한다.

 

 

  

 

 

이 꽃은 일본에서 들어온 '꽃무릇' 이다.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잎은 꽃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가을에 잎이 나와 봄까지 자라는데, 봄에 잎이 나와 초여름에 잎이지는 '상사화'와 구별된다. 꽃무릇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꽃이 떨어진 다음 짙은 녹색의 잎이 나온다. 절에서 흔히 심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꽃무릇의 뿌리에 방부 물질이 있어서 탱화를 그릴 때 찧어서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글로비스' 社 소속의 자동차 운반선과 지심도

 

 

 

 

오늘은 대마도가 보이지 않네

 

 

 

 

 

장승해안로를 돌아 항내로 들어오니 또 다른 어민들의 일터가 펼쳐진다. 이 통발은 문어통발이다. 찢어진 곳을 열심히 꿰메고 있는 아저씨

 

 

 

 

그물에 올라앉아 있는 녹색의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는 올봄, 여름내 똑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새우잡는 그물을 만드는 것인데 꼬인 밧줄 사이로 한땀 한땀 작은 밧줄을

사이에 넣는 고된 작업을 한다. 그 집념이 존경스럽다.

 

 

 

 

빨간 장화 아줌마도 그물 만드는 아저씨와 비교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다. 매일 아침 거제수협 장승포공판장 입구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생선을 판다. 오늘은 꽃게도 보이고,

'매가리'로 불리는 전갱이도 있다. 이곳에서는 매가리나 다른 생선으로 국을 끓여서

내놓는데 내륙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입에 잘 맞지 않는다. 고등어, 꽁치같은 생선의

찌개나 졸임에 익숙한 혀는 비린내 나는 국에는 익숙치 않다. 전갱잇국에 흥미를 못 느끼니 자연적으로 전갱이 비린내의 냄새 맡기도 고역이고, 이제는 매가리 꼴도 보기싫다.

 

 

 

 

내륙태생의 길손에게는 이런 생선이 엄청 낯설다. 왼쪽에는 '낭태'라는 생선이고, 오른쪽에는 '서대'라는 생선이다. 생선이름에 관심으로 보이는 길손에게 빨간 장화 아지매는 낭태와 서대자랑이 한창이다. 맛있다고!!~~~ 그런데 멸치인지 청어새끼인지 바닥에 조금있는 것은 큰 고기를 사면 덤으로 주려고 그러시나? 알뜰하기도 하지~

 

 

 

 

 

길손에게 가장 친근한 고등어다. 제법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평소와 다르게 어디서

얼음까지 구해서 고등어와 섞어 놓았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때문에 고등어의 소비가 많이 준다니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