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암자에도 아름다운 詩心이~

2013. 10. 14. 12:37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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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대학교 정문으로 들어가니 소박한 작은 오솔길이 나오고, 급경사를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작은 사찰이 나온다. 큰 종단소속으로 보이지는 않고, 개인사찰로 짐작되는데 인기척도 없으며, 독특하게 생긴 일주문 오른쪽으로 작은 돌비석이 서 있다.

 

 

 

 

 

이곳은 거제도 장승포 약수암이다.

 

 

 

 

 

 대웅전 기둥은 심한 바닷바람에 도색이 벗겨지고~

 

 

 

 

대웅전

 

 

 

 

감로선원

 

 

 

 

 

여타의 다른 절과는 달리 작은 詩碑가 보인다. 통상적으로 절집에는 절의 유래를 보이기 위해 작은 돌비석이 있는데 이것은 그게 아니다. 이 절에 주지로 계신 도리천 스님이 시인이면서 詩集도 냈다고 하니 그런 연유로 詩碑가 서 있는 것이다.

 

 

 

 

 

 

 

 

아침 바다는 해를 띄우고

 

저녁 바다는 달을 띄운다.

 

해와 달 그 사이 파도 바닷길을

 

조그만 배 한 척 흔들리며 간다.

 

 

 

 

 

 

 

약사암 정문 옆에는 조난당하는 중생을 살리기 위한 갯바위 조난위치 표지판이 있다. 부처님의 가호로 갯바위 낚시를 좋아하는 중생들이 아무런 변고 없이 무사히 낚시를 마치고 가족이 기다리는 보금자리로 안전하게 돌아가라는 서원이 서려 있는 것 같다.

 

 

 

 

 

 

                            * 2010년 5월 2일 발행, 149면

                            * 펴낸곳 : 도서출판 경남, 값 10,000원

 

‘경남대표시인선·008’ 都利天 시인의 시집 <비비새 연가>를 읽었다.

 

도리천 시인은 서문 <시집 엮으며>에서,

‘내 삶터가 도시였으면/시 모양이 어찌 됐을까//솔 내음/솔솔 풍기는/솔시 쓸 수가 있었을까//산골물 졸졸 흐르는/산골시 쓸 수 있을까’

하고 거제 산골 절에 살고 있는 넉넉해진 마음을 피력하고 있다.

 

이 시집에는 6부로 나누어,

제1부 봄비 - ‘비비새’ 외 19편,

제2부 바다를 곁에 두고 - ‘바다를 곁에 두고·1’ 등 20편

제3부 말 - ‘말·1’ 등 20편

제4부 소쩍새 - ‘소쩍새·1’ 등 20편

제5부 고향 가는 길에서 - ‘고향 가는 길에서 1’ 등 40편

제6부 고향 가는 길에서 - ‘고향 가는 길에서 1’ 등 50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비비새>를 감상해 본다.

 

                      비비새

 

비 오면 비 맞으며

슬피 우는 비비새

 

 

차가운

비에 젖어

일생을 살아가네

 

 

내 모습 비비새 같아

비에 젖어 비비비 우네

 

 

 

◀시인소개

 

도리천 :

* 중앙일보와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 아동문예 신인상, 시조문학 천료

* 아동문예 작가상, 새싹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 등 수상

* <코스모스 꽃씨를 받으며>, <고향 가는 길에서> 등 시집 여러 권 발간

* 현재 거제 장승포 약수암 주지

 


 [출처 : http://blog.daum.net/7bong01/18310241]

 

 

 

 

 

 

"볼펜의 동그란 볼로 태어나고 싶다"
시인 도리천 세 번째 시집 <어머니의 봄> 펴내
이종찬(lsr) 기자   
▲ 시인 도리천 <어머니의 봄>마산문화문고
ⓒ2004 도서출판 경남
흰 고무신 신으면 흰 빛깔이 위로 솟아올라 심성이 고와지고 검정 고무신 신으면 검정 빛깔이 위로 솟아올라 심성이 까맣게 물이 든다 하였지만 우리 어머니는 평생토록 검정 고무신 신으며 살으시었네. 흰 고무신 신을 줄 누가 모르나요. 흰 고무신 살 형편이 되지 못하였네. 검정 고무신도 분에 넘쳐 감지덕지 하였네.

헤진 고무신 꿰매고 꿰매고 또 꿰매어 신으면서 물이 새고 흙이 새고 모래가 새어들어 집시 여인처럼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히었네. 우리 어머니는 평생토록 검정 고무신 신으며 살으셨지만 마음 하나는 흰 고무신 보다 더 깨끗하게 빛나고 있었네. 백매화 백련화 꽃보다 백도화 백설화 꽃보다 더 하얗게 하얗게 빛나고 있었네.

-86쪽, '어머니의 고무신ㆍ5' 모두


경남 거제시 장승포 약수암 주지를 맡고 있는 시인 도리천(58) 스님이,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수도자로서의 무한자비행을 그린 세 번째 시집 <어머니의 봄>(도서출판 경남)을 펴냈다.

이 책은 '어느 지하도에서', '발바닥', '맹인이 되어', '은행나무', '사과를 깎으면서', '약수암 일기'에 이어 아라비아를 소재로 한 '아라비아 소월의 시' 외 19편과 어머니를 소재로 삼은 '어머니의 성황당' 외 19편을 포함 모두 108편의 시가 실려 있다. 마치 이 시를 통해 108번뇌를 모두 끊고 진정한 불(佛)로 거듭나기라도 하려는 듯이.

"저는 문학을 좋아하긴 하였으나, 특출하게 문학을 따로 공부한 것은 아니며, 다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귀에 들리는 것은 풍월이요, 눈에 보이는 것은 풍경이요,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시상이어서, 그냥 무턱대고 습작 삼아 해 보았던 것이 시와의 인연이 되었습니다." -'책 뒤에' 몇 토막

시인 도리천은 '나의 비밀상자 내면 이야기'라는 책 머리말에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매일매일 우리는 비밀상자를 만나 그 상자를 마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며 "그 속에는 진실로 '알면 병 모르면 약'이라는 천하제일 명언일구가 골수처럼 들어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시에는 엉긴 실타레처럼 복잡한 이 세상의 혼돈과 혼란을 한올한올 걷어내며 제 홀로 걸어가는 수도자의 고된 몸부림이 가득하다. 다시 말하자면 수도자이기 이전에 사람내음이 더 많이 난다는 것이다. 이 세상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아니 이 세상의 먼지를 닦아내는 걸레라도 되고 싶다는 살신성인의 그 자세 말이다.

내가 죽어 다시 환생하게 된다면
볼펜의 동그란 볼로 태어나고 싶다.
크고 값진 보석도 아니요
골프공 야구공 정구공 축구공도 아닌
더구나 한없이 지대하고 원대하고 광대무량한
지구 달 태양 하늘도 아닌
그저 다만 배추씨보다 더 작은
볼펜의 동그란 볼로 태어나고 싶다.
그리하여 나의 몸이
볼펜의 촉에 박혀
글씨 쓸 때마다 종이 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소설 수필 시 동화 일기
편지 논문 평론 영화대본 그리고
여타의 글 쓰시는 분에게
아름답고 예쁜 글 많이 쓸 수 있도록
온몸 뒹굴리어 도움을 드리고 싶다.

-47쪽, '나의소원ㆍ3' 모두


"죽어 다시 환생하게 된다면" 배추씨보다 더 작은 볼펜의 동그란 볼로 태어나고 싶다는 시인 도리천. 시인의 이러한 살신성인의 자세는 "맹인으로 태어나리라. / 맹인으로 태어나 살다가 / 눈 감고 그렇게 그렇게 살다가 / 혹 인연이 닿으면 / 심성이 고운 어느 여인을 만나 / 심청이 같은 딸아이를 하나 낳으리라"(맹인이 되어)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심청이가 누구인가.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공양미 삼백 석에 목숨을 팔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 여인이 아니던가. 그리하여 환생해, 마침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는 그런 여인이 아니었던가. 다시 말하자면 시인도 죽어, 볼펜의 동그란 볼이나 맹인으로 다시 태어나 심청이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이 캄캄한 세상을 환하게 밝히겠다는 그런 뜻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시인은 "연꽃을 타고 인간세상으로 다시 돌아와 / 맹인잔치를 크게 베풀지만 / 나는 결코 눈을 뜨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왜 그럴까. 이는 시인 스스로 깨침을 얻어 제 홀로 불(佛)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시인 자신은 불(佛)이 되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자신불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발바닥은 내 삶의 역사
지금까지 어느 곳을 얼마큼 다녔을까.
남의 발등에 한 번 오르지 못한 채
믿는 사람에게 발등만 찍히며 살아왔네.
청춘이 푸른 봄바람처럼 나부낄 때에는
발바닥에 윤기가 나고
손바닥에 온기가 돌고
몸 전체에서 따뜻한 혈기가 넘쳐 흘렀네.
얼굴을 곱게 다듬기도 하고
새 옷을 맞춰 입기도 하였지만
이제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발바닥을 다스리며 살아가네.
푸석푸석한 발바닥
쩌억 갈라진 발뒤꿈치에
와셀린을 바르며 통증을 견디지만
그래도 아직 발목이 성하게 남아 있음을 기뻐하네.

-17쪽, '발바닥' 모두


그렇다. 수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시인은 그동안 스스로의 깨침과 자비행을 위해서 이 세상 곳곳을 수없이 떠돌아 다녔었나 보다.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은 수도자의 조건 없는 자비행을 아주 우습게 받아들였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착한 수도자의 등까지 치려 했었나 보다.

시인 도리천은 누구인가?
거제 장승포 약수암 주지

▲ 시인 도리천
ⓒ도서출판 경남
"그 사람의 눈을 보고 얼굴을 보고 말씀을 들어 보며 그 비밀상자 속의 비밀을 알아보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 눈에서는 헛 눈빛이 보이고 얼굴에서는 헛 표정이 보이고 입에서는 헛 말씀이 줄줄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책 머리에' 몇 토막

시인 도리천(都利天)은 1946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범어사로 출가하였으며, <중앙일보> 신춘문예와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코스모스 꽃씨를 받으며> <고향 가는 길에서>가 있으며, 지금 거제시 장승포 약수암 주지를 맡고 있다. '아동문예작가상', '새싹문학상', '경남아동문학상'을 받았다.
/ 이종찬 기자 
시인은 그래도 "발바닥에 윤기가 나고 / 손바닥에 온기"가 돌던 젊은 시절에는 그런 시련쯤은 얼마든지 참고 견뎌낼 수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따뜻한 혈기"가 넘쳐나던 젊음도 가고, 이제는 "푸석푸석한 발바닥 / 쩌억 갈라진 발뒤꿈치에 / 와셀린을 바르며 통증"을 견뎌내야만 하는, 즉 마음보다 몸이 먼저 늙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세상사람들을 위한 부처님의 무한자비행을 결코 포기할 수가 없다. 비록 젊은 날처럼 "얼굴을 곱게 다듬기도 하고" 새 옷을 맞춰 입으며 이 세상 곳곳을 끊임없이 떠돌아다닐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발목이 성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기쁘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자비행을 베풀 수 있는 발목이라도 남아 있으니까.

바닷가에 와서 수평선을 보았다.
큰 바다에 바르게 놓여져 있는 저 수평선을
손으로 꽉 쥐어 만지고 싶었다.
멀리서는 손이 닿지 않아
배를 타고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그러나 큰 바다의 수평선은
내가 다가서 간 그 만큼
뒷걸음질쳐 멀리 떠나가 있었다.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쳐 기울지 아니하고
오직 바르게 수평으로 놓여져 있는
저 수평선은 언제나
나의 불평등한 마음과 손으로는
절대로 만질 수가 없었다.

-35쪽, '수평선' 몇 토막


그렇다. 하늘과 땅이 맞붙은 수평선은 일곱색 찬란한 무지개처럼 손으로 잡으려 가까이 다가서면 이내 저만치 물러서 있다. 이는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착하고 악하다고 할 지라도 눈으로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다. 그저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은근히 드러난다.

그런 까닭에 사람의 마음이나 무지개 혹은 수평선을 잡으려 하면 "나의 마음과 손이 /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쳐 기울지 아니하고 / 모든 것에 평등한 수평이 되었을 때 비로소 / 저 바다의 수평선을 / 손으로 꽉 쥐어 만질 수 있다는 것"(수평선)이다. 즉 마음을 비워야만이 그 마음의 실체가 보인다는 말이다

마음을 비우고 수평선을 손에 거머 쥔 시인은 말한다. "말에 씨가 있으므로 고운 말을 하면 고운 싹이 돋아나고 미운 말을 하면 미운 싹이 돋아난다. 염불에도 씨가 있어 고운 염불소리가 산으로 날아가 흙과 낙엽에 덮혀 나무가 될 싹으로 돋아난다"(나무)라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인과응보의 법칙에 따른다는 것이다.

시인 도리천의 세 번째 시집 <어머니의 봄>은 평생 흙을 다스리며 살다 가신 어머니의 가난한 삶을 통해 이 세상을 다시 바라본다. 그러므로 시인이 말하는 어머니는 곧 부처님이자 그가 고된 수도자의 길을 통해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저 무한한 화엄세계다. "불평등한 마음과 손으로는 / 절대로 만질 수" 없는 수평선이다.

2004/07/23 오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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