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의 어느날 외포항 양지바위횟집에서

2014. 2. 1. 19:51맛집과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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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신발로 보아 손님이 없는 모양이다. 낮에는 식당이 꽉차는데 외진 포구여서 밤에 찾아오는 손님은 별로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방에도 그렇게 바쁜 기색은 없고, 주방장의 몸놀림이 아직은 한가하다.

 

 

 

 

 

겨울이니 제철 음식인 대구찜과 대구탕을 주문했다. 봄에는 도다리쑥국을 별미로 먹는데, 나는 아직 먹어보지를 못했다. 굳이 말한다면 찾아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는 표현이 맞다. 개인적으로는 구황식물인 쑥은 옛날 먹을 것이 귀하던 그 어렵던 춘궁기에 쑥국이나 쑥떡을 많이 먹어서 별로 쑥국이 먹고 싶지 않은 탓도 있다.

 

 

 

 

올해 처음으로 먹는 대구여서 기대를 갖고,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양지바위횟집'에서 대구찜과 대구탕을 먹기로 하고 주문을 하였다. 대구찜이 먼저 나오고, 반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려는 순간 예기치 않았던 불청객이 찾아왔다.

 

 

 

 

양쪽 식탁에 이 집만의 독특한 대구찜이 나왔다. 대구는 찌거나 삶으면 살이 흐트러지고, 뭉개지는 특징이 있어서 찜으로 음식을 만들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안주인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연잎과 김치의 속에다 대구 살집을 넣고 쪄냈더니 제대로 모양을 갖추어서 그렇게 찜을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원조인데 이웃집들이 흉내를 내어 똑같이 한다고 하니 약간 언찮을 텐데 이것을 특허낼 수도 없는 형편이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고 담담히 얘기한다. 안주인의 고운 심성이 밖으로 느껴진다.

 

바깥주인은 직접 어선을 몰고 대구잡이 철에는 외포항 바깥에서 대구를 잡고, 안주인은 음식을 팔거나 택배로 대구를 주문하는 사람들에게 전국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가 간 날이 장날이라고, 부산광역시와 경남 일대를 방송권역으로 하고 있는 KNN(케이엔엔, Korea New Network)에서 양지바위횟집을 야간 취재나왔던 것이다. 대구 철에 막 들어섰고, 거제시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곳에 있으며, 저녁 시간이어서 그랬던지 손님은 우리가 유일했다. 맛집 촬영은 해야겠는데 다시 요리를 하자니 시간이 걸릴 것이고, 스태프들의 촬영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인 아주머니와 촬영진이 양해를 구한다. 어떻게 하겠는가? 촬영 허락을 하고, 잠시 기다렸다.

 

 

 

 

오른쪽에 분홍 티와 붉은 앞치마를 두르고 웃고 있는 이가 이 집 안주인이다.

 

 

 

 

우리 일행은 식어가는 음식을 두고, 시청자들을 위해 인내를 하며, 촬영하는 동안 잠시 기다리는 중이다. 이렇게 했다고 주인장이 서비스로 더 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쬐금 야속했지만(?) 이것도 인연이려니 하고 넘어간다.

 

 

 

 

 

정성 들여 한참을 찍고 있다. 우리는 방송에서 잠깐 지나가는 한컷이지만, 촬영진의 노력은 상상이상이다.

 

 

 

 

 

 

접시 왼쪽으로는 연잎에 싼 대구찜이~ 오른쪽에는 김치에 싼 대구찜이 놓여있고, 중앙에는 야채와 양념에 버무린 대구 곤이 놓여있다.

 

 

 

 

 

 

 

연잎을 한 개 들어내니 저런 모습이다. 대추와 밤, 잣이 있고, 대구의 곤이 얼굴을 내민다.

 

 

 

 

다음은 김치를 조심스럽게 벗긴다.

 

 

 

 

 

여기에도 곤이 들어있다.

 

 

 

 

접시가 지저분해지며,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진다. 행복해하는 입속으로~

 

 

 

 

찜을 먹으니 대구탕과 밥이 나온다. 지리로 나온 대구탕이 일품이다.

 

 

 

 

 

폭풍 흡입 후에 남겨진 잔해들이 식탁을 메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