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5. 17:31ㆍ맛집과 요리
우울한 마음을 안고 떠났던 강원도 동해, 난생 처음가는 길은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내 마음도 무거웠다. 삼척에서 직장생활 하는 죽마고우가 길손이 동해에 들렀다고 부인과 함께 와서 도루묵찜을 잘하는 집이라고 저곳으로 데려간다.
우리가 흔히 뭔가 열심히 하다가 잘못되었을 때,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물론 부정적인 의미다. 말짱 도루묵에 대한 유래는 설왕설래하는데 이런 견해도 있다.
"말짱 도루묵"
‘도루묵’은 무엇인가? 자칫 ‘도토리묵’과 같은 ‘묵’의 일종으로 생각하기가 쉽다. 그러나 ‘도루묵’은 ‘묵’ 이름이 아니라 도루묵과의 바닷물고기 이름이다.
‘도루묵’은 물고기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말짱 도루묵’이라는 관용 표현 속에 등장하는 단어로 더 익숙하다. 이 ‘도루묵’이라는 단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럴듯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때는 조선 14대 선조(宣祖) 시절이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 임금은 피란을 가게 되었다. 피란 떠날 때 먹을 것을 충분히 가지고 간 것도 아니고, 피란지에 맛난 음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임금이라도 초라한 수라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딱한 소리를 듣고 한 어부가 동네 앞바다에서 잡은 ‘묵’이라는 물고기를 임금께 바쳤다. 선조 임금은 이 물고기를 아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어보았다. ‘묵’이라고 답하자 그 이름이 좋지 않다며 즉석에서 ‘은어(銀魚)’라는 근사한 이름을 하사했다. 환궁한 뒤 피란지에서 맛보았던 ‘은어’가 생각나서 다시 먹어보았더니 옛날의 그 감칠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조 임금은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고 하였다. 이로부터 ‘도로묵’이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물론, 주인공을 ‘조선조의 선조(宣祖)’가 아니라 ‘고려의 왕’ 또는 ‘조선조의 인조(仁祖)’로 보기도 한다. 아울러 고려의 왕이 동천(東遷, 동쪽으로 옮김)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인조(仁祖)가 이괄(李适)의 난을 피해 공주로 피신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고기의 본래 이름을 ‘묵’이 아니라 ‘목(目, 木)’으로 보기도 한다. 이에 따라 ‘도루묵’을 ‘도루목’으로 보고 ‘환목(還目)’ 또는 ‘환목(還木)’이라는 한자 이름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주인공이 누가 되든 이와 같은 설명은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하다. 물론 물고기의 본래 이름이 ‘목’이었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16세기 문헌에 ‘도루묵’이 ‘돌목’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도루묵’의 이전 어형으로 ‘돌목’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에 ‘도로묵’이 부사 ‘도로’와 본래 이름 ‘묵’이 결합된 어형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 된다. ‘돌목’이 변해 ‘도루묵’이 된 것인데, ‘돌목’은 함경도 방언인 ‘돌묵어’의 ‘돌묵’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돌목’의 어원을 밝히기란 쉽지 않다.
‘돌목’은 ‘목’에 ‘돌’이 덧붙은 구조로 파악된다. ‘목’은 한자 ‘目’으로 추정되는데, 실제 ‘도루묵’을 ‘目’ 또는 ‘目魚(현대국어에서는 ‘木魚’로 씀)’라 한 기록도 나온다. 그렇다면 ‘돌목’은 ‘열목(熱目), 비목(比目), 관목(貫目)’ 등과 같이 ‘目’ 계열의 물고기 명칭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눈’이 그다지 특징적이지 않은 ‘도루묵’을 ‘目’을 이용하여 명명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돌’은 ‘돌돔, 돌마자, 돌메기, 돌삼치, 돌상어’ 등에서 보듯 물고기 이름에 자주 등장한다. 이들 물고기 이름에 쓰인 ‘돌’은 ‘石’의 뜻이다. 이들 물고기가 주로 작은 돌이나 자갈, 또는 암반 밑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돌’을 이용하여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돌고래, 돌붕어’ 등에서 보듯 ‘돌’이 ‘石’의 뜻이 아니라 ‘돌(石)’의 속성에서 나온 ‘흔하고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비유적 의미를 띠기도 한다. 이 경우의 ‘돌-’은 접두사화한 것이다. ‘돌고래’는 ‘참고래’에 비해 몸집이 작아 보잘것없고, ‘돌붕어’는 ‘참붕어’에 비해 못생기고 곱지 않아서 ‘흔하고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의미의 접두사 ‘돌-’을 결합하여 명명할 수 있다.
‘돌목’의 ‘돌-’도 이와 같은 의미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돌목’은 모양새도 볼품이 없고 맛도 없으며 기름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관용 표현을 통해서도 ‘도루묵’이 아주 하찮은 물고기로 인식되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도루묵’이 산란기에 연안 바위의 해초에서 서식한다는 점을 들어 이를 동해안 현지 어민들은 ‘石’의 ‘돌’을 이용하여 명명한 것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도루묵’이 늘 바위에서 사는 암반성(巖盤性) 어류가 아니라는 점에서 ‘도루묵’의 어원을 바로 ‘돌(石)’과 관련하여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한다.
어쨌든, ‘도루묵’이 ‘돌목’으로 소급하고 ‘돌목’의 ‘돌’이 ‘石’ 또는 이것에서 파생된 ‘흔하고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면, ‘도로 묵이라고 해라’라는 유래설은 터무니 없다.
[출처 :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저자 : 조항범 교수)}
잠시 기다리니 감자와 양념이 진하게 들어간 도루묵찜이 나왔다.
밑반찬은 소박하다. 걸쭉한 찜이 있으니 호화로운 밑반찬은 필요없다. 가자미 식혜가 특히 눈에 들어온다.
앞 배에 자글자글하게 달린 도루묵알이 탐스럽게 보인다.
도루묵찜으로도 충분한데도 해물찜을 또 시켰나 보다 동해바다의 해산물이 우울한 기분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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