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2. 11:23ㆍ맛집과 요리
몇 년 전에 숱하게 넘어다녔던 고모령, 령(嶺)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인터불고 호텔에서 작은 언덕인 고모령을 넘어가면 팔현마을 입구, 길옆에 있는 '산넘어그집'을 산넘어 그집이어서 몰랐는지 기억에 없다.
식당은 그저 여느 농사꾼의 집이다. 집옆에는 농사도구도 널려있고, 여러마리의 작은 강아지들이 뜰에서 지붕밑에서 잠자코 앉아 있다가 길손이 헛기침을 하니 일제히 짖어대는, 그래서 더욱 농촌스럽다. 직장동료 중의 한사람이 그곳의 존재를 알고 예약하였다.
출입문에 붙어있는 차림표가 소박하다 못해 궁박해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이집 주인장이 격식을 따지지 않고, 맛의 깊이로 상대하겠다는 무언의 주장이 담겨있다.
이 집에 대해 소개한 2007년도 '매일신문'을 크게 확대하여 방안 한쪽 면에 붙여놓았다. 이것도 정성 들이지 않고, 대충 붙여놓았는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많은 차량이 오고 가는 길에 작은 과일가게를 열고, 무인가게로 판매하면서 사람들의 양심에 물건 판매를 맡기는데 도둑맞은 적도 없고, 늘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가게 일에 시간뺏기지 않고, 다른 농사일에 전념하였다는 내용이다.
직접 양봉한 꿀도 파는 모양이다. 양심가게를 한 적이 있으니 이 꿀도 오로지 양심 꿀이라고 생각한다.
세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밑반찬은 두 군데 양쪽으로 내어놓는다. 여기서도 안주인의 넉넉하고 후덕한 인심을 읽는다.
백숙 옻닭 大를 시켰는데 첫눈에 보아도 어마어마한 양이다. 셋이서 결국 절반밖에 먹지 못했다. 맛이 없어서 그랬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술을 마시지 않고 오로지 닭만 먹었는데 옻닭 육수가 얼마나 시원하고 맛이 있었는지 정신없이 먹었다. 고기도 쫄깃한 게 명품요리이다. 육수 국물도 넉넉하게 솥째로 내어준다. 그리고 안주인은 부를 일이 있으면 명함으로 전화하라 해놓고, 본채로 고고씽~
맑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옻닭 육수에다가 노랗게 물이 든 쫀득한 찹쌀밥과 같이 먹으니 환상적이다. 앞으로 자주 가기로 작정하고 그 집을 나선다. 바로 '산너머그집'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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