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4. 08:29ㆍ맛집과 요리
제주에서 알아주는 말고기 집이 있다고 제주도 토박이가 이곳으로 일행을 데려왔다. 제주도 표선에 있는 [古藪牧馬], 이름도 명성에 걸맞다. 옛 고, 덤불 수, 기를 목, 말 마, 굳이 해석하자면, 옛날 방식대로 덤불 더미(야생)에서 기른 말이란 뜻일 것이다. 오랜 경험으로 이곳에 도착하니 내공이 건물 안팎으로 깊이 배어있는 것이 느낌으로 온다.
1층 주방에서는 모듬회 만들기에 한창이다. 특이한 것은 무우채를 많이 준비한 것이다. 나중에 육회를 먹으면서 이유를 알았다.
1층 홀에 [古藪牧馬] 액자가 걸려있다. 손님들은 1층 보다는 2층에 몰려 있었다.
이 식당에는 따로 메뉴판이 없고, 출입문 위에 저렇게 걸려있었다.
모자라는 밑반찬은 언제든지 더 가져갈 수 있도록 정갈하게 마련되어 있다.
우리 일행은 모듬회와 곰탕을 시켰다. 모듬 회에는 여러 가지 부위의 말고기들이 길손 일행에게 선을 뵌다. 원래 말은 옛날부터 국법으로 도축을 못 하게 하였단다. 당연히 말은 전쟁터에서 긴요한 전투장비 중의 하나였을 텐데 그런 말을 잡아먹으면 전쟁에서 패할 가능성이 많기에 말을 잡아먹었다가는 참수형에 처해져서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안심하고 목이 달아나지 않고도 말고기를 맛볼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서빙하는 아주머니에게 부위별 이름을 부탁했으나 휘리릭 주마간산 격으로 급하게 알려주는 바람에 길손이 고생이 많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퇴화 되어서 기억나는 대로 본다면, 흰색으로 둥근 것이 말의 "울대"라고 한다. 사람들도 울대를 건드리면 아프기도 하거니와 기분을 잡치게 되어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이 울대를 건드리면 안된다. 이 부위의 느낌은 조금 질긴 듯하면서도 쫄깃거리는 식감이 있는데 틀니 있는 사람은 먹기가 어려우니 다른 육회를 드시길 권한다.
얼핏 보면 지방 덩어리로 보이는 이것은 치마살(?)이라고 했던 것 같다.
이 부위는 등심인데 소주안주로는 그만이다.
이것은 '간부위'이다. 말의 간은 소의 간보다 조직이 치밀하면서 더 부드러운 것 같았다.
이것은 육회 무침이다. 먹기에 가장 무난하였다. 3명당 한 접시를 시켰는데 나중에 곰탕까지 먹으니 저녁 9시까지 배가 꺼질 줄을 몰랐다. 정말 포식하였다. 언제 이런 말고기를 먹어 보리?
아뿔싸 아롱사태를 찍지 못했다 쟁반 아래 울대 왼쪽으로 한점 보이는 것이 아롱사태다.
말고기가 듬뿍 들어간 곰탕이 나왔다. 구수한 것이 육지에서 먹는 소곰탕 그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는 깊이 있는 맛이다.
공기밥이 나왔지만, 밥은 먹지 않고, 국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이걸 다시 맛보려면 비행기 표를 예매해야 하고, 주말을 반납해야 하고, 비용도 장난이 아니어서 온 김에 포식하기로 작정했다
사진이 빛이 많이 바랜 것으로 보아 오래 전에 일본 텔레비젼에서 이 '고수목마'를 촬영하였는 것 같다.
고수목마 사장이 직접 말고기를 손질한다. 사진 찍기를 거부하였지만, 대구에서 멀리 갔는데 어떻게 하겠는가? 안 찍는다고 안심시키고는 몰래 살짝 찍었다. 말고기는 풀을 먹고 자라서 그런지 지방이 보이지를 않고, 붉은 살코기만 보인다. '고수목마'에서는 일주일에 조랑말 3마리를 도축하는데 한 마리당 가격은 대략 4~500만 원 정도라니 육지의 비육우 가격과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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