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7. 09:11ㆍ살아가는 이야기
경산역 앞에서 열차로 도착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늘 그렇듯이 기차역에는 떠나는 이에 대한 아쉬움으로 도착하는 이에 대한 만남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곳이다. 건너편에 주차하고 잠시 서 있는데 건너편에서 근래 맡아보지 못했던 추억의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그 냄새는 때로는 엄마의 냄새와 30년 전에 청산에 묻힌 친구같았던 할매의 삼베적삼에서 났던 냄새가 뒤섞인 것 같기도 한 고향의 냄새, 고단한 노동자의 몸에 짙게 밴 땀 냄새 같기도 한 그런 추억의 냄새가 이른 아침 저수지에 낮게 깔린 물안개처럼 깔렸다. 길손은 그 추억의 냄새에 끌려서 그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한 평 남짓한 선술집의 유리창에는 그 이름도 친근한 '연탄'과 '곰장어', '돼지껍데기', '돼지불고기' 가 각박한 삶에 지친 서민들을 맞는다.
주인 아주머니는 땅거미가 지면서 찾아오는 단골손님을 위해 연탄화덕에 불을 지핀다. 저 아주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연탄불을 지필까? 사랑하는 아이들의 취업을 생각할까? 오늘 오실 단골의 친근한 땀냄새를 생각할까? 호화롭고 영화를 누리면서 살아도 한 세상, 땀냄새 짙게 풍기면서 연탄에 구운 한점의 돼지고기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면서 살아도 한 세상, 나중에 외롭게 혼자서 황천을 건너는 초행길에서 영화롭게 산 사람은 금으로 만든 다리를 건널까? 생활이라는 무겁고 고단한 짐을 내려놓을 틈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온 민초가 건너는 황천 다리는 초라한 나뭇가지로 만든 다리일까? 오늘 아주머니의 정성을 안주삼아 고단한 세월을 마시는 이여!! 그대는 비록 지금은 고단한 삶이지만, 그런 삶이 그대의 곁에서 찰떡처럼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면 남은 생은 부디 허리가 펴지고, 늘 가족과 함께 웃음이 만개하는 삶이 되길
하루의 고단한 일과를 마친 어떤 나그네가 선 채로 아주머니가 구워준 꽁치 두 마리를 안주 삼아 자작하며 세월을 마신다. 그의 세월은 어떤 의미일까?
경산역 대합실에서는 章山 박도일 님의 작은 캘리그라피 展이 열리고 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를 찾아 보니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그린 그림문자'라는 뜻이나, 조형상으로는 의미전달의 수단이라는 문자의 본뜻을 떠나 유연하고 동적인 선, 글자 자체의 독특한 번짐, 살짝 스쳐가는 효과, 여백의 균형미등 순수 조형의 관점에서 보는 것을 뜻한다.
서예(書藝)가 영어로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 번역되기도 하는데, 원래 calligraphy는 아름다운 서체란 뜻을 지닌 그리스어 Kalligraphia에서 유래된 전문적인 핸드레터링 기술을 뜻한다. 이중에서 캘리그라피(calligraphy)의 Calli는 미(美)를 뜻하며, Graphy는 화풍, 서풍, 서법, 기록법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개성적인 표현과 우연성이 중시되는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기계적인 표현이 아닌 손으로 쓴 아름답고 개성있는 글자체이다.
[출처 :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박문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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