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4. 08:56ㆍ맛집과 요리
자격증 등급이 높거나 겉이 호화롭다고 늘 기술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강릉 안인진리를 향해 가는 길, 금진항에 가면 비록 그 이름도 생소한 '물 망치 탕'이지만 꼭 들려야 할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작은 컨테이너로 만든 간이 식당에 들렸다.
일반적인 눈으로 본다면 초라하기도 하겠지만, 강릉시 옥계면에 있는 작은 포구인 '금진항' 입구에 들어서는 왼쪽 직벽에 가까운 절벽 밑에 이 작은 컨테이너 식당이 손맛 좋은 할머니와 딸인지 며느리인지 둘이 운영하는 '물망치탕' 간이식당이 있다.
비록 그 흔한 간판 하나 없이 영업하지만, 망치 매운탕 전문점이라는 자존심까지 버린 것은 아니다.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되듯이 이곳도 마찬가지다. 겉이 초라하다고 안까지 초라하게 보면 곤란하다. 비록 식탁은 네 개밖에 없지만, 어느 식당보다 더 정갈하다.
물망치탕으로 알고 갔지만 '망치 매운탕'으로 적었고, 가격도 비교적 착한 1인분에 7,000원이다.
'물망치' 고기는 이렇게 생겼다. 어떻게 보면 아귀 같기도 하고, 배에 빨판이 있다면 '도치' 같기도 하고, 아무튼 옛날에는 험상궂게 생겼다고 어부들이 잡자마자 물에 던져버렸을 것이다.
험상궂은 고기를 깨끗이 손질하여 보관하였다.
누군가 장난으로 이렇게 흔적을 남겼겠지만, 그래도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고 정겨운 생각이 든다. 아마도 최백호를 좋아하는 팬이 이곳을 다녀가셨나 보다. 아니 어쩌면 최백호라고 이곳에 못 올 이유라도 없지 않은가?
드디어 물망치 매운탕이 나왔다. 초벌 끓인 것을 내왔는데 아직 커다란 냄비 안에는 막 뿌린 고춧가루의 선홍색이 선명하다.
기본 반찬도 궁벽하지 않고, 주인의 정성이 가득담겨 정갈하다.
미역이 넓적하면서도 두툼하다. 이것은 나중에 한 접시 더 시켜먹었다.
강원도 특산 더덕으로 만든 반찬이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다.
이젠 어느 정도 익은 듯하다. 선홍빛을 띠던 고춧가루도 모두 물망치와 함께 화합이 되고, 길손 일행에게 자신을 보일 일만 남았다.
길손은 세 그릇 째 먹고 있는데 네 명이 먹기엔 풍족한 양이다. 꽃게도 있었지만 사진으론 남기지 못했다. 먹는 과정에 물망치 생선의 잔가시가 많이 나오지만, 그것이 입맛을 감소시키는 지렛대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대가 포항에서 속초를 올라가는 도중에 강릉 옥계 금진항을 지난다면 이 집을 한 번 찾아보는 것도 여행지에서 맛볼 독특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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