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2. 08:53ㆍ맛집과 요리
단종이 잠든 장릉을 보고 나오니 점심시간이다. 미리 알아보아도 영월에 특이한 집이 없었다. 정문을 나서다 강원도의 춘천 막국수 생각이 나서 정문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이곳 '상동 식당'을 소개한다. 이미 넓은 식당은 모두 찼고,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
입구 계산대 위에는 이 막국숫집을 처음 창업한 주인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다. 햇수로 따지면 43년이니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창업주 부부는 이미 고인이 되셨고, 그의 자녀가 가업을 이어 받아 영업하고 있는데 아마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저렇게 하지 않나 싶다.
막국수와 육개장은 어딘가 어울리는 메뉴는 아니지만, 찬 음식을 먹으러 들어오는 사람이 따뜻한 음식을 갑자기 찾을 수가 있으니 그런 경우에 내놓을 것으로 메뉴에는 있지만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모든 사람이 막국수를 주문하여 먹고 있다.
메밀가루를 재료로 하여 만든 국수를 차게 하여 김칫국물 같은 것을 부어서 먹는 것은 냉면과 비슷하지만, 강원도에 와서 막국수를 처음 접한 길손 같은 사람은 어떻게 먹는지 궁금할 만도 하다. 워낙 질문이 많으니 주방 입구 잘 보이는 곳에 저렇게 먹는 방법을 플래카드로 걸어 놓았다. '먹는 비법'이라니 조금 웃음이 나지만 그것도 비법이라면 비법일 것이다.
주방에는 몰려드는 주문에 대응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인다. 국수를 찬물에 식히는 남자가 이 집의 주인이라는 느낌이 온다.
이쪽저쪽을 둘러보아도 손님으로 발 디딜 틈도 없다. 금연 밑에 '물은 셀프하십시오' 라는 안내글이 있다. 워낙 바빠서 그러니 손님이 이해 해야지
기다린 보람이 있어 드디어 막국수가 나왔다. 주전자에는 육수가 있다. 반찬은 왼쪽 작은 옹기에 들어있는 무 절임이다.
유일한 반찬이다. 맛이 있냐고? 그런데 이것은 별맛이 없다.
안내한 대로 육수를 붓는다.
겨자를 넣는다.
막국수의 양도 많은 편이다. 어린이는 둘이 먹어도 되겠다.
육수를 적게 넣고 비빔 막국수를 만든다.
막국수를 자주 먹은 적이 없으니 어떤 맛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시원한 맛이다. 이름 그대로 고급스럽지 않고 그냥 배가 고플 때 강원도 사람들이 부엌에서 있는 김칫물에다 메밀국수를 휘딱 말아 막 해서 먹었으니 맛으로 먹었을 리는 없을 테고, 배부르고 시원하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원하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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