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매미의 탄생

2015. 7. 11. 11:25자연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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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경에 볼 일이 있어 집을 나서는 중에 누군가의 싼타페 차량 앞 타이어에 눈에 익은 것이 보인다. 말매미가 7년간의 땅속 유충생활을 끝내고 이제 막 허물을 벗고 온갖 풍파가 있는 세상에 나왔다. 아직 연한 연둣빛을 은은히 띠는 약하디약한 매미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몇 발짝 움직인다.

 

시골에서는 매미 소리가 운치가 있다고 하겠지만, 도회지에서의 말매미 소리는 소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가로등까지 있으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댄다.

 

감꽃이 떨어지고 작은 감이 열려서 7월 중순이 되면 감나무 밑에는 들깨와 콩이 심겨 있고, 이랑 사이에 떨어진 파란 풋감이 시간이 지나면서 물렁물렁해진다. 배가 고픈 동심은 그 물렁물렁한 풋감을 둘로 쪼개서 가운데 심지 부분을 검지 손으로 긁어내고 입에 넣는다.

 

그때는 말매미 소리보다 "쓰름~ 쓰름"하는 '쓰름매미' 소리가 듣기 좋았다. 지금도 참매미 소리가 들리면 옛적의 배고픈 시절이 생각난다.

 

 

 

 

 

 

 

 

 

이제 막 땅에서 올라온 유충의 모습은 이렇게 생겼다. 여기에서 등허리 부분이 찢어지면서 탈각하는 것이다.

 

 

 

 

 

 

 

 

 

 

껍질을 벗은 지 이제 1시간여를 조금 지났는데 제법 어른티가 난다. 땅속에서 7년 그리고 바깥세상에서 짝을 찾아 울어대는 보름 남짓한 기간이 매미의 일생이기에 가까운 은행나무 가로수에 놓아준다.

 

 

 

 

 

 

 

지금은 시골에서도 자취를 감췄지만,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 누구나 밭에 대마() 또는 마()라고도 불리는 '삼'을 많이 심었다. 여름이면 크게 자란 삼을 베어서 인근 냇가에 큰 아궁이를 만들고 그 위에 넓적한 큰 돌과 작은 돌을 올리면서 돌무덤을 만든다.

 

아무렇게나 만든 듯한 그 돌무더기 아궁이에 장작을 넣어 몇 시간이고 달군다. 돌이 충분히 뜨거워졌다고 생각되면 그 위에 자기 소유의 멍석에 대마를 가지런히 놓고 둥글게 둘둘 만 들을 여러 개 쓰러지지 않게 직립으로 세우고, 그리고 멍석으로 둘둘 만 삼뭉텅이에 위에서 물동이로 물을 붓는다. 그러면 물이 세워진 삼다발을 지나 불에 달궈질 대로 달궈진 돌에 닿으면 엄청난 수증기가 올라오고 그 수증기로 이 삶긴다.

 

그렇게 삶은 삼은 소유자별로 나뉘어서 집으로 운반하여 삼 껍질을 벗긴다. 삼의 밑동을 살짝 벗겨 한쪽으로 모으고 왼손으로 삼 껍질을 모두 잡은 다음 오른손 손가락을 넣어 삼의 머리 쪽으로 밀면, 껍질은 벗겨지고 남은 것은 속이 대나무처럼 약간 빈 흰 대궁, 즉 삼대(우리는 사투리로 그것을 '지렆대기'로 불렀음)만 남는다.

 

왜 말매미 동영상을 보면서 대마, 즉 삼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했는가? 저 말매미를 잡기 위해서는 그 대마 대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황소의 꼬리에서 뽑은 굵고 기다란 털로 올가미로 만들어(낚싯줄이면 더 좋겠지만, 당시엔 낚싯줄을 구하기 어려웠으므로) 바짝 말려 가벼워진 대마 대궁(대) 끝 부분에 단단히 묶고 말매미가 울어대는 나무로 살금살금 가까이 올라가서 저 올가미를 머리 앞부분으로 들이밀면 자신의 앞다리로 들이미는 그것을 치우려고 건드리면서 그곳을 제딴에는 벗어나려고 앞쪽으로 몸을 조금씩 움직이다가 결국 올가미 속으로 다리가 들어간다. 앞다리를 조금 더 꼼지락거리면서 움직이면 삼대를 아래로 살짝잘살짝 내려서 매미의 머리가 들어가도록 한 다음에 머리가 완전히 들어갔다 싶으면 마치 낚싯줄을 잡아채듯이 강한 힘으로 뒤로 제치면 말매미가 황소 털 올무에 걸려서 잡히고 만다.

 

 

 

 

 

 

 

 

 

 

 

 

 

 

‘말매미’ 울음소리가 가장 거슬린 이유… 사람 귀에 가장 잘 들리기 때문이었다

 

여름철 도심 소음으로 여겨지는 말매미 소리가 사람 귀에 가장 잘 들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은 30일 “도심의 숲과 나무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5~6㎑, 참매미는 4~5㎑로 조사됐다”며 이 울음소리 주파수는 사람의 귀에 잘 들리는 가청음대역이라고 밝혔다. 도심에서 참매미들은 오전 4~9시 사이 가장 활발하게 소리를 내며 말매미들은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주로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시간대에 수백~수천마리가 박자를 맞춰 사람들에게 소음으로 인식될 정도의 소리를 내는 말매미 울음소리가 사람 귀에 가장 잘 들리는 소리로 파악된 셈이다.

 

 

 

 

국내 매미 중 울음소리 주파수 대역이 가장 높은 종은 13㎑인 세모배매미, 가장 낮은 종은 4㎑인 참매미로 나타났다.

생물자원관 김기경 연구사는 “세모배매미의 울음소리 주파수인 13㎑는 40·50대 이상 연령대가 되면 거의 듣기 힘든 대역”이라며 “주파수는 소음도를 측정하는 단위인 데시벨(㏈)과 달리 소리의 크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귀는 최소 20㎐부터 최대 20㎑(2만㎐)까지 주파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한국 매미는 보통 5월 깊은 산속에 사는 세모배매미·풀매미부터 모습을 나타내며 늦털매미 소리는 가장 늦은 11월까지 들을 수 있다.

생물자원관은 한국 매미 12종의 울음소리를 담은 ‘한국의 매미 소리 도감’을 발간했으며 매미들의 울음소리를 내달 초 누리집(www.nibr.go.kr)에 올릴 계획이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