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8. 3. 09:40ㆍ맛집과 요리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분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우연히 지나가다 들려서 알게 된 사람들인데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단지 가족이 멀리 있으므로 비록 남자들끼리의 생활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무척 풍족하게 보였다. 오늘은 8월 첫째 날이다. 다른 이를 통해 저녁에 오라는 전갈을 받고 그곳에 갔다.
흰 티셔츠를 입은 분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주시고, 손수 음식을 만든 분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지금도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것 같고, 그이가 젊었을 때는 상당한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나이가 제법 들었어도 감성은 꼭 여자 같다. 방에는 아기자기한 소품이며, 보통의 남자들과는 다르게 여러 종류의 많은 옷들이 가득하고, 상당히 품위와 격식을 아는 분이다.
원래 이곳은 '서풍지'라는 식당이 있었다. 오리와 닭 같은 것을 팔았다는데 제법 입소문이 나서 폐업한 지도 오래됐지만 지금도 찾는 사람이 있단다. 1층은 당시에 주방으로 사용했던 곳으로 보이는데 오늘은 이곳이 메인 주방이다. 그리고 2층은 앞에 소개한 그이의 방인데 지금은 할머니가 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탤런트들과 찍은 사진이 있는 것으로 봐서 그들과 많은 교류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의자가 여덟 개가 놓인 것으로 봐서 8명이 오는가 보다. 약속 시각보다 미리 온 길손은 어떤 손님이 초대되었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질그릇(옹기)으로 만든 앞 접시가 소담스럽다. 이 질그릇은 과거에 서민들이 사용하던 것이건만, 이곳에 이렇게 두니 제법 운치가 있다.
왼쪽에 있는 병에 뭔가 들어있다. 처음에는 물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 안에 소주를 넣었다.
접시 왼쪽에 인삼 같기도 하고, 누에 같이 생긴 뭔가 있다. 이것은 '초석잠'이라는 식물로 만든 장아찌인데 아삭아삭한 것이 상당히 맛이 있었다. 오른쪽은 '삼 채'의 뿌리로 만든 장아찌다.
'草石蠶'은 명칭은 석잠풀이라고도 하며, 초여름 싱싱한 뽕잎을 따서 누에를 칠 때 세 번째로 누에가 잠을 잘 때 피어나는 꽃이라고 해서 석잠풀이라고 했다는 설과 뿌리가 하얀 누에를 닮아서 ‘석잠(石蠶)’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아직 밥도 나오지 않았고, 손님도 오지 않았는데 장아찌 구경하려니 이것도 고문이다. 맛은 보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머위의 줄기와 잎으로 만든 장아찌다.
이 병 안에는 초석잠 장아찌가 가득 들어있다.
식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장작불이 피워져 있다.
솥뚜껑을 여니 닭 네 마리와 스테인리스 통이 들어있다. 스테인리스 통에는 한약재가 들어있는가?
손님들이 도착하였다. 우선 닭 한 마리를 솥에서 꺼낸다.
스테인리스 통에는 한약재가 아니고, 전복이 들어있다.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고맙게 느껴진다.
비록 서툰 솜씨지만, 어슷하게 쓴 고추와 파로 만든 고명도 닭에 얹고, 전복도 넣었다.
남자가 한 작품이지만, 어느 유명한 닭집 못지않은 솜씨다.
2G 폰으로 찍은 사진이니 오죽하겠는가? 정성 들여 만든 샐러드인데 사진이 망쳤다. 사진이 달랑 이것 한 장밖에 없으니 방법이 없다. 지금은 고가의 사진 장비를 갖추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를 만드니 사진은 흠잡을 곳이 없다. 단지 너무 상업성에 치중하게 되는 것과 실제의 음식보다 더 먹음직스럽게 보이니 그것도 '참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CD판과 LP판의 차이 쯤으로 치부하자.
질그릇 밑에는 대나무로 만든 받침과 나무 수저와 젓가락이 고풍스럽고 제법 멋이 있다.
"초석잠 장아찌를 맛보기 위해 그렇게 밤새 소쩍새는 울었나 보다"가 아니지만, 초석잠을 앞 접시에 놓고, 들어 올리는 것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소주를 넣은 물병 안에 깻잎이 들어있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고,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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