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사 승시(僧市) 축제(스님 씨름대회)

2015. 10. 11. 10:18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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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시 장터 한가운데에 씨름무대를 만들었다. 스님들이 그동안 닦은 기량을 뽐낼 시간이다. 젊은 스님들이 대부분으로 보이지만, 간혹 세수가 제법 있음 직한 스님들도 간혹 눈에 띈다. 스님들이 씨름하는 것이 신기한지 씨름판 주변으로 여러 겹의 관중들이 에워쌌다. 스님들의 천하장사 뽑기 시합이다.

 

 

 

 

 

 

선방에서 생활하던 스님들이 다칠 수가 있으니 준비운동으로 씨름판 가장자리를 달리면서 몸을 푸는데 근데 이곳에 웬 낭자가 있나? 머리가 긴 것을 보니 비구니는 아닐 테고

 

 

 

 

 

 

 

길손의 눈에 확 들어오는 스님이 있었으니 검은 수염을 기른 스님이다. 제법 세수(世壽 : 세상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뒤에는 아직 어린 티가 채 가시지 않은 스님도 뛴다.

 

 

 

 

 

 

조금은 멋적은 모양이다. 그런데 어디서 봤더라? 아!! 그렇지!  한국근대불교의 중흥조 '경허 선사'와 흡사하게 보인다.

 

 

 

 

 

                                     경허 선사 진영

                         

 

 

 

 

 

 

 

 

 

 

 

으라차차!! 몸이 조금 뚱뚱하여 체중이 나가게 보이는 스님이 기술을 넣고, 왼쪽 스님은 그대로 넘어진다.

 

 

 

 

 

 

넘어진 스님은 몸을 추스르고, 이긴 스님은 "내 어땠어? 절집에서 나물만 먹어도 힘이 세지??"하는 세러머니를 한다.

 

 

 

 

 

 

그리고 장내에 긴장이 흐른다. 막연히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길손의 머리를 친다.

 

 

 

 

 

 

헉~!  아니 이분은 경허선사? 아니지~ 수염이 있는 그 스님이다. 늠름하게 씨름판으로 들어선다.

 

 

 

 

 

 

홍 샅바의 수염 스님과 대머리(?) 스님이 샅바 싸움을 하고 있다. 아니 사실 샅바를 잘 못 찾는 것 같다.

 

 

 

 

 

 

심판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수염 스님이 손으로 대머리 스님의 바깥쪽 무릎을 치면서 힘을 주니 순식간에 대머리 스님이 넘어진다. 수염스님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절간에서 연습했을 리는 없겠고, 출가 전에 운동을 제법 한 듯하다.

 

 

 

 

 

 

 

넘어진 대머리 스님이나 수염 스님이나 승패를 떠나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수염 스님이 신사 스님답게 모래바닥에 널브러진 대머리 스님을 일으켜 세운다.

 

 

 

 

 

 

늦은 점심을 먹느라고 결승전을 보지 못했다. 다시 승시 점포를 도는데 낯익은 스님이 있다. 바로 그 수염 스님이다. 가까이서 뵈니 세수가 제법 있어 보인다. 무릎 위에 뭔가 들려 있다. 이 스님은 경산 와촌에 있는 '혜명사'의 '혜봉'스님이란다. 양해를 구하니 찍으란다. 선한 웃음을 선보이시면서~ 스님은 자신의 신장(콩팥)도 어느 중생에게 기증하고,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준우승하셨다. 작년에는 우승하셨다는데 준결승서 붙은 스님이 자신의 기술을 아는지 예의 손기술을 사용하니 양손으로 밀면서 미리 방어하더란다. 상당한 씨름 기술을 가진 스님이었다고 한다. 하기야 천하장사 이만기도  스님이 되지 말란 법이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