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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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놈과 쫓는 놈
한가롭게 주말 텃밭에 침입했다가 아침이 밝았는데도 산으로 가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인근에 있는 댕댕이에게 혼쭐이 나는 고라니다. 텃밭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고, 조그만 댕댕이에게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다가 결국에는 인근 산으로 도망쳤다. 공공의 적이다 보니 애처롭기보다는 더 혼쭐이 났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23.12.10 -
망월지 고라니
망월지 두꺼비들이 산으로 떠나 무주공산의 망월지엔 적막감마저 든다. 작년 4월에 망월 저수지의 물을 무단으로 빼서 두꺼비 새끼의 99%를 절멸시킨 자에게 벌금 2,000만 원의 판결이 내려졌는데 열흘 전부터 망월지의 수문이 개방되어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두꺼비가 없는 이참에 물을 빼서 질기게 엉킨 저 수생식물을 제거하면 좋겠다. 오전 8시가 된 시간이라 해가 중천에 떠는데 저수지 둑에 올라서서 수문 조절기 쪽으로 다가서니 뭔가 후다닥후다닥하면서 달아나다가 젖은 흙에 미끄러지면서 돌더미에 세게 엎어진다. 다시 잽싸게 일어서서 달아나는데 보니 고라니다. 아마 돌에 앞다리와 뒷다리를 세게 부딪쳤으니 얼마나 아플까? 그러나 생사가 달린 마당에 아프다고 한가하게 약을 바를 수도 없을 것이고 냅다 저수지를 돌아나..
2023.08.08 -
블루길 보금자리(?)
물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용천수가 저수지 바닥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샘물이 솟나? 하고 한참을 보았더니 외래종 블루길이 동그란 원 주위를 돌면서 다른 물고기가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처럼 보였다. 블루길이 자신의 알을 둥그렇게 생긴 원 안에 낳고 그것을 보호하는 것 같다. 몇 일 전에 구금하였다가 놓쳤던 유기견 깜순이가 다행히도 멀리 도망가지 않고, 자신이 임시 머무는 곳에 있다가 길손이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욱수지까지 동행한 길이다. 어떤 방법을 쓰든지 다시 생포(?)해서 목줄을 걸고, 심장사상충 퇴치 약을 먹여야 되는데 지금 당장 시행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좀 더 친밀감을 쌓은 후에 거사를 하려고 한다. 다행히도 깜순이는 덩치도 작거니와 지나다니는 산책객을 보면 먼저 ..
2021.06.07 -
실성한 고라니(?) 프랜들리 고라니(?)
욱수지로 산책을 하러 갔다가 욱수천을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주 가까운 곳에서 먹이 질 하는 오리를 보고 있는데 옆지기가 "저기 고라니가 있네!" 한다. 내가 있는 곳에서 5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먹이 질을 하고 있다. 고라니(Water Deer)는 우리나라에서는 천덕구러기요. 공공의 적이..
2020.04.16 -
고산(孤山)에 사는 고라니 일지(日誌)
날씨가 좋아지니 우한 폐렴으로 심신이 지친 시민들이 산책을 많이 한다. 욱수천을 따라 생긴 산책로는 이미 많은 사람이 다니고 있어서 스치는 것도 부담이 되어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이나 찾는 호젓한 이 고산(孤山)을 길손은 자주 찾는 편이다. 이곳은 고산에 사는 여러 마리의 고..
2020.04.06 -
아주 좁은 야산에서 고생하는 고라니
내가 이 블로그에 '개발지에 갇힌 고라니'로 여러번 포스팅을 했다. 앞에 바로 보이는 언덕 너머 비교적 넓은 곳에 있던 고라니들이 경산시의 택지개발 때문에 서식지가 자꾸 좁혀지더니 급기야 이제는 1,000평 남짓한 작은 야산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에게 부대끼며, 고라니가 살아가고 있..
2020.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