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19. 20:11ㆍ살아가는 이야기
외기러기 - 김정호
외기러기 날아가 쉬는곳이 어디냐
구름아 물어보자 너만은알고 있지
외기러기 날아가 앉을곳이 어디냐
바람아 물어보자 너만은 알고 있지
어릴적 옛친구 지금은 무었할까
내고향 앞산에는 뻐꾸기 울겠지
외기러기 날아가 쉬는곳이 어디냐
구름아 물어보자 너만은알고 있지
어릴적 옛친구 지금은 무엇할까
내고향 앞산에는 뻐꾸기 울겠지
뻐꾸기 울겠지 뻐꾸기 울겠지
(구) 대구 농고(현 대구 농업 마이스터고등학교)의 저수지인 '가전지'에는 김정호가 부른 외기러기의 주인공 짝을 잃고 홀로 고독하게 지내는 외기러기가 있다. 대구 농고에 출몰하는 너구리 가족에서 당했는지 오른쪽 물갈퀴가 통째로 없어져서 절룩거리며 걸어 다닌다. 처음에는 오리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코 위에 빨간 돌기가 일반 오리하고 달라서 찾아보니 '기러기'임에 틀림이 없다. 마치 부처가 되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구도자의 형형한 눈빛처럼 길손을 옆으로 보는 눈빛이 날카롭다.
물갈퀴가 떨어져 나가니 저수지에서 마음대로 헤엄도 칠 수가 없을 것이고, 걷는 것도 절뚝거리며 힘겹게 걸어서 늘 마음이 아팠다. 오늘 하찮은 기러기를 포스팅하는 것은 늘 이 녀석이 밤을 지새우던 곳에서 한참이나 볼 수가 없었기에 녀석의 안위가 궁금하던 차에 이렇게 짠~하고 나타나니 반갑기가 이를 데가 없다.
외기러기는 밤이 되면 물넘이 위의 작은 다리 위에서 잠을 청하곤 한다.
이 사진은 그 녀석이 없어지고 난 뒤에 늘 기러기가 밤을 지냈던 가전지 물넘이 위의 작은 다리 위를 찍은 사진이다. 왜 그 녀석이 저곳에서 밤을 보내는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사방이 탁 트인 곳에서 자신을 노리는 포식자가 나타나면 바로 저수지로 뛰어들어서 목숨을 부지할 심산으로 보였다.
밤에 산책하다가 불쌍한 생각에 일부러 저 녀석 곁에 가서 한참이나 앉았다가 가곤 했는데 사람을 알아보는지 수돗가 호스로 바닥에 물을 뿌리니 물로 달려들면서 물세례를 즐긴다.
짝 잃은 외기러기야~ 너에게 짝을 찾아주면 좋겠다만, 지금 당장은 어렵고, 시간이 나면 학교에 얘기해서 너의 짝을 찾아주도록 하겠다. 밤에 야생동물에게 희생당하지 말고, 잘 지내거라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구 농업 마이스터高(구 대구 농고)의 가을 풍경 (0) | 2019.09.19 |
---|---|
망덕걸과 공룡 발자국 (0) | 2019.08.21 |
외래종의 역습(?) (0) | 2019.07.06 |
어떤 억울함이 있기에 (0) | 2019.06.22 |
백두산 여행 - 서파(西坡) 오르는 길 (0) | 2019.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