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松蟲) - 너 정말 오래간만이다.

2023. 8. 25. 13:53지난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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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속담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오지랖 넓게 나대지 말고, 제 주제 파악을 하고, 제 분수를 알아서 처신하라는 말이다. 송충이는 솔나방의 애벌레로 소나무의 솔잎을 갉아 먹어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오늘 산에 오르다가 송충이를 만났다. 반가웠다(?) 아니지 반가울 게 따로 있지, 하여간 참 오래간만이다. 어릴 때 보고 지금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천연기념물처럼 생각된다. 

 

옛날 국민학교에 다닐 때, 회충약을 학교에서 주면 그것을 저녁에 먹고, 다음 날 아침에 거름 더미[시골 마당 구석 통시(푸세식 화장실) 가까운 곳에 논이나 밭에 뿌릴 거름을 만들기 위해 풀이나 퇴비를 쌓아 놓은 곳]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똥을 누면, 흰색을 띤 흔히 토룡(土龍)으로 불리는 커다란 지렁이(경상도 방언으로'껄깨이')처럼 생긴 회충이 회충약 기운에 맥을 못 추고, 항문을 통해서 밖으로 나온다. 보통은 똥과 함께 땅바닥에 떨어지는데 어쩌다가 회충(경상도 사투리로 거시라고도 했다)이 나오는 중간에 저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서 똥꼬의 괄약근에 힘을 주면, 그 회충이 땅으로 떨어지지 않고, 똥꼬에 매달려 좌우로 몸부림을 친다. 어린애는 무서워서 자지러지면,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회충을 맨손으로 잡아서 쑥 빼내 준다. 회충에는 약간의 똥이 묻었지만, 기다란 것이 4~5마리가 나오면, 대충 물에다 씻어서 그것을 작은 용기에 담아 학교로 가져가서 선생님께 확인시켜 줘야만 했다.

 

똥을 눌 때 집에서 기르던 똥개(누렁이)가 곁에 있다가 잽싸게 똥과 함께 회충을 먹어버리면 낭패가 되었다. 옛날 똥개는 참 가여웠다. 먹을 것이 없어서 어린애가 마당에 똥을 누면 그것을 받아먹겠다고 옆에서 기다리곤 했는데~

 

저 송충이도 그랬다. 중학교 1~2학년 때에 전교생이 소나무가 있는 학교 뒷산으로 모두 올라간다. 산에는 인근 사람들이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나무를 모두 베어가는 바람에 민둥산이 되다시피 한 것을 박정희 대통령이 산림녹화라는 큰 기치를 걸고, 식목일쯤에 부역의 이름으로 산에다 작은 나무 모종을 심었는데 그렇게 심은 작은 소나무에 등에 기다란 털(이 털에 살갗을 쏘이면, 처음에는 따가우면서 붉게 부풀어 오르는데 나중에는 아주 가렵다)을 가진 송충이가 서로 빈틈이 없을 만큼 작은 소나무에 달라붙어서 솔잎을 아작내고, 종내에는 그 소나무를 폐사시킨다. 그래서 그 송충이를 잡고자 비닐봉지를 하나씩 들고, 산에 올라가 작은 젓가락 비슷한 것으로 송충이를 잡아 산밑으로 내려와서 큰 가마니에 담으면 몇 가마니가 나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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