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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연인들 - 노미애
어제저녁에 가슴을 울리는 주옥같은 노래를 한 곡 발견했다. 1983년도에 발표했던 가수 노미애의 '길 위의 연인들'이란 곡인데 나는 이 가수를 전혀 몰랐었다. 이 곡이 발표된 그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정말 엄혹한 시절이었다. 그리고 커다란 뒷배가 없거나 재력이 없거나 다른 어떤 것(수청? 촌지?)가 없었다면, 방송국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노래를 틀어줄지 말지 알 수가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자존심이 있는 가수는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다가 끝내는 떨어지고 말았다. 오늘 구글을 통해서 악보를 찾으려고 검색하던 도중에 이 곡을 찾으려고 노심초사했던 어떤 남자의 엄청난 노력을 보았다. 그것에 경의를 표한다. 우연히 어떤 골목길을 걸어가다가 나온 팝송이나 경음악 구절 하나를 머리에 넣고..
2023.10.19 -
삼계탕이 특이하다.
다른 삼계탕 식당과 차별화된 것이 보인다. 긴 오이를 길게 사 등분 한 것과 그것을 찍어 먹는 빨간 고추장이다. 오이를 이렇게 주는 곳은 난생처음이다. 찍어 먹는 것도 보통은 된장인데 아주 달콤한 고추장이다. 찹쌀 풀을 넣었거나 들깻 가루를 듬뿍 넎은 것처럼 국물이 걸쭉하다. 내 취향에는 약간 맞지 않았지만, 고추장과 오이, 땡초의 맛으로도 충분하다. 고추장이 반짝반짝 광이 난다. '진정한 맛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맞다. 정말 공감한다.
2023.10.17 -
휴대 전화도 꽤 괜찮은 사진을 찍는다.
나무 벽을 타고 올라간 열매를 취미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DSLR 카메라를 이용하여 신중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곳을 보니 빨갛거나 까만 열매가 달린 식물이 보인다. 처음에는 '까마중'으로 알았다. 그런데 까마중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그에게서 휴대 전화 촬영 TIP을 얻었다. 열매가 나타나는 곳에 손가락으로 살짝 찍고, 셔터를 눌렀더니 멀리서도 저렇게 정밀하게 열매가 묘사된다. 얼굴 사진도 그렇게 하면 초점이 아주 잘 맞아서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2023.10.17 -
칼갈이
세상 살아오면서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이 있다. 꼭 필요한 곳에 적합한 직업이 있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어디든지 틈새시장은 있는 법이다. 군대 가기 전까지 시골에 살 때, 연탄이 보급되지 않는 시골에서는 취사를 위해서나 난방을 위해서나 어느 집을 막론하고, 반드시 인근 산에 가서 땔감을 구해와야 했다. 마치 밥을 먹고, 똥을 싸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당연지사였다. 지게는 늘 있는 것이고, 산으로 가지 전에 톱이나 조선 낫, 또는 얇게 생긴 날렵한 일명 "왜낫"이라는 것을 가지고 다녔는데 낫은 날카롭게 날을 세워야 하기에 숫돌에 물을 뿌리면서 쓱쓱 낫을 갈았다. 그것은 어른들이 낫을 가는 것을 어깨너머로 보고 흉내를 내다가 어느새 숙련공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
2023.10.07 -
Let It Be Me - Everly Brothers Cover By Vanny Vabiola
히잡을 쓴 '바니 바비올라(Vanny Vabiola)'가 노래하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숨이 멎을 듯했다. 노래도 노래거니와 그녀에게서 풍기는 매력이 이젠 황혼을 따라가는 내가 주책스럽게도 가슴이 설렌다. 그런 표현이 정확히 맞을 것 같다. 대부분 인도네시아 남성이나 여성들이 신체가 작고, 가무잡잡하며, 언어도 억양이 우리에겐 아주 낯설어 안중에도 없었는데 그 예외가 강렬하게 나타났다. 히잡을 쓴 모습이 과히 황홀하다. 이름은 또 어떠냐? '바니 바비올라' 부르기도 싶고, 기억도 오래하겠다. 그녀는 히잡의 모습으로 봐서 인도네시아 무슬림 여성임이 틀림없다. 그녀는 202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형 유튜버다. 노래 실력? 감히 말하건대 원곡을 부른 가수보다 더 감성적이고, 더 프로페셔널하다. 영국식 발음 같..
2023.09.28 -
성일가(星一家) - 故 강 신성일의 귀향 가옥
영천 포항 할매곰탕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대창면으로 귀촌한 고향 친구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다. 일부러 들리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 간판이 나를 멈추게 했다. 세로로 세워진 빨간 간판에 '성일가'라는 글귀가 있고, 그 위에는 지금은 고인이 된 故 신성일(본명 ; 강신성일, 강신영)이 길을 따라 진행하다 잠시 멈춘 길손에게 "저놈이 성일가에 들어오나 그냥 지나 가나 함 보자!"라는 표정으로 깍지 낀 두 손 위에 턱을 괴고, 쳐다 본다. 그러니 들어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니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성일가(星一家)'는 故 신성일이 말년에 살았던 집이다. 그가 살아있을 때 한번 오고 싶은 생각이 있었으나 사실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그를 만나면 딱히 드릴 말씀도 없었기 때문에 방문할 용기를..
2023.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