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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의 결과 - 붉은 귀 거북이
비 온 뒤에 망월지 수문에서 내려오는 물길에 작은 움직임이 있다. 자세히 보니 외래종인 붉은 귀 거북이다. 어디서 발버둥을 쳤는지 등껍질이 희게 벗겨졌다. 이곳에 있는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불광사 신도들이 망월지에서 물고기 등을 방생하는 의식을 가끔 하기에 저수지에 방생되었던 붉은귀 거북이 비가 내려 저수지 수위가 올라가자 무너미를 타고 이곳을 내려온 것으로 짐작된다. 법주사였던가? 법주사 주변으로 난 '속리산 세조(世祖)길'을 따라 돌아갈 때 그곳에 있는 상수원 저수지에 무수히 많은 붉은 귀 거북이가 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속리산 '세조(世祖) 길' 옆의 저수지에 사는 붉은 귀 거북 https://oneshot102.tistory.com/1519 ..
2023.09.13 -
시궁쥐의 최후의 숨 몰아쉬기
이젠 나도 순발력이 많이 떨어졌다. 산책을 하러 나가다가 인도에서 발견된 비실거리는 시궁쥐에게 차도까지 따라가며 발길질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발은 허공을 차고, 제대로 시궁쥐의 엉덩이도 제대로 차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어설픈 발길질이 시궁쥐의 등을 스치는가 싶더니 이놈은 꾀병인지 뭔지 차도에 드러눕는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두지(뒤주의 경상도 방언)'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농사꾼의 귀한 곡식을 밤낮으로 훔쳐먹었던 도적과 진배없는 이 시궁쥐에 원한을 가진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고, 진하다. 그래서 시궁쥐를 발견한 순간에 평소 무고한 살생을 피하는 나의 성정은 쥐꼬리만한 자비심이 생기기가 무섭게 증오로 무섭게 달궈진다. '시궁쥐'의 사전적 의미는 쥐과에 속하는 대형쥐로 몸의 길이는 23∼26cm이고 꼬리는..
2023.09.12 -
너나 잘하세요!
"뜬금없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며칠 전까지 헐렁거리던 현수막이 더 단단하게 당겨져서 조여졌다. 아마도 그동안 느슨했던 결기를 다시 모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이동관은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하여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지명 철회하라는 메아리도 없는 주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는 무늬만 공영방송인 어느 방송국 담벼락에 걸려있다. 공영방송이라고 호소하는 '공영방송 호소 방송국'을 내가 보지 않는 지도 몇 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달구벌의 빛과 소리'라고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그런 용어를 사용하나? 달구벌의 어둠과 소음으로 들린다. 지금 방송 같지 않은 방송국에 대한 철퇴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저질의 언론인과 대장동 사기꾼이 벌인 조작 허위..
2023.09.12 -
천연기념물 해장국 집 - 상주 남천식당
식당은 정말 오래간만에 포스팅한다. 바로 옆집 돼지고기 파는 집에 여러 번 가면서도 이 식당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곳에 간 날은 9월 2일이다. 한돈 고기를 사려고 왔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다. 아주 작은 식당인데 본능적으로 내공이 깊이 쌓였다는 느낌이 온다. 출입문에 서서 고개만 들이밀고,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런데 1936년부터 영업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천연기념물이 따로 없다. 이 식당의 주종은 씨래기 해장국집이 아니랄까 봐 바깥에 시래기와 배추 단이 놓여 있다. 요즘 배추 값이 비싸지 않은가? 할머니 사진과 함께 메뉴판이 눈에 들어온다. 해장국이 3,000원이고, 짬뽕집도 아닌데 곱빼기가 있다. 소주 한 잔은 없고, 막걸리 1잔이 해장국의 반값이다. 사용하는 재..
2023.09.04 -
말매미의 순애보(殉愛譜)
여름과 작별을 준비하는 처서가 지난 지 사흘째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말매미의 소리는 처절하게 들린다. 욱수 공영주차장을 들어가는 작은 교량 옆에 자생하는 버드나무 가지 위에서 말매미의 소리가 우렁차다. 소리가 들리는 나뭇가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암수가 교접하는 말매미 한 쌍이 붙어 있다. 처음 보는 장면에 한참을 봐도 전혀 기척이 없다. 말매미는 조그만 인기척에도 오줌을 싸면서 "째~에" 하고, 놀란 토끼처럼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댄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는다. 정말 강단이 있는 말매미로구나 하면서 또 봐도 처음 그대로의 자세로 앉아 있다. 왼쪽 말매미의 오른쪽 발들이 왼쪽 큰 말매미의 왼쪽 등 부분을 감싸고 있다. 마치 푸근하게 오른쪽으로 안고 있는 형상이다. 두 말매미는 미동도 하..
2023.08.26 -
송충이(松蟲) - 너 정말 오래간만이다.
옛 속담에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오지랖 넓게 나대지 말고, 제 주제 파악을 하고, 제 분수를 알아서 처신하라는 말이다. 송충이는 솔나방의 애벌레로 소나무의 솔잎을 갉아 먹어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오늘 산에 오르다가 송충이를 만났다. 반가웠다(?) 아니지 반가울 게 따로 있지, 하여간 참 오래간만이다. 어릴 때 보고 지금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천연기념물처럼 생각된다. 옛날 국민학교에 다닐 때, 회충약을 학교에서 주면 그것을 저녁에 먹고, 다음 날 아침에 거름 더미[시골 마당 구석 통시(푸세식 화장실) 가까운 곳에 논이나 밭에 뿌릴 거름을 만들기 위해 풀이나 퇴비를 쌓아 놓은 곳]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똥을 누면, 흰색을 띤 흔히 토룡(土龍)으로 불리는 커다란 지..
2023.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