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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대 체력단련장에서 영하의 라운딩
정말 어렵게 부킹이 되어서 이곳에 왔다. 11월 23일 07시 후반대의 시간에 이곳의 날씨는 영하 5도를 넘나든다. 결과적으로 이곳에서 독감을 얻고, 근 5일을 집에 돌아와서 앓고 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나는 이곳을 그저 공을 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계룡산의 영험한 기운을 라운딩하면서 몸에 주입하고자 함에 있다. 하얀 서리가 마지막 푸르름으로 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페어웨이 잔디 위를 매몰차게 덮고 있다. 저곳은 청룡 코스 1번 티박스다. 세컨 샷을 치려고 하는데 1번 홀 그린 위에 앞 팀이 있고, 그 뒤로 햇살이 비친다. 정말로 춥게 느껴진다. 아래로 경사지게 내려가는 티박스 방향으로 계룡대 건물이 보인다. 윗부분만 살짝 나온 흰색 건물 위로 둥그런 야산이 한 겹을 둘렀고, 그 뒤로 계룡산 줄기가..
2023.11.18 -
삶과 죽음의 차이
지난달 하순 경에 나를 낳아준 사람과 영영 이별했다. 언젠가 양산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하였던 경봉당 대선사의 일화가 생각났다. 경봉당이 15살 때 어머니가 작고하셨다. 그는 사람이 왜 죽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 아버지에게 물었으나 아버지는 제대로 아들에게 그 답을 알려주지 못하고, 그것은 도를 닦는 큰스님만이 알 수 있다고 어린 아들에게 얘기했다. 당시 밀양에 살았던 경봉당은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16살이 되던 해에 양산 통도사까지 걸어가서 '성해(盛海)'라는 노승을 만나 사람은 왜 죽느냐? 라는 질문을 하니 그는 한참이나 뜸을 들이다가 "태어났으니 죽느니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큰 울림을 들었다. 그렇다.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죽을..
2023.11.06 -
탁월한 필리핀 가수 - Excellent Filipino male singer
대단치도 않은 노래를 듣고, 아주 호들갑스럽게 '소름이 끼친다'라는 표현을 영혼이 출장을 나간 것처럼, 마치 창녀가 아무에게나 아랫도리를 내어주는 것처럼 경멸스럽고, 천박하게 아무렇게나 앉아서 배설하는 그런 여성을 보면서 인간 혐오를 느끼다가 최근에 인도네시아의 가수이자 대형 유튜브인 '바니 바비올라'의 노래를 듣고, 그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혜성과 같이 등장한(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것은 모두 합성이었다.) 어느 필리피노(Andrian)의 노래를 듣고, 이런 '천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도 있구나!'라고 감탄했다. 조그만 체구의 청년이 좀 우수꽝스런 몸짓으로 노래하는 것을 보면, 대단치 않아 보이지만, 그만의 독특한 계산법이 숨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합성 동영상이면..
2023.11.05 -
승려(僧侶)와 대장(大將)
멀리 '불광사(佛光寺)'를 배경으로 수성갑 주호영 국회의원이 내다 건 대구 덕원고 출신 박안수(朴安洙) 육군참모총장 임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플래카드 밑으로는 불광사 스님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장면이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중 벼슬은 닭 볏(벼슬)보다 못하다'라고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최고의 어느 종단에서 속칭 물 좋은 사찰을 차지하기 위해 1994년도에 총무원장 3선을 놓고, 여느 시정잡배들처럼 치열한 투쟁을 목격했던 나로서는 "세상 어느 한 놈 믿을 놈 없다"는 자조 섞인 옛말을 격하고, 깊게 공감한다. 도를 닦는 승려들의 감투를 향한 집념이 그럴진대 하물며 속세에서는 다시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중 벼슬이나 닭 벼슬이나 속세의 벼슬이나 그 덧없음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적으..
2023.11.02 -
이 무슨 벌레 인고?
산책로 바닥에 깔린 야자나무 줄기로 만든 매트에 '갈색거저리'로도 불리는 '밀웜' 비슷한 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밀웜은 피부가 깨끗한데 이것은 털이 난 것이 다르다. 난생처음 보는 벌레다. 세상이 어지러우니 이런 벌레도 번성하는 듯하다. 나뭇가지로 벌레 속을 헤쳐보니 매트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인지 매트 사이 사이에 박혀있는 벌레가 많다. 힘을 주어 일부 벌레를 밖으로 빼내려고 했으나 쉽게 밖으로 빠지지도 않는다.
2023.10.28 -
'표(票)'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욱수골짜기에 어떤 호소문(?)이 붙었다. 2년 전부터인가? 욱수골짜기 작은 개울을 청소하고, 정비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게 '고산 1동 새마을 협의회'라는 단체였다. 지역 주민으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지역에 봉사한다고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 없었다. 그런 봉사 단체가 두 번째 현수막을 걸었다. 첫 번째는 미처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으나 어떤 말 못 할 사연이 있나 보다. 이곳이 개발제한구역은 아닌가? 그래서 지역 토박이들이 어떤 규제를 풀기 위해 공원을 조성하고, 둘레길을 만들려고 했나? 그렇지 않다면 굳이 구청에서 나서서 순수한 지역 봉사단체에서 하는 일에 고춧가루를 뿌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저 플래카드는 구청장 압박용으로 보인다. 많은 등산객과 산책객이 다니는 곳에 저런 내용으..
2023.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