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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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쥐의 최후의 숨 몰아쉬기
이젠 나도 순발력이 많이 떨어졌다. 산책을 하러 나가다가 인도에서 발견된 비실거리는 시궁쥐에게 차도까지 따라가며 발길질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발은 허공을 차고, 제대로 시궁쥐의 엉덩이도 제대로 차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어설픈 발길질이 시궁쥐의 등을 스치는가 싶더니 이놈은 꾀병인지 뭔지 차도에 드러눕는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두지(뒤주의 경상도 방언)'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농사꾼의 귀한 곡식을 밤낮으로 훔쳐먹었던 도적과 진배없는 이 시궁쥐에 원한을 가진 역사는 아주 오래되었고, 진하다. 그래서 시궁쥐를 발견한 순간에 평소 무고한 살생을 피하는 나의 성정은 쥐꼬리만한 자비심이 생기기가 무섭게 증오로 무섭게 달궈진다. '시궁쥐'의 사전적 의미는 쥐과에 속하는 대형쥐로 몸의 길이는 23∼26cm이고 꼬리는..
2023.09.12 -
너나 잘하세요!
"뜬금없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며칠 전까지 헐렁거리던 현수막이 더 단단하게 당겨져서 조여졌다. 아마도 그동안 느슨했던 결기를 다시 모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이동관은 방송통신위원장에 취임하여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지명 철회하라는 메아리도 없는 주장이 정치적 편향성을 의심받는 무늬만 공영방송인 어느 방송국 담벼락에 걸려있다. 공영방송이라고 호소하는 '공영방송 호소 방송국'을 내가 보지 않는 지도 몇 해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달구벌의 빛과 소리'라고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그런 용어를 사용하나? 달구벌의 어둠과 소음으로 들린다. 지금 방송 같지 않은 방송국에 대한 철퇴가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저질의 언론인과 대장동 사기꾼이 벌인 조작 허위..
2023.09.12 -
말매미의 순애보(殉愛譜)
여름과 작별을 준비하는 처서가 지난 지 사흘째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말매미의 소리는 처절하게 들린다. 욱수 공영주차장을 들어가는 작은 교량 옆에 자생하는 버드나무 가지 위에서 말매미의 소리가 우렁차다. 소리가 들리는 나뭇가지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암수가 교접하는 말매미 한 쌍이 붙어 있다. 처음 보는 장면에 한참을 봐도 전혀 기척이 없다. 말매미는 조그만 인기척에도 오줌을 싸면서 "째~에" 하고, 놀란 토끼처럼 달아나는데 이번에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댄다. 그래도 꿈쩍하지 않는다. 정말 강단이 있는 말매미로구나 하면서 또 봐도 처음 그대로의 자세로 앉아 있다. 왼쪽 말매미의 오른쪽 발들이 왼쪽 큰 말매미의 왼쪽 등 부분을 감싸고 있다. 마치 푸근하게 오른쪽으로 안고 있는 형상이다. 두 말매미는 미동도 하..
2023.08.26 -
직접 보지 못해 아쉬웠다
벌건 대낮 가로등을 따라 도착한 이곳은 망월산 체력단련장이다. 그곳에 작은 다람쥐 굴이 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니 며칠 전에 이곳 다람쥐 둥지에서 다람쥐 어린 새끼 5마리가 있었다고 한다. 손에 올려놓고 사진 찍은 것을 보여주는데 아뿔싸 내가 한발 늦었다. 이미 다람쥐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사진을 찍은 사람에게 부탁해서 그 사진을 이곳에 업어다가 두었다.
2023.08.17 -
벌건 대낮에 산에서 길 잃을까 봐!! 정말 눈물겹다.
전북에서 치러졌다가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탁생행정에 파행을 일삼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잼버리'에 대한 후유증과 트라우마 때문인지 시민 등산로의 안전을 위해 수성구청에서 벌건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가로등을 모두 켰다. 참 지극정성이다. 불이 켜진 등산로에서 두 여성이 안전하게 걸어 내려오고 있다. 대낮에도 이렇게 환하게 불을 켰으니, 금상첨화다. 낮에 가로등까지 있으니, 저곳이 위험지역이란 것을 금방 알겠다. 수성구청장과 그 휘하 공무원들의 배려가 눈물겹다. 이곳은 '망월 체력단련장'이다. 이곳도 헬스 기구를 혹시 어두워서 잘 못 들거나 내리다가 불상사라도 날까 봐 훤히 불을 밝혔다. 이중으로 눈물겹다. 조명이 있으니, 조명 빨을 받아서 운동도 더 잘 된다.
2023.08.17 -
망월지 고라니
망월지 두꺼비들이 산으로 떠나 무주공산의 망월지엔 적막감마저 든다. 작년 4월에 망월 저수지의 물을 무단으로 빼서 두꺼비 새끼의 99%를 절멸시킨 자에게 벌금 2,000만 원의 판결이 내려졌는데 열흘 전부터 망월지의 수문이 개방되어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두꺼비가 없는 이참에 물을 빼서 질기게 엉킨 저 수생식물을 제거하면 좋겠다. 오전 8시가 된 시간이라 해가 중천에 떠는데 저수지 둑에 올라서서 수문 조절기 쪽으로 다가서니 뭔가 후다닥후다닥하면서 달아나다가 젖은 흙에 미끄러지면서 돌더미에 세게 엎어진다. 다시 잽싸게 일어서서 달아나는데 보니 고라니다. 아마 돌에 앞다리와 뒷다리를 세게 부딪쳤으니 얼마나 아플까? 그러나 생사가 달린 마당에 아프다고 한가하게 약을 바를 수도 없을 것이고 냅다 저수지를 돌아나..
2023.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