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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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견(盲犬) 복실이
불쌍한 자신을 거두어주는 식당 출입문 앞에서 배가 고픈 '눈이 먼 개' 복실이가 얌전하게 먹을 것을 주길 기다리고 있다. 복실이를 안 지도 얼추 10년은 된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는 눈이 멀지 않아서 가끔 같이 욱수저수지로 산책을 간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서 인지 백내장이 왔고, 지금은 거의 눈이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코를 통한 냄새로 사물을 분간하거나 눈이 멀기 전에 다녔던 길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돌아다닌다. 복실이의 주인은 인근 식당을 운영하다가 2~3년 전에 문을 닫았고, 최근까지 문을 닫아 폐허가 된 식당 건물에서 홀로 지내는 복실이를 만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씩 왔었는데 지금은 오지 않고, 대신 이 식당에 복실이를 부탁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로 이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이 ..
2023.12.27 -
이제는 '유튜브'가 대세인가?
30~40대로 보이는 젊은 친구가 욱수지 물들어 오는 곳에서 무엇인가 열중하고 있다. 나는 그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일요일이니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려고 저런 것을 하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관심을 두고 보니 카메라가 보인다. 내가 워낙 유튜브를 많이 보고 있으니 "유튜브 올리려고 촬영을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아마도 어린이나 중고등학생을 타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쪼록 구독자가 많아져서 그의 노력이 큰 보상을 받길 기원한다. 요즘은 일인 방송 전성시대다. 일상생활과 결부된 콘텐츠를 발굴하면, 자신의 생활을 영위하면서 그것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리면 성취감도 생기고, 광고 부수입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도전하면 될 것 같다. "남처럼 해서..
2023.12.10 -
쫓기는 놈과 쫓는 놈
한가롭게 주말 텃밭에 침입했다가 아침이 밝았는데도 산으로 가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인근에 있는 댕댕이에게 혼쭐이 나는 고라니다. 텃밭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고, 조그만 댕댕이에게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다가 결국에는 인근 산으로 도망쳤다. 공공의 적이다 보니 애처롭기보다는 더 혼쭐이 났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23.12.10 -
사라지는 것들 - 무궁화호(無窮花號) 열차
청리 간이역에서 김천 방향의 가까운 건널목을 지나는 무궁화호 열차의 모습이다. 이 열차는 앞으로 'ITX-마음'이란 열차로 대체가 된단다. 우렁찬 디젤 엔진소리의 추억도 곧 사라질 운명이다. 왜 이렇게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많은가? 무궁화호 열차를 탔던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건널목 차단기 앞에서 지나가는 열차를 보노라니 만감이 교차한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6465808&memberNo=28983946&vType=VERTICAL 무궁화호, 역사 속으로···2028년까지 'ITX-마음'으로 대체 [BY 뉴스웨이] 신차 도입 일정 맞춰 디젤 무궁화호 2028년까지 순차적 퇴역EMU-150 신차, ITX-새마을호 ... m...
2023.11.26 -
삶과 죽음의 차이
지난달 하순 경에 나를 낳아준 사람과 영영 이별했다. 언젠가 양산 통도사 극락암에 주석하였던 경봉당 대선사의 일화가 생각났다. 경봉당이 15살 때 어머니가 작고하셨다. 그는 사람이 왜 죽는가? 하는 의문을 품고, 아버지에게 물었으나 아버지는 제대로 아들에게 그 답을 알려주지 못하고, 그것은 도를 닦는 큰스님만이 알 수 있다고 어린 아들에게 얘기했다. 당시 밀양에 살았던 경봉당은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16살이 되던 해에 양산 통도사까지 걸어가서 '성해(盛海)'라는 노승을 만나 사람은 왜 죽느냐? 라는 질문을 하니 그는 한참이나 뜸을 들이다가 "태어났으니 죽느니라!"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큰 울림을 들었다. 그렇다.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죽을..
2023.11.06 -
승려(僧侶)와 대장(大將)
멀리 '불광사(佛光寺)'를 배경으로 수성갑 주호영 국회의원이 내다 건 대구 덕원고 출신 박안수(朴安洙) 육군참모총장 임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플래카드 밑으로는 불광사 스님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장면이 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중 벼슬은 닭 볏(벼슬)보다 못하다'라고 하면서 정작 우리나라 최고의 어느 종단에서 속칭 물 좋은 사찰을 차지하기 위해 1994년도에 총무원장 3선을 놓고, 여느 시정잡배들처럼 치열한 투쟁을 목격했던 나로서는 "세상 어느 한 놈 믿을 놈 없다"는 자조 섞인 옛말을 격하고, 깊게 공감한다. 도를 닦는 승려들의 감투를 향한 집념이 그럴진대 하물며 속세에서는 다시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중 벼슬이나 닭 벼슬이나 속세의 벼슬이나 그 덧없음은 세월이 지나면 자연적으..
2023.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