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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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터를 잡았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부터 아주 멀리 올라왔다. 주변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혼자 이곳에 터 잡아 사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망월 저수지에서 두꺼비 올챙이 구경하는 것도 천연기념물을 보는 것처럼 아주 귀한 존재가 되었다. 30분 정도 지나서 다시 그곳으로 내려가니 저렇게 물속에 앉아 있다. 먹이질을 하려는지 아니면 더워서 목욕을 하려는지
2024.07.12 -
소행은 괘씸하지만,
낮에 농사일하느라고 고단한 농심들이 곤히 잠든 밤 9시 무렵에 마을과 가까운 곳에서 난데없는 총성이 울린다. 일반 소총 소리보다 더 큰 것 같다. 짐작은 하지만, 확인하고 싶은 충동은 말릴 수가 없다. 멀리서 분주한 움직임이 보이고, 숨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어미 고라니의 외마디 비명이 적막을 뒤흔든다. 혹시 고라니나 멧돼지로 오인할까 봐 플래시를 켜고 조심조심 다가간다. 짐작한 대로 그들은 '유해조수구제단'이었다.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고라니 어미와 새끼가 사냥꾼의 총에 맞았다. 어미와 새끼는 조금 전까지 복숭아밭에서 복숭아를 따 먹고 있다가 엽총의 산탄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죽어가는 새끼를 보니 가슴이 아리다. 왜 작은 새끼까지 쏘았냐고 하니 어미가 없으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란다. 어제 본..
2024.07.02 -
고라니 새끼의 생존 본능
시골의 하루 시작은 일반적으로 도시보다 다소 빠르다. 지금처럼 더운 때에는 동이 트기 전, 시원할 때 일을 하는 것이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새벽 5부터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농약 치는 기계의 엔진소리가 요란하다.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서 특별히 할 일은 없고, 집 앞에 있는 논길을 산책하려고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벼가 뿌리를 내린 논에서 뭔가 후다닥후다닥하고 도망친다. 커다란 고라니였다. 주변을 살피다 보니 멀리 마치 소똥 무더기처럼 보이는 것이 시멘트 농수로에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고라니 새끼가 숨을 죽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생존본능이 작동한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보아도 숨도 쉬지 않고, 눈동자도 깜빡이지 않는다. 마치 망부석을 보는 느낌이다. 숨을 참다가 ..
2024.07.02 -
자신의 '나와바리(なわばり)'에 앉아 있는 두꺼비
유건산 산책하러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앞쪽의 중년 주부 2명이 마치 반가운 이를 본 것처럼 야단이다. 나는 다람쥐인 줄로 알았다. 아마도 땅콩 같은 간식을 가져다주니 그것을 알아보고 새끼를 기르는 다람쥐가 굴 밖으로 얼굴을 내민 것으로 짐작했다. 다가가서 보니 다람쥐가 아니라 성체 두꺼비였다.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것으로 보였다. 나도 반갑다. 예전에는 심심찮게 보였었는데 요즘은 두꺼비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마도 2022년 6월 불법으로 수문을 개방하여 두꺼비 올챙이 99%을 몰살시킨 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때 수문을 열었던 아주 몰상식하고, 악랄했던 인간은 항소심에서도 벌금 2천만 원을 얻어맞았다. https://v.daum.net/v/20240525082946689 망월지 수문 열..
2024.06.26 -
故 백선엽(白善燁) 장군 동상(銅像)
지난 6월 12일 고향을 다녀오다가 다부동 전적비 근처에서 갑자기 백선엽 장군의 동상 제막이 있었다는 소식을 본 듯하여 무작정 이곳으로 들어왔다. 작년 7월 5일 이곳에 이승만, 트루먼 대통령의 동상과 함께 백선엽 장군의 동상이 제막되었다고 하는데 오늘 처음 보는 것이다. 백선엽 장군이 2020년 7월 세상을 떠나고 국립묘지에 영면하였을 때 대한민국의 불그죽죽한 무리가 파묘하자고 얼마나 난리였던가? 액면 그대로 보면, 그 무리들은 몸만 대한민국에 있을 뿐, 그들의 영혼은 붉은 군대와 늘 함께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그렇게 경멸하면서도 그 녀석들의 자식들은 미국에 유학 보내어 미국 시민권을 얻으려고 지랄발광하는 것을 보면서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어떤 흉악한 ..
2024.06.14 -
이런 모습에 숙연함이 느껴진다.
소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피하려고, 러시아의 '거북 탱크(Turtle tank)'를 연상시키는 차량이 보인다. 플라스틱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스펀지도 아닌 것이 고무 재질의 두껍고, 커다란 직사각형 바닥 깔판으로 보이는 것을 지붕 위에 얹었다. 드론 회피용도 아닐 것이고, 아마도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듯하다. 참으로 눈물겹다. 이런 분은 엄동설한에 발가벗겨서 백두산 꼭대기에 갖다 놓아도 살아나올 사람으로 보인다.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