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64)
-
사과 과수원 농약 살포
이른 아침 한 폭의 산수화 같은 산천을 배경으로 뜨거워지는 여름 햇살 아래에서 사과 과수원을 하는 농부가 농약을 친다. 온몸을 우비로 꽁꽁 동여매고, 강력한 농약살포기로 농약을 뿌린다. 내 눈에는 마치 증기기관차가 내뿜는 연기로 보인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는 저런 농부의 땀과 노고가 배어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4.09.05 -
고향에서 듣는 '쓰름 매미' 소리
홀로 사시던 노모는 아주 먼 길로 떠나시고,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아 가끔 찾아가는 고향 집 대봉감나무에서 '쓰름매미'가 짝을 찾으려고 노래를 부른다. 내 귀에는 "쌔에롬~ 쌔에롬~" 하고 들리는데 왜 '쌔롬매미'가 아니고, '쓰름매미'라고 이름을 붙였을까? 온 동네 사람의 귀청을 찢을듯이 울어 대던 말매미의 성가신 소리라 잦아질 즈음 감나무에서 쓰름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늘 먹는 것이 부족했던 나는 고개 너머 친구의 밭으로 향했다. 아주 풋내가 나는 푸른 감이 들깨 이랑 사이에 수줍게 얼굴을 내밀면, 여름 강한 열기에 물렁물렁 발효가 되어 가는 감을 반으로 갈라서 아직 떫은 기가 가시지 않은 풋감을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2024.09.05 -
부화뇌동(附和雷同)
고향의 커다란 산 뒤로 번개가 친다. 사진으로는 짐작이 힘들겠지만, 엄청난 번개가 치고 있다. 얼마나 먼 곳에서 뇌우가 발생한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번개가 치는데 벼락까지 가세시키는 사람은 한마디로 소인배다.
2024.08.16 -
프랜들리(friendly) 다람쥐
내가 사는 동네 인근 산에 조성된 체력 단련장의 사람들과 아주 친숙한 다람쥐가 산다. 아무도 자신들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있거나 아니면, 누군가 알량한 먹이로 순치시켰을 수도 있다. 내가 운동하고 있을 때 옆으로 쪼르르 달려와서 까만 작은 눈으로 쳐다보면 늘 땅콩 같은 먹이를 챙기지 못한 것이 미안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저번에 주고 남아 숨겨놓았던 호두 조각, 아몬드 등 견과류를 들고 그놈에게 갔더니 이미 사마귀를 한 마리 잡아서 열심히 먹는 중이다. 사마귀를 다 먹은 다음 내가 준 견과류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면서 볼주머니에 열심히 담고 있다.
2024.08.05 -
삼복더위에 웬 올챙이가
혹시나 해서 배수구를 보았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했다. 아니 삼복더위에 올챙이가 웬 말이냐? 벌써 다리가 생겼다가 떨어져서 들판을 자유롭게 누빌 개구리가 되었을 올챙이들이 얕은 물에서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다. 늘 봄이면 북방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도롱뇽이 이곳에 알을 낳았다가 물이 증발하는 바람에 대부분 부화하지 못하고 폐사하고 말았는데 자식들이 태어나지도 못하고 물이 말라 안타깝게 죽은 것이 한이 되었는지 모성애가 하늘을 찌르고 만 것 같다. 그 모성애는 계절도 잊은 듯하다. 갓 깨어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올챙이부터 제법 큰 올챙이까지 다채롭다. 다음 달 8월 7일은 입추인데 초겨울이 오기 전에 다리가 생기고 꼬리가 떨어져서 이 작은 배수로를 떠날 수 있을는지 걱정이 된다.
2024.07.27 -
경북선 무궁화 호
경북선(慶北線) 선로를 따라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청리역)을 향해 김천에서 출발하여 영주로 향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이젠 무궁화호를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바쁜 세상에 느릿느릿한 무궁화호 열차를 타는 것은 큰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통일호와 새마을호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머지않아 이 무궁화호 열차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겠지! 국민학교 3~4학년의 어린 동심들은 10리나 떨어진 이곳으로 검은 고무신을 신고, 근 1시간 30분을 넘게 걸어서 이 철길에 당도하였고, 도착하자 마자 모두 철길에 머리를 누여 귀를 대고 혹시 열차가 오는 소리가 들릴까 조마조마하다가 마침내 레일을 따라 열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집에서 가져온 녹슨 못을 철길에 일제히 놓는다. 열차가 우렁하게 지나간 ..
2024.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