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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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새끼의 생존 본능
시골의 하루 시작은 일반적으로 도시보다 다소 빠르다. 지금처럼 더운 때에는 동이 트기 전, 시원할 때 일을 하는 것이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새벽 5부터 사과나무 과수원에서 농약 치는 기계의 엔진소리가 요란하다. 나도 덩달아 일찍 일어나서 특별히 할 일은 없고, 집 앞에 있는 논길을 산책하려고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작은 벼가 뿌리를 내린 논에서 뭔가 후다닥후다닥하고 도망친다. 커다란 고라니였다. 주변을 살피다 보니 멀리 마치 소똥 무더기처럼 보이는 것이 시멘트 농수로에 놓여 있다. 자세히 보니 고라니 새끼가 숨을 죽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다. 포식자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생존본능이 작동한 것이다. 가까이 가서 보아도 숨도 쉬지 않고, 눈동자도 깜빡이지 않는다. 마치 망부석을 보는 느낌이다. 숨을 참다가 ..
2024.07.02 -
자신의 '나와바리(なわばり)'에 앉아 있는 두꺼비
유건산 산책하러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앞쪽의 중년 주부 2명이 마치 반가운 이를 본 것처럼 야단이다. 나는 다람쥐인 줄로 알았다. 아마도 땅콩 같은 간식을 가져다주니 그것을 알아보고 새끼를 기르는 다람쥐가 굴 밖으로 얼굴을 내민 것으로 짐작했다. 다가가서 보니 다람쥐가 아니라 성체 두꺼비였다.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사는 것으로 보였다. 나도 반갑다. 예전에는 심심찮게 보였었는데 요즘은 두꺼비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마도 2022년 6월 불법으로 수문을 개방하여 두꺼비 올챙이 99%을 몰살시킨 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때 수문을 열었던 아주 몰상식하고, 악랄했던 인간은 항소심에서도 벌금 2천만 원을 얻어맞았다. https://v.daum.net/v/20240525082946689 망월지 수문 열..
2024.06.26 -
故 백선엽(白善燁) 장군 동상(銅像)
지난 6월 12일 고향을 다녀오다가 다부동 전적비 근처에서 갑자기 백선엽 장군의 동상 제막이 있었다는 소식을 본 듯하여 무작정 이곳으로 들어왔다. 작년 7월 5일 이곳에 이승만, 트루먼 대통령의 동상과 함께 백선엽 장군의 동상이 제막되었다고 하는데 오늘 처음 보는 것이다. 백선엽 장군이 2020년 7월 세상을 떠나고 국립묘지에 영면하였을 때 대한민국의 불그죽죽한 무리가 파묘하자고 얼마나 난리였던가? 액면 그대로 보면, 그 무리들은 몸만 대한민국에 있을 뿐, 그들의 영혼은 붉은 군대와 늘 함께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그렇게 경멸하면서도 그 녀석들의 자식들은 미국에 유학 보내어 미국 시민권을 얻으려고 지랄발광하는 것을 보면서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그들의 우두머리인 어떤 흉악한 ..
2024.06.14 -
이런 모습에 숙연함이 느껴진다.
소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피하려고, 러시아의 '거북 탱크(Turtle tank)'를 연상시키는 차량이 보인다. 플라스틱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스펀지도 아닌 것이 고무 재질의 두껍고, 커다란 직사각형 바닥 깔판으로 보이는 것을 지붕 위에 얹었다. 드론 회피용도 아닐 것이고, 아마도 뜨거운 햇볕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듯하다. 참으로 눈물겹다. 이런 분은 엄동설한에 발가벗겨서 백두산 꼭대기에 갖다 놓아도 살아나올 사람으로 보인다.
2024.06.10 -
어둠이 내리고 있는 '노변동 사직단(盧邊洞 社稷壇)'
'사직(社稷)'의 '사(社)'는 토지신(土地神), '직(稷)'은 곡식의 신(穀神)을 상징하고, 또한 유교용어로서 중구과 조선에서 국토와 곡식의 번창을 기원하던 제사 또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이다. 조선시대에서는 국가라는 의미로 종묘 사직(宗廟社稷)란 용어를 사용했다. 종묘(宗廟)는 조선왕조의 역대 국왕들과 왕후들의 신주(神主)를 모시고 제례를 봉행하는 유교 종묘 제도상의 묘(廟)다. 고로 사직( 社稷)은 「국가(國家)의 기반(基盤)」 또는 「국가(國家)」라는 뜻으로 변하였고, 종묘 사직(宗廟社稷)으로 통용된다. 이곳은 대구광역시 기념물 제16호로 대구광역시 수성구 노변동 407-4 일대에 있다. 수성문화관광의 해설에 의하면, 이 사직단은 「경산현읍지」, 「영남지도」 등의 문헌과 지도에 기록으로만..
2024.05.26 -
착함과 양보, 그리고 배려가 더 이상 미덕(美德)이 아니다.
젖을 떼야 하는 중소(中牛)가 갓난 송아지와 함께 어미의 젖을 빨고 있다. 중소(中牛)가 갓난 소에게 젖을 양보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집에 4개월 전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첫 손녀가 태어난 것이다.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에서 조금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 갓난아기 전문적인 돌보미가 약 보름 동안 아기를 보살폈는데 그때 그 갓난아이 돌보미가 우리 아들과 며느리에게 당부했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 그러니까 이 아기가 앞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갈 때 남에게 "착하게, 배려하고, 양보하고 살아라!"라는 말을 절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런 행태로 살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남에게 무시당하면서 핍박받고, 왕따가 되면서 소위 인간 노릇 제대로 못 한다"라는 취지였다고 한..
2024.05.06